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삼 대구한의대학교 교수

자신의 신념을 달성하기 위해서 치욕과 절망스러운 상황을 견디고 이겨내며 때로는 넘어서는 사람을 우리는 ‘초인’ 즉, 자신을 극복한 사람이란 의미로 ‘overman’이라고 부른다. 영화 <쇼생크탈출> 속 주인공 앤디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영화가 아닌 실제 이런 사람의 사례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2008년 스웨덴 하프 마라톤 경기 때 실제 일어난 일이다. 당시 4만 여명의 참가자 중 19살 미카엘 에크발이란 청년이 있었다. 미카엘에겐 그 대회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 대회라 오랫동안 준비했고 컨디션도 매주 좋았다. 그런데 아침에 간단하게 먹은 것이 음식이 잘못되었는지 상상할 수 도 없는 일이 달리는 도중에 발생했다.

출발한지 겨우 2km 지점에서 배에 신호가 온 거다. 그냥 신호가 아니라 100% 화장실로 직행해야하는 안타까운 신호였던 것이다. 자! 이쯤에서 저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 선수가 미카엘이 아니고 만약 여러분들이라면 여러분들께서는 어떤 결정을 내리겠습니까? 필자는 가끔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이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물어본다.

많은 학생들이 고민을 하지만 결정은 쉽게 내린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자신들에게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4가지 중 하나를 고르게 했다.

첫 번째는 내가 어떻게 준비를 했는데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달리는 도중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빨리 볼일을 보고 다시 뛴다.

두 번째는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어떻게 숲에서 볼일을 보나 뛰다가 건물로 들어가 양해를 구한 후 볼 일을 보고 다시 뛴다. 세 번째는 어차피 컨디션은 깨어졌는데 어떻게 뛸 수 있나 깨끗이 포기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네 번째는 나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볼 일을 보면서 달리겠다.

이 4가지 선택지에서 거의 90%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1번이나 혹은 2번을 선택한다. 그리고 나머지 10% 학생들이 3번을 선택한다.

그런데 믿어지지 않겠지만 만 명 중 한명 정도의 확률로 4번 즉, ‘볼일을 보면서 달린다’를 선택하는 학생도 있다. 상상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아웃사이더 인간형’ 혹은 ‘돌 아이’라고 부른다. 거의 드물기 때문이다.

확률적으로 선택의 가능성이 없는 절망의 상황에서 미카엘 에크발도 잠시 고민을 했다. 그러나 그의 결정은 매우 신속하게 그리고 빠르게 결론에 도달한다. 그냥 달리자고 말이죠. 그는 거의 10km가 넘는 거리를 설사를 하면서 달렸다. 물론 그가 달리면서 설사를 한 결정적 사진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 지면이 신문이기에 망정이지 영상이었다면 매우 불편할 수 도 있었을 것이다.

이 순간의 선택 덕분에 이 한 장의 사진이 지금까지도 인터넷을 떠돌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치욕스런 사진’의 주인공이자 메인 단골 사진이 되었다. 사진을 보면 4만 명이 좁은 도로를 달렸는데도 그 주변엔 한 명의 다른 선수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10km를 설사를 하면서 달리는 순간 그 뒤를 바짝 뒤쫓던 수많은 선수들,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달리던 선수들이 한 명, 두 명 떨어져 나갔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 결국 4만 명이 참가한 대회에서 21위를 기록했다. 설사를 하면서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냈던 것이다.

미카엘은 그 다음해인 2009년에도 대회에 출전했다. 물론 그때는 불편한 음식을 먹지 않았다. 설사를 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해엔 9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대망의 2014년 덴마크 하프마라톤 대회에선 드디어 스웨덴 신기록을 세웠다. 정말 대단한 기록이다. 대회가 끝난 뒤 한 기자가 2008년 사진 속 스토리를 가져와 질문했다.

“왜 당신은 그때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렸습니까?”

성숙해진 미카엘 에크발은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달리는 도중 만약 포기했더라면 그 한 번의 포기가 나에게는 습관이 되었을 것이고 그 습관이 나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나는 그 한 번의 습관에 나의 운명을 맡기기 싫었습니다’라는 긍정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운명은 그런 것이다.

김성삼 대구한의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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