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극한의 상황에서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극한의 감정을 경험하기도 하며, 자꾸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매일 다른 나의 컨디션과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아이를 훈육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매번 나의 부족한 민낯을 마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편과 나는 종종 훈육에 있어서 다른 견해에 부딪힌다.
아이가 건강한 생각을 가지고 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 적절한 훈육은 반드시 필요한데, 그에 대한 일정한 기준이 있어야 하고 그 방식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또한 ‘안되는 것’과 ‘시원하게 되는 것’이 50:50 정도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상황에 따라 다른 훈육을 하기도 하고, 그 방식에 있어서 일관성 없는 훈육을 하기도 한다. 부모의 예측 불가능한 훈육은 아이로 하여금 불안감을 조성한다.
몇 년 전 짝꿍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이 지금도 종종 생각난다.
아침 시간에 휴대폰을 제출했다가 내가 안 보는 틈을 타서 몰래 다시 꺼내간 아이들에게 잔뜩 화가 나 아이들에게 어떤 벌을 줄지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차분한 어조로 “혼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똑같은 행동을 또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게 목적이잖아요.”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우리 반 학생 중 한 명이 장기적으로 나의 신뢰를 져버리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에게 배신감도 들고 서운한 마음도 들었던 나는 아이를 마주하기 전까지 큰소리를 내며 화를 낼까 생각하다가, 차분하게 아이의 행동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했더니 큰소리로 화를 내는 것보다 더 큰 효과가 있었다.
아이를 훈육하는 일도, 학생들을 계도하는 일도 때론 목적을 상실하고 길을 잃는다. 아이를 더 나은 길로 이끈다는 진짜 목적을 상실하고 ‘혼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곤 한다.
어떠한 상황에 마주했을 때 아이들은 대개 부모로부터 학습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형제들 사이에서나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트러블이 생겼을 땐 어른이 아이들로 하여금 건강하게 자기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새로운 상황에 마주한 아이가 좌절을 경험할 땐 아이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이전의 나 자신과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가 부모로부터 배운 좋지 않은 습(習)이나 인연을 끊어내고, 나부터 바로 서서 우리 아이에게 건강한 마음 자세와 태도를 물려줘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로서의 자질이나 가정에서 부모로서의 자질에는 많은 것들이 요구된다. 때론 내가 너무 부족하고 나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즐겨듣는 라디오 방송에서 진행자가 인생을 강에 비유했던 말이 떠올랐다. 정확한 문장이 기억나진 않지만 “이렇게 넓은 강을 어떻게 건너나 싶은데, 때론 뗏목도 있고 조각배도 있다…”는 말을 했다.
인생이라는 넓은 강을 지나는데 내겐 도움을 주는 많은 좋은 인연들이 있고, 강을 먼저 건넌 선배들이 있고, 지혜를 나눠주는 스승들이 있다. 나의 부족함과 나약함에 좌절하기도 하고 때론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겠지만 그때마다 조언을 구해가며, 조금씩 다시 다져가며 미성숙한 나를 완성해 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