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최근 정부의 주식 양도소득세 개편안에 대한 반응은 그야말로 뜨겁다. 특히 ‘대주주’ 요건을 현행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겠다는 세법 개편안은 시장의 민감한 신경을 건드렸다. 8월 1일, 코스피는 하루 새 4% 가까이 급락했고, 투자자들은 ‘정책의 모순’을 지적하며 반발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정치권 전반적으로 혼선의 조짐이 감지된다.

표면적으로는 ‘과세의 형평성’이라는 명분이 존재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은 자본시장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 ‘적용’의 타이밍과 방식은 과연 지금이 최선인가?

먼저 주식 양도소득세는 기본적으로 불공평한 세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일정 이상 자산을 보유한 고액 투자자에게 양도 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대주주’의 기준은 논란의 중심이 되어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 차례 기준을 강화했다가 투자 심리 위축 우려로 유예된 바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다시 꺼내 들었고, 50억 원 이상에서 10억 원 이상으로 기준을 크게 낮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이 조치가 ‘코스피 5000’을 이야기하며 주식시장 부양을 내세운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투자 심리를 살리겠다고 하면서 동시에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의 결여로 비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갉아먹는 요인이 된다.

주식 양도소득세는 ‘부자 과세’로 비춰질 수 있으나, 실제로 10억 원이라는 기준은 부동산 시세 상승과 비슷하게, 중산층 이상 투자자들까지 포함하는 모호한 선이다. 특히 장기 투자자나 은퇴 후 자산 관리를 위해 주식에 투자하는 고령층에게도 부담이 되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진성준 전 정책위의장은 “과거에도 대주주 기준이 강화된 적 있지만 주식시장이 무너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과거엔 분명 시장이 어느 정도 충격을 흡수할 체력을 가졌던 시점도 있었고, 글로벌 유동성의 흐름 속에 우리 시장의 ‘방어력’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 심리는 위축되어 있고, 국내외 정치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무엇보다 ‘정책의 방향’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투자자들은 그 시장을 떠날 것이다. 특히 개인투자자, 이른바 ‘개미’들이 시장의 주도세력으로 자리 잡은 현재, 그들의 민심은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이 논란은 최근 또 다른 이슈인 ‘노란봉투법’과도 맥이 닿아 있다. 주식시장과 기업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노동 관련 리스크를 확대하는 조치를 추진한다면 이는 명백한 이중잣대가 된다. 기업은 예측 가능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요구한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단체행동권 강화라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기업과 자본시장의 생리를 고려하지 않은 개입은 투자 회피, 자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제도가 필요하더라도 ‘속도’와 ‘합리성’에 대한 고려는 필수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기조가 분명해져야 한다. 세제를 통한 조세 정의를 실현하겠다면 그에 앞서 시장 참여자들과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한 조정인지 설명해야 하고, 이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어떻게 안정시킬지 설득해야 한다. 단순히 대주주 기준을 낮춘다는 숫자 놀음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은 단순한 세법 조정이 아니라, 국민의 ‘자산 관리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익을 본 만큼 세금을 내는 것이 맞지만, 그것이 시장의 ‘자유’와 ‘신뢰’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

정책은 신념보다 현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혼란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과세의 정의를 실현하려는 의지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것이 시장의 붕괴나 국민의 불안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개입’은 언제나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신중하지 않은 개입’은 모든 것을 망친다. 주식 양도세 개편안은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 아래, 시장의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조율이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지금 정부가 말하는 ‘공정한 자본시장’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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