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결혼식의 모습들 가운데는 단연 작고 소박한 결혼식, 즉 '스몰 웨딩'이 가장 눈에 띈다. 형식적 요소보다는 진정한 결혼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하는 젊은 부부들이 늘어나면서 소수의 가족과 친한 친구들만 초대해 결혼식을 간소하게 치른다. 장소는 신랑 신부가 의미 있게 생각하는 어떤 곳도 대상이 되고 내용도 다양하고 가지각색이다. 이런 결혼식은 양가 부모들보다는 신랑 신부가 주체가 돼 장소는 물론 규모나 진행 등을 기획하고 꾸며가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혼의 의미는 살리면서 경제적 부담은 덜자는 데 뜻이 있다.
산을 좋아하는 한 신랑신부는 팔공산 자락 아름다운 등산로 입구에서 좋아하는 친구와 가족들을 초대해 등산복차림의 작은 결혼식을 올린 뒤 결혼기념 등반을 했다. 이들은 결혼식장 결혼식을 준비하다가 계획을 변경해 작은 결혼식을 열기로 하고 대신 결혼식 비용 전액을 아파트 분양대금에 넣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한 쌍은 부모님이 경영하고 대구 근교 아름답고 고즈넉한 포도밭 농원에서 지인과 가족들을 초청해 결혼식을 올렸다. 신랑이 곧 나이든 부모님의 포도 농사를 이어받을 계획이어서 규모가 제법 큰 포도 농장도 주변에 알릴 겸 결혼비용도 줄이기 위해 신부와 상의해 포도밭 결혼식을 기획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선진국의 결혼 문화는 이미 이런 모습들이다. 예를 들어, 북유럽이나 서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간소하고 실용적인 결혼식이 자리 잡고 있다. 스웨덴, 덴마크 같은 북유럽 국가에서는 결혼식을 마을 교회에서 간소하게 치르거나 자연 속에서 가까운 이들과 함께 축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경제적 부담이 적고 소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예식이다. 이러한 결혼문화는 결혼이 부부의 결속과 사랑을 축하하는 행사로서 과도한 소비와 사치에 의한 형식이 아니라 결혼의 의미 그 자체를 중요시하고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문화들이다.
우리도 이들의 작은 결혼식, 의미있고 개성있는 결혼문화를 닮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결혼식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결혼식만은 개선해야 한다. 결혼식은 규모가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인생의 첫걸음을 내딛는다는 결혼의 의미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얼마나 값지고 화려한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혼부부의 생각과 가치관,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갈 미래와 삶, 인생을 축복하고 공감하고 응원하는 결혼식 자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의 호화결혼식처럼 수천 만원에서 억대가 넘는 과도한 비용이 드는 낭비적 결혼식은 그 순간만 지나면 누구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형편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도 체면 때문에 하는 수없이 많은 돈을 들여 하는 결혼식은 신랑신부나 가족 모두에게 경제적 큰 주름만 남게 한다. 호화결혼식만큼 바꿔나가야 할 결혼문화는 바로 오늘의 부조문화이다. 청첩장을 받고는 쫓기듯 결혼식장에 참석해 시장처럼 붐비는 틈새를 지나치며 혼주에게 눈도장을 찍고는 빚을 갚듯 부조만 넣고 사라지는 이러한 퇴행적 부조문화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결혼은 부부 간의 약속과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이기에 그 형식이나 규모, 내용 또한 부부가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치러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것들을 통한 결혼문화의 변화는 단순한 단순한 트렌드 이상의 큰 의미를 지닌다. 이는 결혼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으며 결혼의 본질을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형식적이고 과시적인 결혼 문화에서 벗어나 보다 진정성 있고 의미 있는 작은 결혼식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사회의 결혼 문화 개선의 큰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