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인적 상처로 내방해서 상담을 받으신 여성분의 심리치료가 전번 주에 종료되었다.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두려운 마음으로 오셔서 심리치료가 끝나는 날 웃으며 나가시는 모습에서 진한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느낀 한 주였다. 개인적인 심리적 상처가 스스로를 괴롭히는 불신과 집착의 괴물을 키웠고 그 괴물이 자신을 잡아먹는 악순환의 연결에서 마지막 희망으로 저를 찾아오셨죠.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스스로 재생에 성공한 내담자에게 질문을 했다.
“저와 함께 한 여러 프로그램 중에 어떤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까?”
그 분은 집착과 관련한 프로그램과 집중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장 오래 동안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치료활동 중 집착은 자신의 실체를 바로 보게 하는 상담기법이고 집중은 어두운 집착에서 벗어나게 하는 상담기법으로 필자가 잘 응용하는 심리치료 기법이다.
우울증과 화병으로 찾아오시는 많은 분들이 가진 공통의 괴물이 바로 ‘집착’이다. 그래서 오늘은 집착이 낳은 불안을 확실히 날리는 치료법을 화끈하게 공개하겠다. 두 번 언급은 없으니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영업비밀이라 원래 공개를 잘 하지 않는데 이 시간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다고 하셔서 전격 공개합니다.
집착을 없애는 프로그램은 간단하지만 의외로 강렬하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듯 따라하시면 한 번의 실천으로 실전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준비물은 A4용지 위에 볼펜으로 종이를 가득 채워 그린 큰 하트 그림 2장과 여러 종류의 색종이 그리고 가위, 풀, 검은색 사인펜만 준비하시면 된다.
한쪽의 하트 문양 안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색종이(예: 노랑색)를 엄지손가락 첫째 마디 정도의 직사각형 크기로 잘게 잘라 하트그림 안을 가득 채웁니다. 이를 A라고 합시다. 그리곤 다른 하트 문양 안에는 자신이 싫어하는 색(예: 갈색)으로 역시 같은 크기로 잘게 잘라 이번에는 뒷면을 풀로 붙여 문양 안을 가득 채웁니다. 이것은 B라고 합시다. 그런데 B는 A와 다르게 풀로 딱 고정해서 붙여야 합니다. 그리고 풀로 붙인 색지 위에 사인펜으로 우울증과 화병의 원인이었던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단어로 담담히 적어봅니다.
그리고 다시 A로 와서 자신이 좋아하는 색지로 가득채운 하트모양을 자세히 보면서 천천히 손으로 색지들을 한데 모아 보았다가 다시 흩트렸다가를 반복해 봅니다. 그리곤 색지를 모두 깨끗이 치워보십시오. 어떻습니까? 깨끗해졌지요! 풀로 붙여지지 않는 색지는 자신이 마음대로 통제 할 수도 있고 또 깨끗이 비워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또 다른 색으로 얼마든지 채울 수도 뭔가를 만들 수도 섞을 수도 있습니다. 좋은 것은 상처대신 추억과 아름다운 잔상을 남깁니다.
이젠 B로 돌아오겠습니다. 시간이 조금 흘렀죠. A4용지 위에 풀로 붙인 부분을 조심스럽게 모두 빠르게 뜯어내기 바랍니다. 종이가 찢어져도 과감히 뜯어내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뜯어낸다고 해도 풀로 붙인 색지는 A4용지와 함께 붙어 있기 때문에 매우 흉하게 뜯겨집니다. 검은색 사인펜으로 적은 부정적인 글자의 흔적까지 흉하게 남기면서 말이죠. A4용지 위에 남겨진 흉한 흔적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많은 생각이 들겁니다.
풀로 붙여진 싫어하는 색지는 우리들의 집착이며 찢겨진 A4용지는 자신의 모습인 동시에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집착의 끝은 자신과 주변인들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죠.
법정스님께서 지인에게 선물로 받았던 난초. 많은 정성으로 애정을 갖고 키웠지만 결국 그 난초가 집착의 대상임을 깨닫고 3년 동안 키운 난초를 친구에게 주던 날 서운함보다는 홀가분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 집착은 내가 붙인 풀처럼 지독한 흔적을 남깁니다. 집착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딱 한 가지 ‘집착’을 풀로 붙이지 않는 나의 행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