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에 대한 설렘보다는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는 요즘, 우연히 잡힌 재작년 3학년 선생님들과의 만남을 통해 큰 위안을 받았다. 오랜 휴직 후에 복직했는데 정말 잘했다, 신은주 선생님은 잘할 거에요, 잘할 거다…. 진심이 담긴 따뜻한 말에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잘 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할 거다’라는 한마디였던 거 같다.
‘말’이라는 것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으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예전 독서 모임에서 나누었던 인간관계에 대한 유명한 저서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의 한 문구가 생각났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그 마음을 달래주는 재주가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공감하며 문제를 보겠다는 욕망이 있어야 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특히나 가까운 관계일수록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는 문구였다.
나는 누군가와 오랜 시간 알고 지내며 서로의 대소사를 챙기거나, 함께 힘든 일을 겪거나, 한 가지 주제를 두고 다양한 각도에서 인생에 대한 서로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고, 깊은 관계를 맺는다.
힘든 시기에 만나 그 일을 매개로 빠르게 깊어지고 어려운 일을 함께 겪으며 오히려 사이가 더 돈독해진 친구,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고 기르며 서로의 힘든 시간을 위로하고 공감해주었던 조리원 동기들, 서로 성향도 성격도 나이도 다르지만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며 이제는 서로의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며 공감할 수 있는 동료 선생님, 스승과 제자로 처음 만나 이젠 인생이라는 길을 함께 걷는 언니 동생 같은 사이가 된 첫 제자, 책을 매개로 만나 보통의 관계에서 다루기 힘든 인생의 가치관에 대해 깊이 있게 나누는 독서 모임 멤버들, 그리고 오랜 휴직 후 복직한 복현중에서 만난 3학년 선생님들과 예쁜 제자들….
공감 능력이 지나쳐 때론 오지랖이 넓은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상대방의 그 힘든 시기에 “내가 옆에 가 위로해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각자의 아픔과 슬픔, 인내의 시간을 견디고 만난 지금이라 좋다. 그 시기를 지나며 내공이 쌓이고 다져져 지금의 관계가 더 소중함을 알고, 각자의 누적된 시간이 만들어낸 톱니바퀴 같은 것들이 서로 맞물려 더 잘 돌아가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아프리카의 격언이 있다.
이 넓은 강을 언제 다 건너지? 싶지만 그 강 위에는 뗏목도 있고 조각배도 있다. 내 인생에는 늘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맺은 모든 좋은 인연들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많은 이들이 나에게 그래왔듯, 나도 누군가에게 위안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간 글을 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과 글을 통해 맺게 된 모든 인연들에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