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봉화 유록마을...540년 역사 품은 전통마을, 별별재미 쏟아진다
[2023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봉화 유록마을...540년 역사 품은 전통마을, 별별재미 쏟아진다
  • 배수경
  • 승인 2023.09.2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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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녹명’서 유래한 마을이름
‘사슴 즐겁게 뛰노는 소리’ 의미
깊은 뜻 후손들이 계승·발전
‘아기사슴 별별이야기’ 주제로
방문객 체험 프로그램 마련
 
540년의 역사를 가진 '유록마을'은 마을 앞으로 내성천이 흐르고 호골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대대로 충신과 열녀가 이어졌고 학문이 끊이지 않았던 마을은 이제 테마형 체험마을 '아기사슴 별별이야기'를 통해 선조들의 깊은 뜻을 계승발전시켜 나간다. 김선국 객원사진기자
540년의 역사를 가진 '유록마을'은 마을 앞으로 내성천이 흐르고 호골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대대로 충신과 열녀가 이어졌고 학문이 끊이지 않았던 마을은 이제 테마형 체험마을 '아기사슴 별별이야기'를 통해 선조들의 깊은 뜻을 계승발전시켜 나간다. 김선국 객원사진기자

 

봉화군 봉화읍 석평리, ‘유록마을’은 54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마을이다. 시경에 나오는 ‘유유녹명’(呦呦鹿鳴)에서 유래했다. ‘어린 사슴이 서로 즐겁게 부르며 뛰노는 소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마도 모두가 평안하고 행복한 삶의 터전을 만들고 싶었던 간절한 소망에서 나온 이름인 듯하다.

마을 앞으로 내성천이 흐르고 호골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대대로 충신과 열녀가 이어졌고, 학문이 끊어지지 않았다. 지금은 그 후손들이 선조들의 깊은 뜻이 담긴 ‘유록’을 오늘에 맞게 해석하고 계승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테마형 체험마을 ‘아기사슴 별별이야기’와 마을에서 배출한 조상들의 발자취를 재현한 세 개의 길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봉화마을이야기출렁다리
청렴의 길 초입에서 만날 수 있는 출렁다리.

 

유록마을이 배출한 걸출한 선현들의 업적을 기리고 오늘의 삶에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 개의 길 중 첫 시작은 ‘청렴의 길’이다. 이 길은 황해도관찰사를 역임한 임연재 배삼익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선생은 1564년에 식년문과에 급제하여 성균관 박사와 호조좌랑을 거쳐 풍기군수와 양양부사를 지냈고, 부패를 바로잡고, 세금을 감면하는 등 선정을 베풀었다. 황해도관찰사로 있을 때 흉년이 들자 곡창을 열어 백성들을 구제했다. 과로로 병이 깊어져 사직하고 내려오던 중 54세의 나이로 운명했다. 선생은 공사구분이 엄격했고, 관청의 재산을 사재보다 더 아꼈으며, 부정한 청탁을 받지 않은 것으로 유명했다. 마을 입구에 서애 류성룡 선생이 그를 기리며 지은 신도비가 서 있다.

 
 
봉화마을이야기쌍절려
의병장 배인길과 부인 월성이씨를 기리는 쌍절려.

 

‘충렬의 길’은 의병장 배인길과 부인 월성이씨가 주인공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생은 노모와 결혼한지 한 달 밖에 안 된 부인을 두고 ‘전장에 나가서 용맹함이 없음은 효가 아니다. 사나이가 나라를 위해 마땅히 죽을 것이니, 이별함을 부인은 슬퍼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의병으로 전쟁터에 나갔다. 예천 용궁전투에서 큰 전공을 올렸으나 중과부적으로 전사했다.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들은 부인 월성이씨는 명주천에 ‘군신의 의가 중하니 부부의 은혜는 오히려 가볍다’라는 혈서를 남기고 순절했다.

남편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부인은 절개를 지켰다고 해서 쌍절이라고 했다. 마을로 들어가는 왼편 언덕에 있는 쌍절려는 1817년 영남 사림의 상소로 조정에서 세운 것이다. 60년마다 돌아오는 임진년 6월에 유림들과 문중의 후손들이 모여 ‘충의사 임란순절 추모제’를 올린다.

봉화마을이야기녹동리사
조선 최고의 천문학자 배상열 선생을 배향한 녹동리사.

조선 최고 천문학자 배출한 곳
‘천문의 길’ 만들어 업적 기려

관광객 대상 하늘관측행사 인기

마을 단위 천문지도사 교육

2000년부터 천문지도사 91명 배출

‘천문의 길’은 천문학자인 괴담 배상열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길이다. 선생은 조선 최고의 천문학자였다. 5세에 글을 읽고 10세에 천문을 살폈다고 한다. 15세에 천문기구인 혼천의를 제작한 천재 천문학자였으나 30세에 요절했다. 선생의 장례식에는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만사(輓詞)만 70점이 넘었고 조문객들이 마을에 가득했다고 한다.

 

봉화마을이야기해시계
해시계

마을에는 선생이 하늘을 관측하던 장소인 직방당과 천문관측기구인 해시계와 혼천의, 천문자료인 ‘서계쇄록’, ‘기삼백해’,‘기해제도’ 등이 남아있다.

배상열이 천문을 관측하던 직방단
배상열이 천문을 관측하던 직방단

 

‘방위를 바로 찾는 관측 장소’라는 의미를 지닌 직방당은 남북으로 위치하고 동서로 트여있어 천체현상을 관측하기 좋은 장소다. 사방 8m에 4~5단의 석축을 쌓은 지당으로 낮에는 해시계로 시간을 측정하고, 밤에는 별자리를 관측했다.

봉화마을이야기선기옥형
천문관측기구인 혼천의는 선기옥형이라고도 부른다.

경북 유형문화재 제535호로 지정된 혼천의는 천문관측기구로 선기옥형이라고도 부른다. 바닥에 1779년에 만들고 1785년에 보수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적도단환에 표기한 눈금과 별자리 그림을 그린 것이 큰 특징이다. 선생은 2022년 장영실국제과학문화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사후 233년이 지난 후에 받은 특별한 상이다.

봉화마을이야기별관측행사
시낭송, 문화공연, 천문학 강의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는 별관측행사.

유록마을은 역사적인 인물과 문화유산 그리고 스토리가 있는 마을이다. 이같은 전통과 역사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주민들은 동분서주한다. 마을에서는 선조들의 위업을 이어가고 새로운 역사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유록마을 마을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아기사슴 별별이야기’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체험활동을 진행한다.

지역주민과 관광객,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 체험’은 직방당과 마을주민센터에서 진행된다. 천문과학 기기와 조선시대 자료를 체험하고 자신만의 별자리를 그린다. 야간 별자리와 전통별자리, 오목 해시계 만들어 별자리를 찾아보고 시간을 측정해 본다. 각급 기관단체의 행사에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이야기길 투어’는 유록마을 주변의 문화유산을 순회하는 체험이다. 청렴의 길과 충렬의 길, 천문의 길을 중심으로 마을길과 반딧불 공원, 배삼익 신도비, 쌍절려, 아기사슴 별별공원, 직방당 등 문화유산 주변을 걸으면서 문화해설사로부터 해설을 듣는 프로그램이다.

봉화마을이야기아기사슴별별공원
아기사슴별별공원

지난 7월에 열린 체험행사에는 전국에서 200여 명이 참여했다. 체험행사는 하늘관측행사와 시낭송, 문화공연, 천문학강의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된다. 이날 행사에는 특별한 손님들의 특별한 선물이 의미를 더했다. 안상학 시인이 쓴 ‘유록 마을에 별이 뜨면’이란 마을시(詩)에 강미영 작곡가가 곡을 붙이고 가수 ‘징검다리’가 노래를 불렀다.

“목마른 사슴이 연못을 찾으면 사랑하는 사슴을 부르며 울어요. 요우요우 루밍 요우요우 루밍 사랑은 서로의 눈동자에 한 개의 별이 드는 것... (중략)... 그대여 이 밤이 다 가기 전에 유록으로 오세요. 아침이 오기 전에 유록으로 오세요.”

봉화 문인협회 초대 회장을 지낸 김제남 선생은 ‘별 이야기1·2’ 두 편의 동시를 지어서 선물했다. 하늘관측행사는 조선시대 천문학자 배상열 선생이 만들고 별자리를 관측했던 직방당에서 열린다. 아마추어 천문연구원의 강사를 초청해 천문학과 별자리 관측에 대한 교육을 받고 야간에는 직접 별자리를 관측한다. 망원경을 조작해 별자리를 찾고 그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다.

2000년에 시작한 천문지도사 과정 교육은 지금까지 91명의 천문지도사를 배출했다. 마을 단위에서 천문지도사 과정 교육을 진행하는 곳은 드물다. 절기별 유래, 풍속 행사에 대한 교육을 하는 24절기 교육과 절기 음식체험도 있다. 이를 통해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왔던 조상들의 슬기를 배울 수 있다. 마을에서 전해오는 규방가사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김교윤기자·홍상철수필가

 

<우리 마을은> 

우리마을은-배기면위원장
배기면 유록마을 마을사업추진위원장

배기면 위원장...“옛 선인들 지혜 살아 숨쉬는 곳”

“유록마을은 50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고, 청렴과 충절, 학문의 마을입니다. 그러나 이 같이 우수한 문화유산과 정신들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학생들에게 옛 선현들의 지혜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켜 나가는 길이라는 생각에서 유록마을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보전과 계승·발전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있습니다.” 배기면 마을사업추진위원장은 마을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이어가는 것이 후손된 사람의 도리라고 했다.

배 위원장은 지역에서 40년간 공직 생활을 했었다. 재직 중에도 지역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는데 관심이 많았다. 공직에서 퇴직한 후 본격적으로 고향인 유록마을 가꾸기에 나섰다. 도시재생센터와 행정기관과 협력해 유록마을 테마형 마을체험 패키지사업을 준비해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는 성과도 올렸다. 유록마을의 천문학과 절기 관련 역사자료를 활용해 볼거리와 먹을거리, 체험거리를 관광상품화 한 사업이다.

또한 마을에 전해져 오던 규방가사를 발굴해 보전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문화곳간이라는 모임을 결성해 지역의 문화를 발굴하고 보존하는 문화지킴이 역할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유록마을의 숨겨진 역사와 잊혀져가는 문화유산을 계속 발굴해 명품으로 만들어가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어르신들의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오던 50여 편의 규방가사 중에서 20편을 발굴해 녹음까지 마쳤으나 기능을 보유하신 어르신이 타계를 함으로써 중단된 것이 안타깝다”면서 “학계와 향토사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계속 발굴해 나가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내년에는 동시대회와 사생대회를 개최하고 캠핑장도 설치해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관광객 유치를 통한 생활인구를 증가시켜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생각이다. 홍상철수필가

 

<가볼만한 곳>
 

봉화마을이야기가볼만한곳계서당
계서당

◇계서당

계서당 종택은 조선 중기 문신 ‘계서 성이성’ 선생이 살던 집이다. 광해군 5년(1613)에 건립된 것으로 전해진다. 口형 구조로 경북 북부지역의 주택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안채와 사랑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중문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사랑채가 있고, 사랑채 오른쪽 뒤편에 사당이 있다.

최근에 성이성은 ‘춘향전’의 주인공인 ‘이몽룡’의 실존 인물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15살이던 1610년에 진사가 됐고, 1627년에 병과에 급제했다. 암행어사로 4번에 걸쳐 호남지방을 순찰했다. 소설에서 이몽룡이 암행어사로 등장 한 것도 성이성의 호남지방을 순찰한 암행어사 이력을 반영한 것이다. 춘향의 성인 ‘성’씨도 성이성의 성씨를 차용한 것이라고 한다. 담양의 수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축조했고, 이후에 ‘황종림’이 나무를 심어 관방제림이 됐다. 이몽룡이 변학도를 비판한 ‘금준미주 천인혈, 옥반가효 만성고, 촉루낙시 민루낙, 가성고처 원성고’라는 시는 성이성이 지은 시다. 조선 최고의 로맨티스트 이몽룡의 생가인 계서당은 봉화군 물야면 가평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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