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을 중심으로 1970년대 이뤄진 사방사업을 포함한 대한민국 산림녹화 전 과정을 담은 총 9619건의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이는 많은 개발도상국이 참고할 수 있는 민관협력 국가재건 모범 사례이자 기후변화 대응, 사막화 방지 등 지구적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기록물로 평가 받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로 국제사회로부터 공인받은 바 있다. 이번에 국토를 푸르게 되살린 발자취 또한 미래 세대에 전할 인류의 소중한 자산으로 인정받게 되면서 우리 산림 정책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리게 돼 더욱 뜻깊다.
지금의 푸른 강산을 보며 자란 세대들에게는 조금 낯설게 들리겠지만, 반세기 전 만 하더라도 일제의 수탈과 한국전쟁의 포화, 무분별한 벌채 등으로 국토 전역이 민둥산으로 황폐화됐었다.
특히 포항 영일지구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산림 황폐화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손꼽혔다. 다른 지역과 유사한 인위적인 요인에 더해 식물 성장이 척박한 토양인 이암 분포 지역이 넓고, 강한 해풍과 적은 강수량 등 자연적인 요인이 겹쳐 마치 사막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중 복구대상지로 지목한 후, 1973년부터 1977년까지 5년간 연인원 360만 명, 묘목 2,400만 본 등이 투입된 전국 최대 규모의 산림 복구와 사방사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먼 거리에서 양질의 흙과 돌을 지게로 날라왔으며, 산세가 급한 지역은 한 가닥 산악용 자일에 의지해 공사를 하는 등 악전고투 끝에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4,500여ha의 척박한 산지를 완벽히 복원하고 자연 생태계를 되살려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거듭났다.
포항 흥해읍 오도리에 위치한 사방기념공원은 이렇듯 앞선 세대의 땀과 노력으로 단기간에 성공한 영일지구 사방사업의 성과를 기념하고 널리 전파하기 위해 사방사업 100주년을 맞이한 2007년 문을 열었다.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 사방역사관, 교육관, 체험장 등을 갖춘 사방기념공원은 어느덧 개관 20년을 앞두고 있다. 우리시는 이번 등재를 계기로 국토 녹화사업에서 포항 사방사업이 가지는 의미와 성과를 국내외에 더욱 체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시설과 인력을 확충하고 국가기관으로의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우리시는 사방사업의 정신을 이어 받아 지속가능한 친환경 녹색도시 조성을 위해 지난 2016년부터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도시숲, 둘레길 등 축구장 107개 규모인 76만㎡에 달하는 녹지공간을 확충했고, 2156만 그루의 나무를 새로 심었다. 또한 지자체 최다인 도시숲 5곳이 환경부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승인을 받는 등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국내외 녹색도시 조성·도시경관 평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위기 대응이 전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지금 산림녹화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단지 과거의 성과에 대한 기념이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전할 지속가능한 녹색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산림녹화 사업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포항만의 녹색정책을 실현해나간다면 세계적인 녹색 모범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