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규 사회부 기자

보이스피싱의 위험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지역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2023년 465건에서 지난해 704건으로 약 51.4% 증가했다. 3년간 보이스피싱 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2천700여명에 달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 사례를 피해금액 편취수법으로 보면 계좌 이체가 348건으로 약 49.4%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대면 편취(245건), 상품권 환전(66건), 휴대폰 소액결제(33건), 특정 장소 보관 후 편취(7건) 등으로 나타났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연락 수단은 과거부터 흔했던 공공·금융기관 사칭에 더해 카드 배송원 사칭, 휴대전화 파손 보험 청구, 경조사 미끼문자 등 확대되고 있다.

조직성 범죄로의 진화도 계속된다. 조직적으로 행해지는 경우 역할별로 업무를 분담해 범행에 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이스피싱 콜센터 운영팀, 현금 수거책, 피해 대상자 연락책 등을 나눠 맡는 것이다. 해외에 거점을 둔 조직이면 검거 자체도 쉽지 않아 현지 경찰과 공조 수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조직폭력배 범죄 관련 집계에서도 기존에는 ‘기타’의 영역에 포함됐던 보이스피싱 등 사기가 지난해부터 따로 분리 집계되기 시작했다. 조폭이 개입하는 경제적 범죄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해 조폭 범죄 중 사기 검거 인원은 774명에 이르렀다.

피싱 피해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개개인이 예방법을 숙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아무리 대책이 선다고 해도 개인이 조심하지 않으면 금전적 피해는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특히 어떤 전화든 문자든 의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자에 출처가 불분명한 URL 주소가 있으면 절대 클릭하면 안 되며 반드시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정확한 주소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진위 여부를 알 수 없는 경조사 문자가 올 때는 아무리 지인 전화번호라도 의심하고 직접 전화해서 확인해야 한다. 전화로 개인정보 유출, 범죄사건 연루 등을 이유로 계좌번호, 카드번호, 인터넷뱅킹 정보를 묻거나 인터넷 사이트에 입력을 요구하면 절대 응하면 안 된다.

필자가 자주 시청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는 한 변호사는 각종 사기범죄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무조건 의심하고 섣불리 행동하면 안 된다’고 했다. 피싱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은 이미 경찰청, 금융감독원, 은행 등 각종 기관에서 널리 홍보하고 있다. 이를 인지하고 정체 불명의 메시지를 의심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자칫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돼 정지되는 등의 불상사를 피하기 어렵다.

각 기관의 대책도 강화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부서별 수사 기능을 일부 조정했다. 그러면서 기존 경제팀에서 주로 담당하던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를 수사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형사과로 옮겼다. 이에 따라 당시 신설된 광역청 형사기동대에서 조폭 개입 범죄나 불법 리딩방 투자사기 등에 더해 일선서 형사과와 협력해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를 맡게 됐다.

더해서 경찰청은 최근 조직성 보이스피싱과 마약범죄 예방을 위해 검거보상금 최대치를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검거보상금은 조직·총책 검거에 신고, 제보 등으로 기여한 공로자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범인검거 등 공로자 보상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특별 보상금 제도를 신설했다. 보이스피싱, 마약범죄 등의 수사 단서 확보 용이성을 높이고 국민 생활을 파괴하는 범죄에 맞서는 데 동참한 공로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범죄조직이 온라인으로 소통하면서 남들 모르게 암약하면서 불법 행위를 저질러 범행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해 첩보 수집도 강화하고 있다.

박용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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