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주 복현중 교사

‘세상이 나에게 그만두라고 신호를 보내나? 그걸 나만 알아듣지 못하는 건가?’ 싶을 만큼 너무나도 힘든 순간을 넘기고 결국에는 사람들 앞에서 인정받는 가수나 배우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최근 그러한 가수가 있다. 깊은 울림을 주는 목소리에 한창 끌리듯 반복하여 들었던 노래 ‘나는 반딧불’을 부른 가수 황가람님이다. 노래의 원곡자는 따로 있지만 황가람님이 불러 차트를 역주행하며 노래 또한 뜨겁게 떠올랐다.

황가람님은 가수의 꿈을 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올라가 5개월 가까이 노숙을 하는 등 갖은 고생을 한 뒤 비로소 ‘지금’을 맞이했다. 해보지 않은 알바가 없고, 수십개의 곡을 가이드하고 커버하였지만 정작 본인의 노래는 빛을 보지 못하는 순간을 버티고는 한순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인생은 때때로 ‘내가 지금 하는 이 노력이 과연 의미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모든 순간은 헛되지 않다. 황가람님의 사연을 듣고 라이브로 ‘나는 반딧불’을 청해 듣던 진행자들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어했다. “그 힘든 시간을 버텨내 줘서 너무 고맙다고, 앞으로 더욱더 빛나셨으면 좋겠다”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렇게 나와서 (텍스트로) 이야기하지만, 그 힘들었던 시간들은 정말 본인이 아니면 알기 힘든 거다.”라고.

한 드라마의 명대사가 떠올랐다.

“나는 내가 항상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도 혼자인 적이 없었어.

내 인생 별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꽤 괜찮은 순간들이 항상 있었어.”

우린 때로 힘든 시간 속에서 철저하게 혼자라고 느끼며 긴 터널을 지나오지만, 시기나 형태가 다를 뿐 각자 인생에서 한 번쯤은 긴 터널을 지난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그보다 먼저 자기 인생의 긴 터널을 지나온 진행자가 황가람님의 사연에 깊게 공감하는 것처럼.

오랜만에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았더니 배우 박보영님이 출연한 영상이 있었다. 박보영님은 처음부터 스타가 된 줄 알았는데, 영상을 보며 정말 힘든 시기를 많이 지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도 다양한 연기를 위해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앳되고 여리여리한 외모와는 달리, 내면이 단단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하는 모습에 박보영님을 다시 보게 되었다.

배우나 가수들은 슬프고 힘든 순간을 지나며 곡을 해석하거나 연기로 표현해내는 능력이 한층 높아진다고 한다. 슬픔을 겪어봐야 진짜 슬픔을 연기할 수 있고 아픔을 겪어봐야 비로소 아픔을 표현해낼 수 있는 듯하다.

박보영님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위로를 준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간호사로 열연하여 2024년 청룡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수상소감 또한 화제가 되었다.

“혹시 너무 어둡고 긴 밤을 보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지치지 말고 끝까지 잘 버티셔서 아침을 맞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수상소감을 보곤 드라마의 주제와 관련된 분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아마도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인 것 같다.

자신만의 긴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모든 이들이, 지치지 말고 끝까지 잘 버텨 꼭 아침을 맞이할 수 있길.

모든 순간은 헛되지 않으니깐. 홀로 싸우고 있는 듯한 이 순간 또한 누군가가 이미 지나온 길이고, 지나고 보면 다른 누군가가 깊게 공감해 줄 나의 서사가 될 테니깐.

신은주·복현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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