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노화에서 중요한 개념은 노쇠다. 노쇠란 '노인이 내적, 외적인 스트레스에 취약한 경우이며, 반복적인 입원 치료 등이 필요할 정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를 말한다. 2020년 기준으로 고령인구 중 23.1%가 노쇠, 32.7%가 전(前) 노쇠 상태로 근력, 지구력, 균형 감각이 저하돼 고통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노쇠는 불가역적인 변화가 아니라 예방 가능하고, 회복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중앙정부 차원에서 '노화는 못 막아도 노쇠는 막을 수 있다'는 기조 아래 2026년부터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노쇠 예방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시작한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건강한 어르신을 대상으로 노쇠 예방을 위한 자기돌봄 역량 강화 노력과 더불어 노쇠한 어르신에 대한 노인 돌봄서비스 고도화 역시 중요한 과제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내년 3월부터 시행 예정인 지역 통합돌봄이다. 의료 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 돌봄 통합지원법)에 따라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이 사업은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하여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시·군·구가 중심이 되어 돌봄 지원을 통합·연계하여 제공하는 것이다.
통합돌봄은 이제 여건이 허락되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 해도 되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시행되어야 하는 법적 근거를 가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각각 분리돼 칸막이가 높았던 보건의료와 돌봄, 복지, 주거 문제를 하나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지역 통합돌봄을 책임져야 할 기초자치단체들 역시 테스트포스팀(TFT)을 꾸리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올해 중앙 정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공식적인 통합돌봄 시범사업을 하는 시군구는 전체 226개 중 5.3%인 12곳 뿐이고 재정 투입 없이 컨설팅 위주의 지원을 받는 지자체는 35곳에 불과하다. 시범사업으로 참여하는 대구의 지자체는 달서구가 유일하다. 그나마 예산 지원 없이 실시되는 기술지원형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중앙정부에서 시구군 통합돌봄 전담조직에 대한 표준 모델, 표준 조례안 등 업무 프로세스를 정리해 전국 지자체와 공유하면서 체계적인 준비를 하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지자체의 준비 소홀은 내가 사는 곳에 따라 누릴 수 있는 통합돌봄서비스의 양과 질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난 몇 년간 시범적으로 실시되어 온 통합돌봄 선도사업과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와 관련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 중의 하나는 통합돌봄 정책 실현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분절적으로 제공되어 온 서비스 분야 간의 연계와 협력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주민들의 존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공무원들의 노고와 민간의 서비스 제공과 협업, 이웃들의 관심과 도움이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는 어떠한가? 각 지자체들은 어떠한가? 기본적인 밑그림도, 프로세스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는듯하다.
착실한 준비에 나서주길 바란다. 특히 통합돌봄과 관련하여 재정, 인력지원이 성공의 열쇠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통합돌봄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재정과 인력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합돌봄 재가서비스 기관에 욕구사정, 서비스 연결, 사례관리 등을 담당하는 인력을 추가로 배치하여 대구형 통합돌봄 모델을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 또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역할도 기대한다. 정부 재정이 투입되지 않으면 각 지자체에서 실시되는 통합돌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시늉만 하게 될 것이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를 탓하고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만 바라보는 형국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