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위한 권리가 바로 ‘교권’이다. 교권은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할 권리뿐만 아니라 전문직 종사자의 권리,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으로도 이야기된다. 대부분의 교권 침해는 학생과의 관계,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오게 된다.
정책 연구자들은 그동안 사회적인 충격을 주었던 교권 침해와 관련한 다양한 사안들 속에서 몇 번이고 정책을 만들게 하는 소위 ‘정책의 창’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정책의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번번이 창이 닫혔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학자들은 교권 침해와 관련한 사안들이 별 효과가 없었던 이유로 공무원 집단으로서의 교직 특성, 교원정책과 관련한 활동가의 부재, 학부모, 학생, 시민 등 다른 교육공동체의 인식 전환 부족 등을 짚고 있다. 또한 다른 연구 결과에서는 담임교사나 담당자 혼자 해결하도록 종용하는 학교 문화나 실질적 지원에는 역할이 없는 상급 기관 등 주요 원인으로 말하고 있다.
교권을 지속적으로 침해받는 학교 환경은 교직 사회 전반에 냉소주의가 팽배하게끔 한다. 존중받지 못한 교사들은 학교에서 어떠한 형태의 ‘의욕’도 가질 수 없게 된다. 냉소주의가 만연한 조직은 효과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그 목적과 결과를 달성하기 힘들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직 냉소주의는 공감대나 참여의식을 약화하는 것은 물론, 조직혁신에서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냉소주의가 만연한 학교의 교사들은 무관심, 체념, 소외, 불신, 실망, 좌절 등의 성격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반드시 학생에게 전이될 수밖에 없다.
교권에 대한 침해가 학생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연구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교사에 대한 폭력 등 교권 침해는 학생 지도 회피, 소극적 지도로 이어지며, 학생들에 대한 정서적 부담감에 거리감을 두고 자신의 교육적 생각에 따라 정상적인 방법으로 교육하기를 주저하게 되고, 학생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게 만들며, 학생 학교 적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등 학생에게 주는 피해가 적지 않다. 이는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도 밀접한 영향력을 가진다. 온전하게 교권이 보호받을 수 있는 정책은 단순히 교사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학습공동체의 성공을 위한 기본 요건이다.
지금까지의 각종 교권 침해의 사안에 대해서 가해자들은 사회적, 윤리적 의미를 바탕으로 도덕적인 비난을 받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렀다고 본다. 이제는 법률적 측면에서도 교권 침해에 대한 강한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원지위법 이후 교내 민원 대응팀 등이 생겼다. 그러나 학급 내에서 이미 관리가 어려운 학생을 교내 민원 대응팀이라고 격리 외에, 사실상 어떻게 뾰족하게 지원하겠는가 하는 것도 고민거리다. 악성 민원에 어떻게 체계적으로 대응하는가 하는 문제 또한 여전하다. 교권을 침해하고 수업권을 방해하는 학생을 즉시 분리하여 이를 관리할 사람도 있는가, 하는 현실적 문제도 여전하다.
이미 23년 교육부에서 실시한 온라인 설문에서 전국의 교원들은 교권 침해가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교권 침해 학생이나 학부모에 대한 처벌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 교원 4명 중 1명의 대답이 그러했다. 교권 침해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내부에서 대응팀을 만드는 정도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왜 각종 정책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데도 교권 침해의 사건들이 반복되는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