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과거와 현재의 차이, 그리고 현실과 이론의 차이
하급공무원이 상급자가 되면
평소의 소신마저 바뀌게 돼
부서·직위에 따라 역할 달라져
과거 사실 현재시점서 분석돼
그 결과에는 시차적 오류 생겨

우리나라 조선 시대는 숭유억불책(崇儒抑佛策)에 의해 유교경전(儒敎經典)을 중시하였다. 국왕이 될 왕세자(王世子)로서 반드시 읽어야 할 3대 제왕서(帝王書)는 i) 대학연의(大學衍義), ii) 한비자(韓非子), iii) 정관정요(貞觀精要)였다. 왕세자가 아닌 왕자들은 절대 읽지 못했던 책이다.
특히 조선시대 가장 금기시했던 맹자(孟子)는 “백성은 귀중하고, 다음이 국가사직이면, 국왕이야 가벼울 뿐이다(民爲貴, 次之社稷, 王則輕)”라는 혁명적인 사고를 담고 있다. 제왕서 대학연의(大學衍義)에서 “마음에 없으면 눈앞에 보여도 못 보게 되고, 귀로 들어도 그 소리라는 사실로 들리지않으며, 입으로 먹어도 그 맛을 모르게 된다(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大學, 正心章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고 했다.
하급공무원들이 진급하여 상급자가 되면 입장뿐만 아니라 평소의 소신마저 바뀌게 된다. 부서에 따라 혹은 직위에 따라서 주장과 공방의 역할도 달라진다. 하급공무원은 현장담당자로 현재시점(現在時點, present time-point)에서 문제해결을 해야 하는 반면에 상급자는 문제를 해결한 결과를 보고 평가하기에 타임 라인(time line) 상 현재시점이 아닌 과거시점(過去時點, past time-point)에서 사안을 본다. 하급공무원은 현실적 입장(realistic position)이라면 상급자는 법규적 이론에 가까운 입장이거나 혹은 정무적인 입장(theoretical and political position)이다.
특히 경제학자들은 과거 경제적 각종 현상을 과거사건을 현재시점 잣대로 분석해서 원칙이나 방정식을 도출한다. 따라서 경제문제가 해결되었거나 시장실패(market failure) 혹은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가 이뤄진 뒤에서야 비로소 분석의 면도칼을 들이대기에 과거 사실들이 현재시점에서 분석된다. 그 결과에는 반드시 시차적 오류(parallax error)가 생기게 된다. 과거 시점에 시행했던 담당 공무원의 사고와 현재 시점의 잣대는 많이 변동한다.
영리함과 지혜의 긍정적인 상징으로 부엉이 혹은 올빼미가 언급되고 있다. 1820년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Heidelberg University) 철학자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헤겔(Georg Friedrich Hegel, 1770~1831)은 자신의 ‘법철학 기본노선(Rechts die Philosophie)’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올빼미)는 황혼이 되어서야 비로소 비행을 시작한다(die Eule der Minerva beginnt erst mit der einbrechenden Dammerung ihren Flug)”고 했다.
따라서 오늘날 일자리 찾기에 혈안이 된 젊은이들, 지방자치단체장, 그리고 담당 공무원에게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자문은 “잠꼬대 헛소리(sleep talking nonsense)”로만 들린다. 이는 ‘일자리 잡기(job hunting)’라는 현실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구직자와 과거 경제적 현상 혹은 사실들을 현재의 잣대로 분석하는 학자 사이에는 i) 과거(過去)와 현재(現在)의 시점 차이가 있고, ii) 현실로 접하는 구직자와 과거경제적 각종 현상을 분석하는 학자들의 상이(相異)한 입장 혹은 타임라인(time line) 상에 시차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이론(혹은 자문)은, i)정책 입안 및 수립과정, ii) 정책의 현장시행에서 각종 여건 변화, iii) 실행정책(實行政策)의 결과평가 및 환유(環流, feedback)를 통한 개선·발전 과정들이 있게 된다. 이는 정책입안자 혹은 국정(시정) 현장의 공무원들이 하는 현실적인 고민이다. 이론과 현실이 다름을 우리나라에서 최고 엘리트라는 대학교 총장들도 국무총리로서 현실적 국정에서 정책실패(policy failure)를 많이 했다.
◇그래도 노벨상 수상자의 말은 영향력과 설득력이 크다
인류에 대한 공헌을 기반으로 시상하는 노벨재단이 지난 2010년에는 지구촌 인류의 ‘일자리’에 대해서 주목해 i) 정책과 실업 관계, ii) 노동시장을 분석 연구한 경제학자 3명을 공동수상자로 선정했다. iii) MIT 교수의 피터 다이아몬드(Peter A. Diamond, 1940년생), 노스웨스턴대학교 테일 모텐슨(Dale T. Mortensen, 1939년생), 그리고 런던 정경대학 크리스토퍼 피서라이즈(Christopher A. Pissarides, 1948년생) 교수가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들 수상자의 연구실적을 노벨재단의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요약하면, i) 피터 다이아몬드는 공동수상자 3명이 공동으로 탐색시장(search market)을 위한 이론적 프레임워크(theoreticalframework)에 대한 연구를 했다. 모델링(模型化, modeling)을 통해 실업(失業, unemployment), 일자리의 공석(job vacancies), 임금 규제(wage regulations)와 경제 정책(economic policy)에 끼치는 영향을 계측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ii) 탐색 시장(search market)이란 고용주가 근로자를 찾고 구직자가 일자리를 찾을 때, 그들은 즉시 서로 찾지 못하고, 탐색과정을 갖게 된다. 이런 탐색 활동에서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고, 시장의 마찰은 덜 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심하게 말해서는 일자리가 아무리 넘쳐나도, 구직자는 구직난에 허덕이게 된다. iii) 재정적(財政的) 혹은 경제적(經濟的)인 각종 법제적 규제(various legal regulations)와 현실적 경제 정책이 실업, 구인공석, 임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런 탐색 시장은 주택시장(housing market)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COVID-19 Pandemic)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미래의 일자리 혹은 먹거리까지는 걱정하지 못했다. 그런데 후진국이라고 생각했던 아프리카에서 특히 2021년 5월 18일에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 대학교(University of Pretoria)에서는 노벨상 수상자 5명과 “미래의 일자리(The Future of Work)”라는 논제로 온라인 대화를 개최했다. 참석했던 노벨상 수상자는 브라이언 슈미트(Brian Schmidt, 2011년 물리학상), 크리스토퍼 피서라이즈(Christopher Pissarides, 2010년 경제학상),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2001년 경제학상), 무하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2006년 평화상) 그리고 아브히지트 바네르지(Abhijit Banerjee, 2019년 경제학상) 등이 모여 i) 일하는 삶을 위한 ‘새로운 일상(New Normal)’은 뭘까? 일하는 장소의 다양성, 지구촌의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 코비드19 팬데믹(COVID 10 pandemic)이 지구촌 인류의 노동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등에 대해 지구촌의 젊은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