[기자수첩] 洪 시장의 굴기, 대구시 공무원은 멘붕
[기자수첩] 洪 시장의 굴기, 대구시 공무원은 멘붕
  • 승인 2023.06.2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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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정경부장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6월 한달동안 공직기강 확립을 내세우며 점심시간 1시간 준수를 지시하고 국장급 고위 간부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도 수시로 단행하자 대구시 공무원 사회는 전에 볼 수 없던 상황에 멘붕상태에 빠지고 있다.

홍시장은 지난 5일 산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인 만큼 공직기강을 확립해 신뢰받는 공직사회를 조성하는 한편, 자신이 맡은 분야는 다른 부서로 옮기거나 퇴직하더라도 본인이 무한 책임을 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 총무과는 지난 7일, 출퇴근 등 복무점검을 전격 실시했다. 점검반원들은 점심시간 3분전인 11시 57분에 모 사무실을 찾아가 직원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확인했다. 자리에 없는 직원은 명단을 적고 자리를 비운 이유를 소명하게 했다. 식사시간이 끝난 1시 이후에 사무실에 없는 직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사유를 적게 했다. 대구시 공무원들은 대부분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있는데 산격청사 구내식당 자리가 400여석에 그쳐 1천200여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평소에는 11시 30분경부터 식사를 해오다 12시부터 줄을 서느라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젊은 직원들은 부근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는 진풍경을 보이기도 했다. 업무상 관련이 있는 외부인사들이라도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개인적인 식사는 사실상 금지되고 간담회 등 실제 행사가 있을 경우 출장을 달아야 1시간 이상 식사가 가능하다. 식당 수용인원 부족으로 직원들이 장시간 대기하게 되자 대구시는 11시 30분부터 식사할 직원들의 신청을 따로 받아 순서대로 식사하도록 조치했다. 장재형 대구시 새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밥먹고 양치할 시간도 빠듯하다. 여건을 갖춰놓고 점심시간 1시간을 지키라고 해야지 뒤늦게 11시 30분 식사조 신청을 받는것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홍 시장 취임 이후 국장급 간부 공무원에 대한 인사가 1년도 안 된 사이에 5번이나 단행되는 등 시점을 가리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 최근 모 국장이 산하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문책성 인사가 수시로 실시돼 간부공무원들이 혹시나 책이 잡힐 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평소 시장에 대해 비판적인 시민단체에서도 점심시간 준수지시에 대해서는 찬성입장을 보였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시민단체 사이에는 시청 앞에서 출근시간 1인 시위를 하면 누가 지각하는지 알고 점심시간에 1인시위하면 점심에 누가 먼저 빠져 나오는지 알수 있다는 말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무조건 1시간이라는 것도 아니고 사유를 밝히면 되니까 이번 일은 홍시장처럼 해야 한다는 시민들이 절대다수 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3년을 대구굴기의 원년을 삼아 미래 50년의 번영을 향해 힘차게 일어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학맥과 인맥으로 30년 동안 이어진 기득권 카르텔을 깨고 다시한번 대구를 일어서게 하려는 홍시장의 대구굴기에 시 공무원들의 적응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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