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 극대화 전략 필수
과거 기능·생산성 집중했지만
현재 패키지·스토리도 중요해져
개성있는 브랜드 가치 향상 필요
지역 기반 색다른 정체성 구축을

몇 해 전부터, 농업 분야에서는 1차(생산) 산업을 넘어 2차(가공)와 3차(서비스) 산업을 융합한 ‘6차 산업’이 주목받으며 관련 시장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원물 판매를 넘어 가공식품 개발, 체험 프로그램 운영, 관광 상품화 등의 방식으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농업 분야는 디자인과 마케팅 요소를 접목해 소비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 학교 및 지원 기관에서 필자와 같은 소상공인 브랜드전문컨설턴트 및 브랜딩전문가의 강연을 초청하는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농업학교, 청년 귀농인을 대상으로 한 브랜딩강연을 통해 농작물을 상품화하는 실습 및 창업교육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농업계에서 지역 로컬 상품화를 도하고, 글로벌브랜드로 육성하고자 하는 주체의 연령대가 더욱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농업계의 온 오프라인 마케팅 활성화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30~40대 젊은 귀농인이나 청년 농부들이 주력이었다면, 지금은 10대~20대의 더욱 젊은 Z세대와 MZ세대로 연령층이 낮아졌다. 이들은 제품을 선택할 때 개성과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기존의 보수적인 농산물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방향으로 브랜딩하고 마케팅하는 것이 보다 능숙하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SNS 바이럴 마케팅은 제품을 직관적으로 홍보하는 데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감각적인 비주얼 콘텐츠, 짧고 재미있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함께 소통을 나누며 브랜드를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농작물과 농산업의 디자인적 접근도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전통적인 농산물은 기능성과 생산성이 중시되었지만, 현대 소비자들은 제품의 스토리, 감성, 패키지 디자인 등을 고려하여 구매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농작물 자체의 개성을 살리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필수적인 되었고, 소비 타겟층의 연령 역시 많이 낮아졌다. 농산물의 브랜딩은 기본적으로 로컬 특수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아이덴티티’ 구축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핵심 요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토리텔링·패키지·제품 강화
친환경농작물브랜드 ‘어글리어스’
못난이 과채에 스토리 더해 인기
첫 번째, 스토리텔링이다. 소비자들은 단순한 제품이 아닌 ‘경험’을 구매한다. 농작물의 생산 과정, 지역적 특색, 농부의 철학 등을 강조하면 제품에 감성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토양과 기후에서만 재배되는 희귀 농산물이라면, ‘이곳에서만 자라는 특별한 작물’이라는 스토리를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부산의 대저 토마토의 스토리를 빼놓을 수 없다. 일명 ‘짭짤이 토마토’라고 불리며, 과거에는 상품성이 없는 토마토로 여겨져 버려졌지만, 오히려 이러한 특징을 스토리로 살려 브랜드 성공을 이루었다. 3~5월 한 철 시즌만 반짝 맛볼 수 있는 ‘단짠단짠한 바다소금을 머금은 토마토’로, 심혈관 질환 예방에 좋은 나트륨과 칼륨이 풍부하여 특별한 맛은 물론 건강에도 좋아 인기이다. 짭짤이 토마토가 나오는 시기보다 미리 예약 주문을 하는 마니아층 소비자들이 형성되어 있다.
친환경 못난이 농작물 ‘어글리어스’브랜드도 있다. 무농약 유기농으로 건강을 생각해 재배되었지만,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버려지고, 헐값에 팔리던 농작물들을 모아 ‘못난이 농산물’이라는 스토리텔링의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농산물의 겉모양이 아닌 영양과 맛을 강조하였다. 어글리어스는 서비스 출시 3년만에 가입자 20만명, 누적 판매량 150만 kg을 넘겼으며, 재구매율 88%에 달하는 성과를 만들었다. 30개 남짓했던 협력 농장은 3년 만에 400곳으로 늘어났다. 단순히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유통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비전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
충주 전통주브랜드 ‘댄싱사이더’
민화로 현대 감수성·전통 확보
두 번째, 패키지디자인이다. 최근에는 친환경 패키지, 감각적인 컬러 구성, 현대적인 그래픽 요소를 활용한 디자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히 식재료로서의 농산물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 제품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하면 소비자의 신뢰도와 관심을 높일 수 있다.
충주에서 탄생한 로컬 브랜드 ‘댄싱사이더’가 대표 사례이다. 충주에서 난, 자잘하거나 흠이 있어 팔리지 못한 사과의 즙을 활용하여 맥주용 효모와 함께 발효한 술을 빚었다. 알코올 10% 베이스의 와인 혹은 칵테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소주와 맥주에 국한되어 있던 한국의 주류문화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더구나 ‘한국적인 맛’이 나는 칵테일이 핵심이다. 댄싱사이더는 즐겁고 경쾌한 주류문화를 스토리컨셉으로, ‘즐거움이 묻어나는 술’의 이미지를 담은 민화를 현대적 감성의 일러스트 라벨디자인으로 패키징한 것이 주요 특징이다.
술병의 형태는 물론, 알록달록한 컬러감의 라벨링, 호랑이와 닭이 춤을 추는 듯한 익살스러운 라벨링이 트랜디함과 전통성을 모두 담고 있어 각종 지역 축제에서도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호평을 받는 이색적인 브랜드이다.

재배작물 테마로 굿즈 등 제작
농장서 패션·뷰티 협업 사례↑
소비자와 소통하고 신뢰 확보
세 번째,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트렌디한 제품 개발이다. 단순한 원물 판매에서 벗어나 가공식품, 굿즈 상품, 컬래버레이션 제품 등을 통해 젊은 소비층과의 접점을 확대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딸기 농장’에서 직접 만든 딸기 청, 딸기 향이 나는 캔들, 딸기 테마의 의류 및 액세서리, 캐릭터 이모티콘 등을 함께 판매하는 방식이다. 농산물을 소재로 한 키 링 인형도 요즘 MZ세대에 인기이다. 작고 귀여운 인형은 가방에 달고 다니는 필수 템으로 여겨진다. 고구마, 쌀, 감자, 옥수수, 대파 등 작물들이 귀여운 캐릭터로 탄생하여 친근하게 일상속에 들어왔다.
이처럼 디자인과 마케팅을 통한 농업 분야의 젊은 층 공략이 더욱 활발해지며, 이색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농장물의 변신도 잇따른다.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협업하여 농산물을 색다르게 재해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한라봉 농장에서 한라봉 향을 활용한 핸드크림, 룸 스프레이를 출시하여, 감각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스토리를 결합해 소비자의 흥미와 지속적인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소통하면서 커가는 친근한 농산물 브랜드가 오늘날의 핵심 키워드이다. 때문에, 농장 체험, 팝업스토어, 전시회 등을 활용하여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외 농작물 및 관련 제품의 브랜딩 성공 사례를 통해, 스토리텔링, 디자인, 마케팅 전략이 소비자와의 정서적 연결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전략들은 농업 분야에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소비자들의 신뢰와 충성도를 확보하는 데 기여하기에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계 및 유통의 발전을 위해, 더불어 우리 로컬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겨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