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친화 브랜드 아이덴티티 조건
데이터 기반 디자인 시스템
자동화·확장성 갖춘 시각 언어
학습하기 쉬운 구조화된 자산
디자이너, 전략적 설계자 돼야
AI 제작 결과물 정교하다해도
인간의 해석·감각 없으면 ‘공허’
AI에 없는 감각·해석력 키워야

2025년 현재, 브랜드 디자인의 패러다임은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다름 아닌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있다. 이미지, 텍스트, 영상, 심지어 UX/UI까지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이 인공지능은 디자이너의 도구를 넘어, 브랜드의 얼굴을 형성하는 창작 파트너로 진화 중이다. 하지만 질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AI가 만든 브랜드는 ‘브랜드’다울 수 있는가?” Midjourney, ChatGPT, Runway, Figma AI, Adobe Firefly...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들이다. 특히 브랜딩에서 이미지나 서사, 톤앤매너가 중요한 만큼, AI의 참여도는 갈수록 커진다. 예를 들어, 신생 브랜드 런칭 시 생성형 AI를 통해 수십 개의 로고 시안과 슬로건을 몇 분 내로 제안받고,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A/B 테스트를 거쳐 브랜드 방향성을 결정하는 일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생성형 AI는 인간이 원하는 미묘한 니즈와 감성, 아주 디테일한 퀄리티를 구현하는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은게 현주소이다.
브랜드에는 ‘인간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해도, 브랜드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에서 시작된다. 브랜드의 서사와 태도, 목소리는 여전히 디자이너의 ‘해석력’과 ‘감각’에 의존한다. 특히 이 영역은 아직도 인간 디자이너의 몫이다. 공감 기반의 브랜드 스토리 구성, 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아이덴티티 설계, 비언어적 정서 전달 (디테일한 뉘앙스, 불균형의 미학)이다. 결국 AI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큐레이션’하고 ‘브랜드다움’으로 재구성할 것인지는 디자이너의 고유한 역량인 것이다.
하지만, 생성형 AI의 도래와 급속도의 성장세로 인해 디자이너의 위치가 다소 염려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따르고 있다. 실제로, 디자인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 비전문가들도 디자이너가 다루는 편집도구를 곧 잘 활용하여 크리에이터로써의 활동뿐만 아니라, 수익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제 새로운 개념을 고려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바로 “AI 친화적 브랜드 아이덴티티”이다. AI가 이해하고, 재생산하고,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자신의 환경을 위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디자이너로써의 진화이자 선택이다.
필자는 AI 친화적 브랜드아이덴티티는 이 3가지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하나, 데이터 기반으로 설계된 유연한 디자인 시스템이다. AI는 감각이 아닌 패턴을 학습한다. 따라서 브랜드 디자인도 ‘개별 요소의 감성적 표현’이 아닌, 시스템 중심의 구조적 설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둘, 멀티플랫폼에서도 자동화가 가능한 확장성 있는 시각언어를 연구하고 사용해야 한다. 하나의 디자인이 여러 플랫폼에서 무리 없이 작동하려면, 비주얼 언어 자체가 유연하고 확장 가능해야 한다. 특히 생성형 AI는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채널(웹, 모바일, SNS, 패키지 등)용 콘텐츠를 자동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코카콜라는 ‘Real Magic(진짜 마법)’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브랜드를 재정비했다. 리브랜딩을 통해 브랜드의 키 비주얼과 타이포그래피를 동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디자인 변경을 넘어, AI 기술과 디지털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변화를 반영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 도구는 사용자, 문화, 맥락에 따라 로고의 곡선, 색상 조합, 타이포그래피 레이아웃 등을 자동 조정할 수 있게 설계되었으며, 코카콜라 로고가 각 나라별, 캠페인별로 미세하게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또한, 코카콜라는 개인 맞춤형 광고, 디지털 포스터, 소셜미디어 콘텐츠 등을 제작하여 실시간 반응형 마케팅으로 사용자의 반응을 분석하여 리디자인에 지속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셋, AI가 학습하기 쉬운 구조화된 브랜드 자산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로고는 단순히 예뻐서는 안 된다. 다양한 해상도, 인터페이스, 기계 학습 환경에서 왜곡 없이 인식될 수 있는 구조를 가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브랜드 컬러와 서체도 AI가 일관성 있게 적용할 수 있도록 명확한 규칙과 예시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
이처럼, AI 친화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기획 개발하기 위해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전략적이 된다. 디자이너는 이제 더 이상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설계자이자 큐레이터, 그리고 AI의 협업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AI에게 정확한 ‘프롬프트’를 던질 수 있는 기획력, 결과물을 판단하는 미적 기준, 그리고 그것을 브랜드에 맞게 재구성하는 내러티브 감각. 이 세 가지가 디자이너의 새로운 역량이 된다. 우리는 더 이상 ‘창작의 주도권’을 AI에게 뺏긴 것이 아니라, 우리는 더 높은 곳에서, 브랜드 전략을 전체적으로 설계하는 디렉터의 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자동화 속에서 생성형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브랜드를 개발하고 구축해나가는 일은 여전히 인간 디자이너만의 감각과 철학이 필요한 영역이다. 브랜드의 성격을 해석하는 능력, 시장과 문화를 읽는 감각, 감성적 디테일을 조율하는 미학, 시각적 일관성과 확장성을 설계하는 구조적 사고 등. 즉, “AI가 해줄 수 없는 것”이 디자이너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디자이너들의 실무 작업 프로세스는 불과 2년 전과 오늘날 눈에 띄게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Before (기존 방식)
리서치 → 아이디어 회의 → 시안 제작 → 클라이언트 제안
브랜드 매뉴얼 수작업 제작
After (2025 실무)
프롬프트 작성 → AI 자동 생성 → 큐레이션 및 수정 → 피드백 기반 보정
AI 기반 실시간 브랜드 가이드 생성
디자이너의 업무는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고 판단하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 디자이너는 기술보다 감각으로 승부한다. AI는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디자이너는 정체성과 감정, 컨셉과 분위기를 조율하는 사람이다. 결국 브랜딩이란 ‘기술이 아닌 감각의 설계’임을 한 번 더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현시대의, 그리고 앞으로의 디자이너는 AI처럼 툴에 의지하여 표현력의 손을 빌리는 것이 아닌, 브랜드의 철학을 시각으로 번역하는 전략가이자, AI와 협업하는 프로듀서로 자리 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