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교육의 1달러 투자는
추후 16.14달러의
교육 효과를 져다 준다.
-USA, Perry Preschool Project 결과
세계 인구학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Coleman)은 한국의 저출산 문제 해법에 대해 심각한 발언을 한 적 있다. 저출산 현상은 세계적인 문제이지만 가장 심각한 나라는 한국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지구상에서 인구 소멸로 사라지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남기기도 했다.
그 예측에 따른 콜먼의 의견을 보면 “여성들이 가정에서 과도한 책임과 의무를 짊어지게 하는 구조를 깨부수지 않으면 한국의 출산율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이대로면 2750년엔 한국이란 나라가 소멸(extinction)할 수도 있다.”는 섬뜩한 전망을 내어놓았다.
그 후, 콜먼은 ‘국사 소멸을 부르는 한국의 초저출산, 세계적 석학에게 묻는다’ 등의 주제로 열리는 강연회 참석을 위해 우리나라를 여러 차례 찾았다. 그러한 여정에서 그는 또 한번 충격적인 발언을 남긴다. “지금까지 네 번 한국에 왔는데 올 때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더 낮아지고 있어 놀랍다”는 것이다.
콜먼은 다시 한국의 초저출산에 대한 의견을 정리한다. 한국의 출산율이 낮은 것은 “가부장제 문화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는 의견이다.
1970년대 이후 경제는 빠르게 발전했으나 여성에게 주어지는 가사노동과 돌봄 부담은 변함이 거의 없어서 아이 낳길 꺼린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셋째로 긴 노동 시간과 고용 불안, 퇴근 후 계속되는 업무 부담도 출산율 저하의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석학은 한국 저출산 위기 탈출방안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콜먼 교수는 한국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정부가 일관적이고 지속적인 정책을 수립·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인구학자의 말씀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는 34개월 차 영아와 ‘생각을 담는 정원(수성구, 매호동 천변)’에서 놀고 있다. 정말 출산율이 낮은 이유로 ‘전근대적인 사회 · 문화와 빠른 경제 발전의 괴리 그리고 과도한 업무 부담’이라고 뒤집어씌우는 것이 타당할까? 가부장제 사회와 가난한 생활에서도 우리는 아버지를 존경하고 어머니의 자애와 끈끈한 형제애를 익혔고, 과도한 생활고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배우며 꿈을 향해 정진할 줄 알았다. 지금은 어떠한가. 청년들에게 인생에서 발견하고 창조해야 하는 ‘행복’, ‘가치’, ‘꿈’을 제시하는 사회인가? 그렇지 못한 기성세대, 문화환경, 더 나아가 정치의 부재에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무지를 해막은 어린아이의 미소에서 읽는다.
대구의 ‘수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성구에서 발간되는 ‘행복수성’을 읽으며 과연 저출산으로 인한 ‘한국 소멸’ 위기의 대처방안은 있는지 듣고 싶다. ‘수성의 행복한 미래 설계’는 ‘지속가능한 미래 한국’으로 전환해 읽히기 때문이다.
‘한국 소멸’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출산’의 중요성을 손꼽지만, 그에 못지않게 현재 자라고 있는 어린이가 한국의 미래라는 것을 알려주는 단어를 ‘행복수성’에서는 찾을 수 없어 안타깝다. 인간의 생애주기에서 중요하지 않은 시기는 없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시기는 영유아기다.
영유아기는 인간 생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생후 0세~5세의 영유아기를 잘 먹고, 잘 입고, 잘 자면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쉽게 지나치곤 한다. 그러나 이 시기는 인간성장의 신체적, 인지적, 사회적, 정서적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생후 첫 5년 동안 뇌의 90%가 성장을 완료한다. 예를 들어 생후 첫 몇 년 동안의 경험은 신경회로의 형성과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이 시기에 적절한 자극과 학습 경험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아동의 인지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유아기의 신체적, 인지적, 사회적, 정서적 긍정적 발달은 추후 학업성취도, 건강한 생활습과, 사회적 기술 등을 향상시킨다. 또한 부모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며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유아교육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에 큰 이익을 가져오며 이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아이는 아는지 ‘생각을 담는 정원’에서 나무들의 생각을 읽고 있다.
곽홍란 시인·문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