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이야기


3월이 되니 쌀쌀한 날씨지만 온 세상이 꽃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산수유가 노란색으로 먼저 인사를 하며 다가오니 반갑다. 홍매화도 만발하다. 수선화도 꽃망울들을 머금고 있다. 키 작은 수선화는 아주 선명한 노랑색을 선물하여 나를 즐겁게 했다. 과일나무들의 꽃들도 아름다운 모습들을 준비하고 있다.
복숭아나무들을 심어보니 선택을 해야했다. 단순히 꽃만 원하면 전지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탐스런 과일들을 원하면 전지를 해야한다. 자연이 준 선물인 꽃을 볼 것인가 아니면 경제성을 따져 과일을 취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선택해야 하는 고민의 시간을 갖는 것도 힘들게 심고 가꾼 노력이 있어서 가능하였다. 선택하게 하는 자연이 고맙고 고맙다.
내친구 뚜비
두꺼비 산란지로 유명한 망월지
동요 발표회도 같이 열기로
두꺼비 ‘뚜비’ 주제로 동요 만들며
노래에 대한 트라우마 사라져
◇동요 이야기
노래를 잘 못 부른다. 노래를 잘 못 불러 노래를 좋아하는 우리 문화와 조직생활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다. 노래는 못 하지만 그래도 흥은 있어 그 흥을 춤으로 대신하였다. 노래 부르는 중간 중간에 춤을 추어 노래시간을 메꾸기 위한 노력을 했다. 어떤 날은 노래를 좀 해보고자 어느 가수의 특정 노래를 수 십번 부르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것도 안 되면 그 날도 중간에 춤으로 시간을 채웠다.
그렇게 노래에 대해 힘들어하던 내가 자연과 생태에 관심을 가지니 요즘은 동요도 쓰보고 노래도 흥얼거린다. 자연이 고맙다. 동요를 쓰게 된 것은 나의 ‘나무가 하는 말’이란 시를 부산의 어느 퇴직교사가 6월 5일 부산문화회관 별관에서 동요로 부르고, 나의 생태춤을 마지막에 춰달라고 부탁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나도 한번 동요를 적어보자고 한 것이 시작한 계기다.
대구시 수성구의 망월지는 도심 두꺼비 산란지로 유명한 곳이다. 나는 두꺼비를 주제로 한 작은 축제를 기획하고 5월에 작은 두꺼비들이 나올때 축제를 할 생각이라 이날 두꺼비 동요 발표회도 하기로 했다. 고마운 일이다. 자연에 관심을 가지니 이런 날도 온다. 노래에 대한 트라우마를 없애게 되어 기쁘다. 다음은 대구 수성구의 두꺼비인 뚜비를 주제 동요다. 주제는 내 친구 뚜비이며 경쾌하고 힘차게 부른다. 먼저 망월지에 사는 두꺼비인 뚜비를 소개한다.
“뚜비 뚜비 망월지 두꺼비 뚜비 뚜비.” 다음은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다음과 같이 부른다. “뚜비 뚜비 (비온 날에? 뚜 뚜 뚜 뚜 비 비 비 비 뚜비 뚜비 노래해요.” 그 다음에는 두꺼비가 엉금 얼금 기어가며 춤추는 모습을 표현했다. “뚜비 뚜비 뚜~우 비 뚜~우 비 뚜비 뚜비 춤도 춰요.” 그리고 귀여운 친구 두꺼비를 이야기한다. “귀요미 내 친구 뚜비 뚜비 넘 좋아 좋아 뚜비 뚜비.”
1절의 마지막은 친근하게 “뚜 뚜 뚜 뚜 뚜 비 비 비 비 비 뚜비 뚜비 예 예” 2회 반복한다. 2절도 적었고 영어로 된 노래도 적으니 기분이 좋았다.

마름 활용법
음식 부족한 옛 시절 먹거리
신라 왕들이 제사 지낼때 사용
미국에서는 주로 볶아서 먹어
동요로 만들어 춤 추고 노래
위와 같이 동요를 적어보니 신이나 두 번째를 시도했다. 다음은 내가 지은 두 번째 동요인데 마름을 주제로 했다. 마름은 먹거리가 부족했던 우포늪 인근 마을 사람들에게 군것질거리로 이용되었고 기러기 등 새들의 먹이도 되어 온 고마운 수생식물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고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게에 걸쳐있다. 일본의 어느 생태관에서도 이 마름(말밤)을 본 적이 있다.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수년전 방문했을 때 큐레이트에게 마름춤을 보여준 적이 있다. 나의 춤을 보고서 그 큐레이트는 아아섬(awesome) 하며 매우 좋아했다. 경주에서 만난 미국텍사스 주의 축제 관계자는 쌀을 볶고(fried rice) 마름을 넣고 간장을 넣어 먹는다고 했다. 마름에 대한 새로운 음식 이야기다. 전 세계인들이 마름을 먹는다는 것이 신기하다. 경주에서는 마름을 신라 왕들에게 제사 지낼 때 사용한다면서 나에게 부탁해 보내 준 적도 있다. 이렇게 마름(말밤)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사투리 동요 이야기
우리나라에서는 서울과 지역의 언어를 표준어로 사용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 지역 언어를 표준어를 정한 때가 1930년대라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표준어만 중요시되고 표준어만 가치 있다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나이가 드니 지역 언어인 사투리의 가치를 조금씩 느끼게 되었다.
근래에 사투리와 인연을 맺게 된 일들이 있었다. 첫째는 외할아버지인 하재승 선생의 ‘여사소학’이라는 책이다. 외할아버지께서 여사소학이라는 책을 1930년에 지으셨다. 한글학회 회장을 지낸 김주원 전 서울대 교수에게 보여드리니 아들인 김태우 교수에게 주어 그 책으로 2권의 논문이 나왔다. 그 책이 가치가 있는 것 중의 하나가 1930년대 창녕 지역의 언어로 쓰여져 지역어가 많아 가치가 있다는 것이었다 .
사투리와 인연을 갖게된 두 번째는 김춘수 시인의 고향인 통영 사투리로 쓴 ‘앵오리’라는 시이다. 경남 통영에 관광상품 평가를 위해 방문했는데, 김춘수 시인의 본가 담벼락에 쓰여진 김춘수 시인의 앵오리라는 시를 읽고서 감동을 받아 시를 지었다. 나는 앵오리가 동네를 가르키는 행정 단위 이름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김 시인의 제목인 앵오리는 잠자리였다. 집에 돌아와 ‘내 고향 우포에서는’이란 긴 제목의 시에 우포늪 주민의 언어로 시를 지으며 흐뭇해했다.
세 번째는 우포늪 인근 마을 주민들의 사투리와 표준어를 비교해 ‘그게 그거’라는 제목으로 동요를 지은 것이다. 동요 1절은 표준어와 사투리로 2절은 사투리가 먼저 나오고 표준어가 나온다. 다음은 그게 그거라는 동요의 가사다. (그게 그거는 같다는 뜻이다. 표준어로 마름이라는 수생식물은 주민들이 물에서 나는 밤이라는 뜻으로 말밤이라 부른다. 손녀는 표준어인 마름이라 하는데, 할머니는 지역어인 말밤이라 부르는데 그게 그거라는 같은 뜻이다.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포에 손녀 손녀 마름 마름/ 우포에 할매 할매 말밤 말밤 / 마름이나 말밤이나 그게 그거 그게 그거/ 마름이나 말밤이나 마름이나 말밤이나 그게 그거.”
나는 김춘수 시인의 앵오리 시를 접한 뒤 우포 지역의 사투리로 시를 지어도 보고, 위와 같이 동요도 지어보았다. 이처럼 사투리는 콘텐츠의 다양성에 기여한다. 사용하기 나름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에게 들은 말들을 지금의 말들과 비교하고 적어보자. 그리고 김춘수 시인처럼 시를 적어보자. 자기 지역의 말로 시도 짓고 위에서처럼 동요도 지으면 재미있고 의미도 있지 않을까?
작으나마 기록문화에도 도움이 되고 치매 예방에도 도움 되니 이 또한 좋지 않은가? 내가 사는 지역 사투리로 지은 자신의 시로 시 낭송도 하고 연습하여 지역의 시낭송 모임에서 발표도 하며 준비가 되면 사투리대회도 나가보면 어떨까?
나는 외할아버지의 책 이야기, 시, 그리고 동요로 올해 있을 이야기(스토리텔링) 대회나 사투리대회에 참가해 볼 생각이다. 그 생각을 하니 기쁘고 즐겁고 기대된다. 고향과 지역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기록하며 부모님의 말씀도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따뜻해지는 봄이다. 부모님의 산소에 가서 겨울을 뚫고 나온 작은 야생의 풀들도 보고 작지만 이쁜 꽃도 심을 생각이다.
노용호<한국생태관광연구원장·경영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