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곤영 부국장

침체된 내수 진작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민생지원 소비쿠폰의 1차 지급이 지난 21일부터 시작된지 한 주가 지났다.

지난 7월 21일부터 시작한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은 7월 28일 0시 기준 소비쿠폰 지급대상자인 대구시민 186만명에게 약 3천677억원을 지급이 완료됐다. 이는 대구 지급대상자 234만명 대비 79.5%, 1차 지급액 4천647억원 대비 79.1%가 지급된 수치다. 이 가운데 신용·체크카드는 157만7천명에 3천12억원, 대구사랑상품권 온라인은 2만7천명에 51억원, 오프라인은 25만3천명에 614억원이 지급됐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급되면서 편의점과 전통시장, 음식점, 의류판매장 등에는 방문객들이 늘어나는 등 내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급된 첫 주말인 26일 본지에서 서문시장과 동성로 등을 취재한 결과, 평소와는 다르게 활기를 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서문시장 점포마다 장을 보려는 시민들이 몰렸고 ‘소비쿠폰 환영’, ‘소비쿠폰 사용 가능’ 문구가 내걸린 동성로 상가마다 방문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시민들은 가족 외식과 평소에 사고 싶었던 물건을 구입하는 등 소비쿠폰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상인들도 평소에 조용하던 거리에 시민들로 북적거리자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실제 소비쿠폰 지급 이후 구매 열풍이 불고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마다 매출이 대폭 늘어났고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판매량이 늘어나 화색이 돌고 있다. 편의점 GS25와 CU에서는 국. 탕, 찌개, 즉석밥 등 간편식 매출이 적게는 30%에서 300% 이상 급격하게 늘었으며 의류업계도 매출이 두자릿수로 증가하는 등 골목경제 활성화에 마중물이 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내수 활성화를 기대하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향후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총 13조 2천억원 규모로,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원에서 최대 55만원까지 지급된다. 특히 소비쿠폰 지급을 위한 재원 대부분은 국채 발행에 의존하고 있어 물가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소비쿠폰 예산을 국채 발행으로 마련하지만 시중 금융기관·투자자의 자금이 정부를 거쳐 자영업자에게로 옮겨가는 것인 만큼 총통화량에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한국은행도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일시적으로 0.3-0.6%포인트 상승할 수 있지만, 이는 단기적 현상으로 6개월 이내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민생회복 지원금을 위한 21조 원 규모의 국채 발행은 결국 증세로 이어질 것은 분명하다. 전 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13조원이 넘는 혈세를 쏟아부어 나라 곳간이 비었으니 세금을 올려야 하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국민 혈세를 뿌리며 인심을 쓸 땐 언제고, 이제는 다시 국민 지갑을 털겠다는 것이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하자마자 최근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세제발전심의위원회 회의를 열고 ‘2025년 세제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잔치를 벌여 놓고 한편으로는 증세 정책으로 곳간 채우기에 나선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이번 세제개편안의 주요 요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4%에서 25%로 재상향,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종목당 50억원 이상)을 10억원 이상으로 재확대,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전제로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인하된 증권거래세 징수율을 0.15%에서 0.18%로 올리는 방안 등이다. 윤석열 정부의 세재 완화 조치를 원상복구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 협상 시기에 각국 정부들은 규제 완화나 세금 감면 등으로 자국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는 반해 우리 정부는 법인세부터 올리겠다는 것이다. 법인세 세수가 2022년 103조 6천억원에서 지난해 62조 5천억원으로 급감한 것을 윤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는 셈이다.

법인세 세수가 40조원이나 줄어든 것은 세율 1%포인트 차이 때문이 아니다. 2023년 반도체 불황이 닥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2024년 3월 법인세를 ‘0원’으로 신고했다. 2024년 법인세 수입은 정부의 당초 추계 77조 6천649억원 보다 15조원이 덜 걷혔다. 세수 부족은 결국 기업 실적 악화가 진짜 이유인데도 윤 정부 탓으로 돌리고 증세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내수진작과 세입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증세정책 추진에 대해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질지 궁금하다.

이곤영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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