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알고리즘 시대 넘어 인간적 마케팅이 돌아온다

 
디지털휴머니즘
인공지능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재해석한 이미지이다. 머리는 스마트하게, 가슴은 따뜻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초개인화’와 ‘디지털 휴머니즘’이 융합된 감성이 담겨있다.

글로벌 마케팅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기술은 점점 더 세밀해진다. AI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예측 알고리즘은 소비자의 다음 행동을 거의 정확히 읽어낸다. 과거 10년치의 기술의 성장 속도가 지금은 3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보다 더 정교해질수록 사람들은 ‘기계적인 경험’에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가령, 필자의 경우에도 오직 AI챗봇과의 상담으로만 모든 고객업무처리를 진행하는 사이트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데, 기계적인 답변과 태도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불쾌함을 겪은 적이 있다. 이처럼, 기술 자동화의 이면을 여러 차례 경험하면서 기술 서비스 시대에 대해 한 번 더 사유해보게 되었다.
 

생활 밀착형 ‘초개인화’ 서비스

감정·날씨·검색어 등 실시간 반영

소비자에 최적의 쇼핑 경험 제공

감시 당한다는 느낌 전달은 단점

이제 기업들에게 주어진 숙제는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와 ‘디지털 휴머니즘(Digital Humanism)’의 균형이다. 즉, 모든 고객을 각자의 취향에 맞춰 공들여 대하면서도, 인간적인 감성적 연결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이 두 트렌드가 어떻게 공존하고 있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초개인화 마케팅은 단순한 고객 추천을 넘어선다. 고객의 행동, 감정, 취향, 시간대, 심지어 기분까지 고려해 실시간으로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고객님이 좋아할 만한 상품입니다”라는 추천이 끝이었다면, 이제는 “당신의 라이프스타일, 오늘의 날씨, 최근 검색어까지 반영해 최적의 경험을 제공합니다”가 기본이 된다.

월마트의 경우, 2024년 AI 기반의 개인화 쇼핑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월마트 알파(Walmart Alpha)를 론칭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의 구매 패턴뿐 아니라 냉장고에 남아있는 재료, 건강정보, 기후데이터까지 연동해 쇼핑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매주 월요일 저녁 샐러드를 자주 먹는다면? 냉장고의 남은 재료를 분석하고, 오늘의 날씨가 더우면 ‘간편 샐러드 키트’를 추천한다. 심지어 고객의 음성으로 “오늘 저녁 뭐 먹지?”라고 물으면, AI는 건강정보를 고려해 식단을 제안하고 바로 장바구니에 담아준다.

이것은 단순한 ‘추천 알고리즘’이 아니다.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컨시어지 서비스다. 생성형 AI가 수억 개 품목의 특성과 속성을 채우는 데 도움을 주었으며, 이를 수동으로 했다면 100배 더 오래 걸렸을 것이라고 한다. 월마트는 이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생활 밀착형 초개인화를 실현하고 있다.

홈플러스(Home Plus)의 경우에도 지하철 플랫폼에 실제 매장처럼 구성된 가상 매대와 QR코드 스캔 시스템을 구축하여 ‘현실감 있는 쇼핑 경험’과 공감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amsung Neo QLED TV는 사용자 시청 습관·선호도·지역 트렌드 기반 실시간 맞춤형 TV 콘텐츠 및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며, 초개인화된 시청 경험을 선도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반대로, 기술이 너무 깊숙이 들어온 세상에서 사람들은 어떨까? 되려 ‘인간적 연결’을 그리워하는 현상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알고리즘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들은 결국 ‘사람의 말’을 신뢰하고 ‘사람의 추천’을 따르고 싶어 한다. 디지털 휴머니즘은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도구 삼아 인간의 감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가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Bang & Olufsen)은 최근 AI 음향설정 기능 대신 ‘소리 큐레이터’라는 사람 중심의 서비스를 론칭했다.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면, 전문 큐레이터가 직접 고객의 공간을 방문해 소리의 반사, 가구의 재질, 청취자의 취향까지 고려해 세팅을 돕는다. 이 과정에서 고객과 대화를 나누며 음악적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세팅을 제안한다.

이 서비스는 AI로도 자동 설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뱅앤올룹슨은 “완벽한 소리는 사람의 경험과 감성이 만든다”는 전략을 택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고가의 오디오를 구매하는 프리미엄 고객층이 원하는 것은 ‘기계적 정확성’이 아니라 ‘내가 특별하게 대접받고 있다’는 경험적 만족감이기 때문이다.

인간미 살린 ‘디지털 휴머니즘’

ZARA, 개인 쇼퍼 서비스 도입

비용 대비 효율성 떨어져 중단

차별화 경험에 고객 만족도는↑

하지만, 디지털 휴머니즘 시스템의 약점도 분명 존재한다. ZARA는 2010년부터 매장에 ‘퍼스널 쇼퍼(개인 큐레이터)’를 두어 고객의 스타일을 직접 추천하고, 피팅을 돕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처음에는 고객 만족도가 높았다. 하지만 인력 운용 비용이 급증했고, 결국 일부 매장은 퍼스널 쇼퍼를 축소하거나 없앴다. “좋긴 한데, 모든 고객에게 그렇게 할 수는 없잖아요.”,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이처럼, 디지털 휴머니즘은 필요하지만, 전면적으로 밀어붙이면 운영상 지속 불가능하다.

기업은 하이브리드 전략 써야

데이터 철저하게 분석하되

감정 읽으며 사람처럼 대응

AI와 인간의 협업 중요해져


그렇다면, 왜 이 두 가지가 공존해야 하는가?

단순히 초개인화만 추구하면 소비자는 피로감을 느낀다. 매 순간 데이터가 분석되고, 행동이 예측당하는 느낌은 감시와 비슷하다. 반대로 디지털 휴머니즘만 강조하면 비용과 시간이 비효율적이다. 모든 고객에게 사람을 붙일 수는 없다. 따라서 기업들은 초개인화와 디지털 휴머니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하나, “데이터는 분석하되, 표현은 따뜻하게.” 고객을 철저히 분석하되, 그 결과를 전달하는 방식은 사람의 말처럼 감성적이어야 한다. 둘, “기술은 숨기고 경험만 드러내라.” 고객이 ‘AI가 나를 분석했다’는 느낌보다 ‘내가 특별하게 대접받는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야 한다. 셋, “선택권을 제공하라.”AI 추천과 사람의 추천을 동시에 제공하고, 고객이 직접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호텔 체인 Marriott는 AI 챗봇으로 고객의 예약, 룸서비스, 체크아웃 등을 처리한다. 하지만 문제는, 고객이 단순 요청을 넘어 감정적 불만을 토로할 때다. Marriott는 AI가 감지한 감정적 불편 사례를 바로 실제 직원에게 넘긴다. 그리고 직원은 “정말 불편하셨죠?”라는 공감 멘트로 대응한다. 결과는?AI가 단순 반복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사람은 고객의 감정 케어를 전담함으로써 운영 효율과 고객 만족을 동시에 잡았다.

앞으로의 마케팅은 기술력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다. 정교한 알고리즘도, 결국은 인간의 감성을 설득해야 한다. 기술을 쓰되, 고객의 감정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사람처럼 말하고, 사람처럼 공감해야 한다. 초개인화와 디지털 휴머니즘이 균형을 이루는 시대. 이것이 3년 후를 바라보는 우리가 가야 할 길, 필수불가결한 마케팅 전략이다.
 

 
류지희<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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