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며 살아가는 자연 이야기

◇뻥과 빵 이야기

지난 5월 말에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에 다녀왔다. 우포늪이 있는 창녕문화원의 자매기관인 가고시마센다이시 문화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가고시마센다이 시(市) 제20회 예능제에 초청되어 우포생태춤을 공연했다.

일본 방문 첫날의 첫 일정으로 구마모토시에 있는 학문의 신을 모신 태재부라는 신사에 갔다. 가이드가 말했다. “백제의 왕인 박사 후손이 학문으로 동경에서 존경받다가 구마모토로 귀양을 갔습니다. 귀양 온 이분을 모시는 이 신사에는 그분을 그리워해서 동경에서 하늘을 날아온 나무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신사에서 그 매화나무를 보여주었다.

처음 들을 때 허허하고 웃었다. 기가 찼다. 하늘을 날아온 매화라고? 이것은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너무 과장해서 그냥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뻥(뻐엉)이다. 말도 안되는 것이고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사실이 아닌 비즈니스만 생각한 상술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더 조용히 생각해보니 그게 그냥 뻥으로만 여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첫째 학자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 학자의 대단함을 나타낸 것이다. 둘째, 뭔가 할려고 하는 노력이 대단하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 학자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웃으며 봐 줄 수도 있지 않나고?

그 신사의 안으로 들어가니 붓의 무덤인 필총(筆塚)이 있었다. 사용한 붓을 묻은 곳이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일본어를 이해하지 못해 정확히는 모르지만 한자어를 보니 붓을 묻고 형태를 조각으로 나타내고 그 밑에 비석으로 나타내었다. 돌아가신 사람을 묻고 무덤을 만들어 받드는 것은 여러 곳에서 보았지만 붓을 묻고 붓의 형태를 만들며 비석을 세운 것운 처음 보았다. 독특하고 차별성이 있었다. 멋진 생각이라고 감탄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아주 좋은 글쓰기 대상이 되었다. 아주 작은 것을 귀중히 여긴다는 일본인의 문화를 현지에서 다시 체험한 셈이다.

한국의 어느 유명한 습지가 생각났다. 그 유명한 습지를 보러 대통령이 3명이 왔고, 많은 연예인들이 와서 영화 촬영하고 텔레비전에 방송했고 지금도 사람들이 많이 오는 멋진 곳인데 그 사람들에 대한 표지판이 하나도 없다. 일본의 그 신사와는 완전 다르다. 아무것도 없으니 이것은 빵(빠앙)이다. 그래서 생각하다가 ‘뻥과 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뻥이 낫나? 빵이 낫나? 아니면 빵이나 뻥이나 그게 그거인가?
 

사진2
줄기가 파이고 이끼가 낀 나무에서 공생의 의미를 배운다. 자연은 배척하지 하지 않고 포용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스승이다.

 

나무 이야기

오랜 세월 비바람에 형태 변해

이끼 끼고 상처 받은 나무처럼

사람도 살아온 삶 얼굴에 나타나

각자 나름의 멋을 가지고 있어

◇파이고 이끼 낀 나무 이야기

일본 방문 중 가이드의 상세한 설명 중 기억나는 하나는, 일본인들이 완벽하지 않는 것 즉 불완전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조선의 막사발이 아주 멋지지 않아도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나무도 예외가 아니다. 나무가 오랜 세월 비와 바람맞아 가면서 고목이 되고 몸체가 파이고 몸체에 파란 이끼들이 맺혀 나무와 이끼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그 모습에 감탄한다고 하다. 나무의 중간이 파이고 이끼가 낀 나무를 보면서 감탄하는 것은 일본인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 사람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포늪의 물가에서 많은 이끼들이 덮힌 왕버들을 보고 감탄한다. 어느 날 같이 간 일행 중 한 사람은, 그 나무에 사는 비 온 뒤 이끼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사진도 찍은 뒤 만족하고 자랑스러워하며 나에게 보여줬다. 그렇게 함께 공생하는 왕버들나무와 이끼들을 보며 감탄하고, 사람과 연결시켜 나무 인문학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나무는 살아가면서 비와 바람과 태양에 형태가 변한다. 살기 위해 햇빛을 따라 이리저리 모양이 변해가야 하고 이끼가 끼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사람도 영원하지 않다. 윤기 나는 20대의 피부도 살면서 나이가 들면 주름살이 생기다. 눈도 침침해진다. 하지만 그가 살아온 삶이 얼굴의 표정에 나타난다. 돈을 들여 수술을 하지 않아도 잘 생기지도 않아도 나름대로의 멋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나무의 줄기가 파이는 아픔을 우리 인간도 겪는 경우가 많다. 나 자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부모님이나 형제 그리고 나아가 내가 사는 사회가 걱정되기도 하고 슬픈 일을 겪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파이고 갈라진 나무는 이끼를 안고 살아가면서 또다시 다른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완벽하지도 않고 이끼라는 존재를 평생 업고 살아가는 갈라진 나무를 보면서, 우리 인간들도 타인들과 조화롭게 공생하고 감사하게 살아가는 힘을 생각을 준다. 고맙다. 우리 주위의 나무들을 보면서 그냥 스쳐 지나치지 말고 유심히 보고 나와 연결시켜 보자. 그런 행동이 하나 둘 쌓이면 나도 여러분도 나무 인문학자가 되지 않을까?

유아숲체험원

어린시절 자연과 놀던 추억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

어린이들과 자연 체험 활동

내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성암산의 유아숲체험원 이야기

나무가 많은 숲을 걸어가면, “아! 정말 좋구나. 살아있음이 이렇게 좋고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한다. 어느 날 경산의 유아숲체험시설에서 어린이들이 체험학습을 하는 것을 보았다. “이 애들은 참 복이 많은 아이들이구나. 그래 어린아이들부터 숲을 체험하고 교육받는 것이 정말 필요하고 중요하지”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평생 동안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아숲체험원을 통해 유아들은 휴식과 정서적 안정감,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고 숲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며칠 전 경산시에서 유아숲체험원을 운영하는 젊은 남자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시작한 계기가 “군대를 제대하고, 유아교육을 전공한 터라 2011년 경북 경산에 위치한 대신대학교 부설유치원을 위탁 경영할 수 있는 기회를 가는데 그때부터 바른 먹거리, 인성교육, 숲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며 “당시 남자 유치원 교사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 되지 않은 시기였던 터라 남자 유치원 선생님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2014년 경북 경산에 위치한 성암산 산지 6천 평을 경매받아 ‘성암산 우리들유아숲체험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 공간을 활용해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각종 숲속 체험시설을 조성하여 경산시 1호 민간 유아숲체험원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원생들을 모집하여 주말 숲체험 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1년 중 8개월 운영되며 어린이 30명에 강사 6명 정원으로 구성된단다. 자연을 이루는 요소들의 계절별 변화를 주제로 선정하여 매주 다른 활동의 수업을 진행하는데, 1년에 32회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고 했다.

숲 교육 자체가 이색적이고 독보적이기에 이를 활성화시켜 경산의 명소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숲체험 휴양림으로의 확장으로 교육 분야로 밖에 활용하지 못하는 산림자원을 관광, 산업 분야까지 활용하여 그 숲의 귀중한 가치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30대의 성민용 원장에게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남자 유치원교사에 대한 인식 개선을 통해 종합적으로 더 잘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숲을 사랑하고 숲과 공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안내해주는 가이드 역할로 진정한 숲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숲전도사가 되겠다는 각오로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세계적으로 이상기온으로 몸살을 앓는 기후위기시대에 살고 있고,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70%가 산지다. 산의 숲을 잘 활용하여 교육과 연결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기회가 된다면 생태춤과 자연 노래 부르기 등 내가 할 수 있는 체험활동으로 숲의 천사 같은 아이들에게 봉사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기성 세대들은 어린 시절 흙과 자연에서 놀던 추억을 갖고 있다. 자연에서 놀던 그 추억의 향수를 활용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고 재미있는 자연 선생님으로 다가가면 어떨까? 처음에는 봉사로 시작하다가 체질에 맞으면 자연 놀이 전문가가 되고 친구와 함께 소일하며 약간의 돈도 버는 창업으로까지 진화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린이들과의 자연 체험 활동은 내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노용호<한국생태관광연구원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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