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결정적으로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 달랐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부모님이나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많이 달랐다.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할 때마다 우린 다른 견해에 부딪혔다. 각자에게 중요한 일에 대한 대화는 피하기 시작했고 우린 점점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친구를 만나고 올 때마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코로나가 한창일 무렵, 몇 달을 고민하던 나는 친구로부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얼마 전 우연히 본 영상에서 “당신이 만나는 사람은 심리적 상처 정도가 비슷한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과 헤어지는 때는, 당신은 그 상처에서 벗어나 성장했지만 그들은 아직 그러지 못할 때에요.”
갑자기 친구가 생각났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는 거리를 둘 수 있는 단호함이 필요하고, 나는 그걸 꽤 잘 실천하고 있다는 자부심 비슷한 감정까지 가지고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 친구는 나로 인해 많이 상처받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가수 황가람의 ‘나는 반딧불’이라는 노래를 처음 듣게 되었다. 목소리도 너무 좋지만 가사 또한 너무 와닿았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노래가 좋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으며 누군가가 나를 무엇으로 알아봐 주느냐에 따라,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나는 스스로를 개똥벌레라고 여길 수도 있고, 스스로가 하늘에 떨어진 작은 별이라고 착각할 만큼 눈부신 반딧불이로 여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 교수는 “만약 당신이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당신은 그 사람의 숨겨진 영혼을 볼 수 있게 돼요. 그 사람이 세상에 비출 수 있는 빛을 볼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상대가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했을 때의 모습을 미리 보는 거죠.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한다는 것은 상대의 잠재력을 앞으로 나오게 격려하며 동시에 그 과정을 방해하는 것들을 가로막아 주는 행위예요. 지지해 주는 거죠.”라고 말했다.
친구에게 내가 그 내면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되어줬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다. 친구가 스스로를 하늘에서 떨어진 작은 별이라고 여기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었다면.
한 해가 저물어 간다.
3학년 담임을 맡은 나는 학기가 끝나면 우리 아이들을 고등학교라는 조금 더 넓은 세상으로 보내야 한다. 작년에도 2학기에 복직해서 한 학기 동안 담임을 맡고도 졸업식 날 계속 눈물이 나와 민망할 정도였는데, 올해는 일 년을 오롯이 담임을 맡았으니 더 많은 눈물을 흘리진 않을까 벌써 걱정이 된다. 그래도 얼마 전엔 작년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이 선생님을 잊지 않고 찾아와 내가 교사라는 직업을 좋아하는 이유를 깨닫게 해주었다.
시간을 붙잡아 둘 수 없으니 “(시간을) 잘 보내세요” 라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한 번 맺은 인연도 종종 흘려보내야 할 때가 온다. 지금은 흘려보내야 할 아이들에게, 나는 과연 스스로를 빛나는 존재라고 여기게 해주는 어른이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