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홍란 시인·문학박사
배움을 멈추는 사람은
스무 살이든, 여든 살이든 늙은 것이다.
반면, 배움을 멈추지 않는 사람은
늘 젊음을 유지한다.
-헨리 포드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진 것이다"라는 소말리아 속담이 있다. 노인은 도서관이란 속담에는 사람은 사람에게서 나서, 사람에게 배우고, 사람에 기대어 살아간다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깊은 진리를 품고 있다. 속담 속 노인이란 공부를 많이 하고, 사회적 지위가 높고, 박식하거나 영향력이 큰 노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평범하게 살아온 분들의 삶과 경험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소박하게 살아오면서 세파를 견디고,자신의 삶을 이끌어온 경험과 지혜야말로 분명 살아있는 생생한 책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노령국가로 진입하였다. 그래서인지 각종 모임에서 6~70대는 젊은이로 불린다. 급증하는 노령인구 속에 살면서 나의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인의 삶으로 귀결되고 있다.
'노인의 경험과 지식은 사회적 자산'이다. 하지만 중년을 고비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을 잃고 의기소침해지며, 인지장애를 겪고 심지어 치매증세로 일상생활조차 어려운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맑고 밝은 생각 유지법을 위해 전문가들은 전두엽 관리를 권장한다.
노령세대에 접어들면 '전두엽 관리'는 필수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중년을 넘기면서부터 뇌의 노화가 일어난다. 중년인 4~50대를 넘어 노년기로 접어들면서 열의와 의욕이 떨어지고 창의력이 감소된다. 심지어 감정 컨트롤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바로 전두엽에서 발생된 문제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전두엽(前頭葉, frontal lobe)은 대뇌의 앞을 덮고 있는 피질이다. 대뇌에서 가장 큰 피질로, 감각이 처음 도달하는 부위는 아니지만 모든 감각이 이곳으로 모인다. 최근 해부학에서는 용어 개정하여 '이마엽'으로 부르고 있다. '이마엽'이라는 해부학 용어는 일반인에게 '전두엽'의 위치를 명쾌하게 시각화시켜준다.
전두엽(이마엽)의 대략적인 역할은 언어기능, 감정과 논리적 사고 등의 판단이다. 즉 일상에 대한 지휘통제실 역할을 담당하는 곳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전두엽이 조정하고 조절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인 '와다 히데키는「60세부터 머리가 점점 좋아진다」는 책을 냈다. 일본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와다 히데키('와다 히데키 마음과 몸 클리닉' 원장)는 이 책에는 "전두엽을 활성화하고 단련하면 시니어도 더 젊어지고 똑똑해지며, 나아가 '안티에이징' 즉, 노화 정지로 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단언한다.
"60세 이상이라도 더 똑똑해질 수 있다"고 희망을 선물하는 와다 히데키는 상식이나 전례에 얽매이지 말라.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하라. 전두엽을 점점 활성화시켜라. '이 나이에 무슨…' 같은 패배주의 감성을 버려라.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짓지마라 그러면 누구나 더 똑똑해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와다 히데키의 조언이 아니어도 나는 전두엽의 기적을 체험하고 있다. 범물노인복지관(관장, 우지연)에는 똑똑범물학교가 있다. 인지장애가 있거나 고령자 15명을 대상으로 인지강화학습을 실천하는 기관이다. 일반 교육기관에서 수행하는 과정들을 기반으로 학습과정을 구성하였지만, 인지장애와 초고령 학습자라는 특성을 강화시키고 있음이 특징이다.


똑똑범물학교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치매예방 언어치료' 과정이다. 처음에는 낭독, 낭송으로 시작하였지만, 생각 말하기, 상상하기, 기억 찾기, 기억 강화하여 글쓰기 등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아주 사소하고 작은 소재로 '글쓰는 생활 습관'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연필을 들기 시작했고, 종이를 앞에 놓고 생각을 끄집어내어 적기 시작했을 뿐인데 100세를 코앞에 둔 분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젊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만져본 적도 없는 연필을 들고 뭘 자꾸 쓰라카노" 역정을 내시던 분들이, 자신이 그려놓은 글 그림에 놀라고, 가족들은 학습자들의 느닷없는 변화에 놀라기 시작했다. 새로운 경험은 학습자들을 적극적인 생활인으로 거듭나게 했고, 동료들의 사소한 이야기에도 박수치게 하였다.


'뭔가를 하고 있다'는 왕성한 호기심과 '일단 해 보자'는 실천력,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매사에 긍정적인 마인드가 잘 어우려지면서 그들의 뇌가 깨어나고 있었다. 전두엽의 반짝이는 불빛으로 똑똑학교 학습자들은 뇌의 노화를 늦추면서 남은 시간에 온기를 더하게 되리라 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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