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기후위기시대
산불로 인한 손실 역대 최고치
평균기온 산업화 전보다 1.5도↑
ESG 제품 구매희망소비자 증가

올해 기상예보를 보면, 전 지구가 종잡을 수 없는 현상들로 앓고 있다. 우리나라 경상북도에서는 올봄 340년에 1번 꼴의 큰 산불이 무려 7일 동안 진화되지 않고 계속되었고, 일본과 태국,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발생하였다. 중국에서는 최근 130km 넘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달걀만 한 우박이 하늘에서 떨어져 차량이 망가지고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뉴스 내용은 마치 재난 영화를 방불케하는 소식들이 빈번하다. 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기후 위기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2025년 현재,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위협이 아닌 현재의 현실이다. 2024년에는 산불로 인한 산림 손실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항공 산업의 연간 탄소 배출량의 4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었다. 더구나,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아진 첫해로 기록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브랜드 디자인은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지속가능성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원칙을 통합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더 이상 ‘지속가능성’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과거에는 친환경 색상이나 재활용 심볼을 사용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전부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더 깊은 수준의 진정성과 투명성을 요구한다. McKinsey의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지속가능성과 ESG를 강조하는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으며, 이러한 제품의 판매 성장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현시대적 맥락에서 디자인의 역할 또한 근본적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디자인은 제품을 팔기 위한 포장이 아니라, 가치를 설계하고 메시지를 시각화하며 행동을 유도하는 전략적 도구다. 그리고 ESG는 그 설계의 중심 원칙이 되어야 한다. 디자이너는 환경을 보호하는 소재를 선택하고,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생산 방식을 고민하며, 투명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하는 위치에 있다. 즉, ESG 원칙을 ‘시각화’하고 ‘실천’할 수 있는 실행자이자 메시지 전달자다.
예를 들어, 단순히 리사이클 심볼을 넣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패키징의 두께를 줄이고, 잉크를 수용성으로 바꾸며, 분리배출을 고려한 구조로 설계하는 것, 이 모두가 환경적 책임을 실천하는 디자인이다. 각 나라들의 유명 브랜드들도 친환경 디자인 원칙에 따라 어김없이 동참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존 고객 및 신규 고객층에게 긍정적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환경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기업의 매출을 성장시키는 데에도 분명 시너지가 있다.
덴마크의 패션 브랜드 가니는 2023년에 절대 탄소배출량을 7% 감소시켰다. 이는 단순한 배출 강도 감소가 아닌, 실제 배출량의 절대적 감소를 의미한다. 가니는 소재 선택, 운송, 유통, 포장, 제품 수명주기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며,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의 보너스를 탄소 관련 KPI에 연동시키고, 기후 과학 교육을 실시하는 등 조직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성을 내재화하고 있다.

글로벌 친환경 디자인
가니, 2023년 탄소배출량 7%↓
본 홀츠하우젠, 비건 가죽 개발
제로 에너지 빌딩 中 펄 리버 타워
우루과이 출신의 디자이너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자신의 브랜드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끌로에(Chloe)에서 지속가능한 패션을 실현했다. 그녀는 2019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패션 업계 최초로 탄소 중립 런웨이 쇼를 개최했으며, 재활용 소재와 생분해성 포장을 도입했다. 또한, 끌로에를 B Corp 인증 기업으로 전환시키며,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삼았다.
캘리포니아의 소재 혁신 기업 본 홀츠하우젠(von Holzhausen)은 식물 기반의 비건 가죽을 개발하여 패션, 가구,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은 Apple, Dell, Tesla 등과 협력하여 지속가능한 소재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속 가능 경험 제공
소재 선택부터 제품 생산까지
사회적 책임 고려한 고민 필요
소비 이후 ESG 실천까지 설계
이제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한 디자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브랜드는 ESG 원칙을 디자인에 통합함으로써, 소비자와의 신뢰를 구축하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장기적인 친환경 디자인 사고와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친환경 디자인은 ‘보여주기’보다 ‘지속가능한 경험’이 중요하다. 진짜 지속가능한 디자인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게 해야 한다. 디자인 사고 기반의 경험은 ‘선택’을 ‘기본값’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 ESG 디자인은 소비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이 아닌 윤리적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된다.
예를 들어, 나이키의 ‘Move to Zero’ 패키지는 단순한 친환경 박스가 아니라, 사용 후 접으면 쓰레기통으로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디자인은 소비 이후까지 설계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 책임을 반영한 디자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발달장애인과 협업해 굿즈를 제작하는 브랜드, 노년층을 위한 가독성 높은 UX 디자인 등은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브랜드가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환경을 생각하고, 사람을 배려하며, 투명하게 행동하는 디자인만이 기후 위기 시대에 살아남는다. 진짜 지속가능성은 ‘그럴듯한 이미지’가 아닌, 현실을 바꾸는 디자인적 선택에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