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스탠퍼드대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트러스트’라는 책에서 ‘한 나라의 경쟁력은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신뢰의 수준에서 결정된다’라고 말한다. 큰 부연 설명을 붙이지 않더라도 신뢰가 가진 장점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것은 ‘믿는다’ 것을 넘어섬을 뜻한다. 그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이다. 내가 당장 나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없다 할지라도 상대의 생각에 따를 수 있는 것이 신뢰다. 그러한 행동에는 굳은 믿음이 내포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많은 사회학자는 신뢰를 ‘배신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을 무릅쓰고 상대방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신뢰는 집단행동의 딜레마를 풀어주어 사회 구성원들이 이기심을 넘어 서로 협동하게 해 준다.

‘작은 사회’로 일컬어지는 학교에서 아이들은 신뢰를 배워나간다. 혼자이거나 아니거나 요즘의 아이들은 대부분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며 자란다.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것을 배우지 못하였다. 마음을 나누는 데 익숙하지 않아 왜 쉬는 시간에 어떠한 놀잇감을 나누어야 하는지, 어떻게 서로가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잘 모른다. 마음을 나누려면 서로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서로 믿고 신뢰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공부 거리다. 신뢰의 관계가 공고 해지면 아이들은 비로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존재로 거듭난다.

비단 아이들 간의 관계만이 신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가장 먼저 이루어야 할 신뢰의 바탕은 가정에서 나온다. 가정은 아이들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부모와 자녀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편안한 마음이 잘 마련되어야 학생의 학교생활도 행복할 수 있다. 비로소 자신의 꿈을 좇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근 자녀와 대립하는 부모를 두고 독친(毒親)이라는 오명이 붙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에게 독이 되는 부모란다. 아마도 부모의 욕심이 만들어낸 별명일 것이다. 부모가 독이 된다니, 애석한 일이다. 어떤 부모가 혼자만 좋아지라고 하는 욕심을 부리겠는가. 부모의 마음이 제대로 자녀에게 전달되지 못한 소통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부모 자녀 관계의 회복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신뢰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믿음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서 작은 칭찬을 해 보기를 권한다.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은 사실상 대화를 위한 것이다. 사실 막상 대화해 보려고 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딱히 대화를 나눌 주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때 칭찬하기를 추천한다.

‘참 열심히 하는구나’와 같은 두루뭉술한 칭찬은 하나 마나다. ‘오늘 집에 들어올 때 신발을 가지런히 두고 들어 왔구나’, ‘들어오자마자 숙제를 확인하다니, 대단하네’와 같은 칭찬은 아주 구체적이어야 한다. 무엇 때문에 칭찬받는지도 모르는 말은 칭찬으로 여겨지지도 않고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부모는 자녀를 볼 때 칭찬할 거리보다는 다그칠 거리가 눈에 먼저 들어올는지도 모른다. 자녀가 못 하고 있기보다는 욕심이 많아져서가 아닐까? 핀잔거리를 참고 칭찬거리를 찾기를 추천한다. 칭찬하는 시간으로 자녀의 표정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더불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가족이 무엇이라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얼굴을 맞댈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함께 밥을 먹는 시간, 함께 책을 읽는 시간과 같은 가족의 규칙을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 가정에서 나를 믿어주고 있다는 확신은 아이의 학교생활을 행복하게 만든다.

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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