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지윤 체육부 기자

올 시즌 K리그1 여름 이적 시장이 한창이던 때의 일이다. 당시 대구는 무승행진을 끊어내고, 최하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력 보강에 힘쓰고 있었다. 하지만 대구는 K리그1에서 경쟁력을 잃고, 태국으로 임대를 떠났던 선수와 지난 시즌 종료 후 반년 동안 무적 신세였던 선수 등을 영입하는데 그치고 있었다. 이런 구단의 행보가 의문스러웠던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대구의 선수 영입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앞다퉈 아쉬움을 표했다. 구단 관계자에게 선수 영입에 관해 의문을 표하거나 의견을 개진하지 말자는 것이 평소 나의 마음가짐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너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리그에서 빼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국내외 선수를 영입해도 모자란 판국에, 구단에 합류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지 미지수인 선수들을 잇따라 영입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인지에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손 놓고 가만히 앉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한 모습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4라운드부터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는 구단으로서 바람직한 이적 시장을 보낸 것인지를 돌아보면 의문 부호가 따라 붙는다. 나는 결국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구단 관계자에게 물었다. “팀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선수 영입도 중요하지만 어떤 선수를 영입하느냐도 중요해 보인다. 리그에서 좀 더 경쟁력을 보인 선수들을 영입 시도할 계획은 없는가?”라고 말이다. 그는 “그런 선수들이 우리 팀에 오겠느냐? 우리로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전력을 꾸렸다”고 말했다. 아직도 이 발언이 잊혀지지 않는다.

K리그 최초의 시민구단 대구는 창단 초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의 특성 상, 선수단에 큰 금액을 쓸 수가 없었고, 자연스레 경쟁력을 갖춘 전력을 구축하지 못하면서 리그 하위권을 전전했다. 승강제 도입 후 최초로 K리그2로 강등된 구단이 되기도 했다. 10년 넘게 고난의 시기를 보낸 대구에게도 황금기가 도래했다. K리그1 승격에 이어 2018년 FA컵(현 코리아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AFC 챔피언스리그(현 ACL-E)에도 진출해 아시아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2021시즌에는 K리그1을 3위로 마치며 구단 역사상 최고 순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구단의 위상도 높아졌다. FC서울과 수원 삼성을 거치며 K리그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였던 데얀을 품기도 했고, 이진현, 구성윤, 홍철 등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을 영입하기도 했다. 황재원 등 유망 선수를 영입해 국가대표 자원으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창단 초기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하지만 최근 대구를 지켜보면 황금기가 끝이 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11위로 마무리한 뒤 승강플레이오프를 거쳐 가까스로 K리그1에 살아남았던 대구는 현재 압도적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리그 개막 후 3경기에서 2승 1무로 승점 7점을 획득했던 대구는 이후 23라운드까지 20경기에서 승점 7점 획득에 그쳤다. 이 탓에 대다수가 올 시즌 종료 후 대구를 강등 1순위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의 팀에 입단하고자 하는 선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구의 전력 보강이 순조롭지 않았던 것도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다. 그러나 대구가 이렇게 된 것은 누구 탓일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공이 있으면 과도 존재한다. 최근 대구FC 프런트에 큰 변화는 없었다. 즉, 현직 국가대표도 입단시킬 수 있는 3위 팀을 만든 사람도, 전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압도적 꼴찌 팀을 만든 사람도 모두 동일인인 셈이다. 업적을 바탕으로 칭송받고 명예를 드높였다면, 반대로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손가락질 당하는 것을 피해선 안 된다. 만약 대구가 리그 종료 시점에서도 반등하지 못하고 강등을 겪게 될 경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 대구FC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누구인가?

석지윤 체육부 기자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