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홍란 시인·문학박사
매일 아침 일어나서

나는 내 자신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나는 아직 살아 있다.

이것은 기적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짐 캐리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새벽잠에서 깨어나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를 살펴본다. 잠시도 쉬지 않는다. 들숨과 날숨을 교환하며 호흡하고, 눈을 깜빡이고, 손발도 쉼없이 움직인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내부 장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움직임이 활발한 동물만 그러할까? 식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제와 오늘의 성장이 눈에 띄게 다름을 알 수 있듯 외부 자극에 반응해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이처럼 살아 있는 것은 움직인다는 것이다.

움직인다는 것은 대화이다. 시간은 물론 공간과도 대화한다. 대화는 사람에 따라 더없이 섬세하고 체계적이다. 그러나 화자들은 모두 바람이 달라서 끝없이 다투기도 한다. 『살아 있다는 것』의 저자 김성호 작가는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한다. “내가 태어나려면 정자와 난자가 3억분의 1의 확률을 뚫고 만나야 한다. 그 많은 사람 중 내 부모가 만나야 하고, 그 많은 날 중 꼭 그 날이어야 한다.”

저자는 “다양한 생물들이 치열하고 간절하게 살아가듯 나 자신을 사랑하며 살아가자”고 말한다. ‘기적과도 같은 나 자신으로 나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가장 확실한 표현이다. 30여 년째 자연과 가까이하며 생명을 관찰한 김성호 작가는 다채로운 생물들이 치열하고 간절하게 살아가듯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인간, 바로 우리 스스로 나 자신을 사랑하며 살아가자고 힘주어 말한다.

저자는 “나는 살아 있다!”라는 감각을 나누고 싶어 책 『살아 있다는 것』을 썼다고 한다. 생명의 탄생은 말 그대로 기적이다. 한 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고, 순서와 체계대로 세포 분열이 일어나고, 100조 개의 세포가 서로 소통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바로 ‘나’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공존하는 수없이 많은 생명들도 나와 같은 기적의 존재들이다. 이러한 신비한 기적을 실감하면서 나로 살아가고, 또 살아 있는 것들과 눈 맞추며 살아야 한다. 그것이 살아 있음의 의미 아닐까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언제나 어렵다. 그래도 치열한 경쟁과 자극적 매체에 익숙해진 십대뿐 아니라 방황하며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중,장년층, 다시 제2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노령층 등 모든 세대가 함께 고민하고 모색해야 하는 것이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찾기이다.

저자에게 ‘살아 있다는 것’의 특징은 따듯함이다. 변온 동물은 아무리 추운 환경이라도 죽지 않는 한 따듯하다. 반대로 죽음은 싸늘하게 식는 것이다. 바로 ‘살아 있는 것’은 ‘따뜻하게 데우는 일’이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움직이기 위해 먹고, 움직이기 위해 비우고, 또 채우는 일을 하며 몸을 일정하게 데우는 작업으로 우리는 살아있는 것이다.

‘살아 있는 것’ 중 가장 정교한 체계를 가진 것 인간의 몸이다. 각 세포가 연결돼 기관이 되고, 기관이 모여 기관계가 되는 체계를 이룩하고, 빈틈없이 소통하면서 기능하는 과정은 놀랍도록 정교하고 역동적이다. 거기다 인간의 몸은 100년 가까이 쓰면 내구성 또한 엄청나게 강화된다.

‘살아 있는 것’의 세계는 고요한 것처럼 보여도 치열하다. 동종의 경쟁도 치열하지만, 동물과 식물 사이에도 다툼과 경쟁은 끝없이 이어진다. 더 나은 위치, 더 많은 햇빛, 더 많은 먹이를 얻기 위해 다투고, 그 다툼은 아픔과 상처의 흔적을 남긴다. 그러나 살아 있다는 것을 결코 멈추지 않는다. 다툼 속에서도 공존의 지혜를 발휘하며 살아간다. 벼과식물인 가라지조는 동물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사상균에 감염된 채로 진화하고, 콩과식물은 뿌리혹박테리아와의 위험한 공생을 통해 질소를 얻는다.이처럼 모든 생명체는 살아 있는 당연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분투한다. 강을 거슬러오르는 연어 몸이 너덜너덜해지도록 헤엄치고, 흑두루미는 영하 25도 들판에서 무리를 위해 뜬눈으로 보초를 선다. 매 순간 간절하고 치열하게 살아 있는 모습을 눈앞인 듯 생생하게 들려주는 생명 메시지는 생생하고 치열하다 못해 경이롭다.

내가 나로 살아가는 것은 세상에 단 한 번뿐인 기적이다. 나 자신으로, 나를 사랑하며, 나를 가꾸며 살아가는 것은 바로, 기적의 꽃을 피우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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