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박사
‘7세 고시’, ‘4세 고시’, ‘초등 의대반’ 등의 이야기들이 화제가 된 지 오래다. 학원 전단이나 홍보 블로그, 입시설명회 등에서 당당하게 학원의 비전(?)을 내세우기도 하고, 이미 방송가에서도 드라마, 육아 예능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사교육을 부추기는 형태의 말과 내용들이 그대로 전달되기도 한다. 유튜브에서도 숱하게 그러한 콘텐츠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한 국회의원이 요청한 초등 의대반, 4세 고시, 7세 고시 현황 조사 결과에서 대부분의 교육청이 해당이 없는 것으로 제출하였다지만, 학원가에 정말 그런 영어나 수학학원 입학시험이 소문일 뿐이라고 믿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이미 7세 고시 국민고발단은 이것이 심각한 아동학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전국 초·중·고 약 3천여 학생을 대상으로 통계청과 교육부가 공동으로 시행한 ‘2024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심각성은 이어진다. 학원, 개인 및 그룹과외, 방문학습지, 인터넷 강좌 등이 사교육비 조사 대상인데, 사교육비 총액, 사교육비 참여율, 주당 참여 시간, 월평균 인당 사교육비 등 모든 지표가 전년 대비 상승하였다. 사교육비 총액은 29조가 넘어섰고, 2007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대 수치다. 대구는 서울, 경기, 부산 다음으로 전국 대비 사교육 참여도가 평균을 넘는 수치인 점도 앞으로 대구시교육청이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특히 24년도에는 처음으로 유아 사교육비에 대한 시험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1인당 월평균 33.2만 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일반과목으로 가장 높은 비용을 들이는 교과는 영어 교과로 41.4만 원이다. 3시간 이상 반일제 학원 중 영어학원의 월평균 비용은 인당 154.5만 원이다. 아직 미승인 통계라지만 영유아까지 사교육비가 과열되어 있다는 현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극단의 입시 경쟁은 다양한 부작용을 낳는다. 사교육비 조사 결과 통계에서 드러난 집의 형편이 좋을수록 사교육을 더 많이 받는다는 사실은 현재의 대입 정책에 대한 공정성을 고민하게 된다. 이와 맞물려서 학부모는 공교육에 대해 신뢰하기 어려워하고, 어쩌면 잘못된 교육에 대한 신념을 확고히 하게 된다. 이에 대한 부담에 따라 저출산의 회복은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 학생들은 예전보다 더 많이 우울, 불안장애, 기분장애 등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2024년만 해도 2020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란다.

학생들의 정서적 건강과 이를 위한 교육정책의 추진과 실천도 중요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고민은 교육 시스템의 개편에 있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잘못된 평가가 결국 학교 교육이 본래 의도와 다르게 운영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과열된 사교육을 토대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그것이 좋은 교육이 결과로 엮어지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극단의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거꾸로 생각해서, 만약 과열된 사교육이 교육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그러한 방식으로 배우는 것은 참 평가에 소용이 없다면? 굳이 그렇게 공부하여 진학한 결과가 행복한 미래의 실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공교육에서 더욱 가치 있는 교육을 받고, 그것이 더욱 중요해진다면? 누가 만만치 않은 돈과 시간, 노력, 정신의 소모까지 들여가며 사교육을 받겠는가? 그런 것이 있는가,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하고 회의적인 생각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이 교육에 대한 다양한 가치, 올바른 나아갈 방향 등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좋은 출발일 수 있다.

세계에 어린이날이 있는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우리나라, 일본, 태국 등 국가 자체의 어린이날을 기념하고 있는 나라는 스무 국가 남짓이다. 어린이가 저마다의 권리를 존중받으면서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그래서 어린이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짐하는 날이다.

어린이날 연휴 동안에는 아이들이 더욱 행복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사회의 모든 어른은 이 아이들의 행복한 배움을 지켜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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