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1년에 4번, 분기마다 시험을 치르는 학교가 있다. 그날 퇴근 무렵, 모 반의 담임교사는 학생들의 시험지를 거의 다 채점하였다. 3개월을 학생들과 함께 보낸 담임교사는 어떤 학생이 최우수의 성적을 받았는지, 어떤 학생이 부족한지 시험 결과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문득 담임교사는 한 가지 생각에 이르게 된다. ‘1분기의 이 성적표를 바탕으로 추세를 조금 더 생각하면, 오늘 집에 돌아가서 이 아이들의 2분기, 3분기, 4분기의 성적표도 예측해서 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상 첫 몇 달을 잘 해낸 학생들은 앞으로 계속 잘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부진한 학생 역시 계속 못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간 어디쯤의 학생도 계속 그 정도일 터다. 담임교사는 ‘나의 수업으로 학생들이 배움의 격차, 폭과 깊이, 기존 상태 등을 바꿀 수 없다면, 내 수업 방법을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고민에 도달한다.

개별화수업(Differentiated Instruction, DI)의 창시자인 캐롤 앤 톰린슨의 이야기다. 그는 교사가 모든 학생의 학습을 극대화하는 효과적인 촉매가 되기 위해서 시간과 자원, 그리고 교사 자신을 어떻게 나누고 활용할 것인지에 관한 연구를 이어왔다. 개별화된 수업을 하라고 하면 ‘성적을 어떻게 매기는가?’, ‘학생들이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숙제나 학습의 시간, 난이도가 다르면 불공평하지 않은가?’, ‘시간이 없다.’ 등의 질문들이 따른다. 사실 교육과정이니 성취기준 등을 떠올려 보면 썩 시원하지는 않더라도 꽤 많은 답을 할 수 있지만, 톰린슨은 교사들의 질문에 가르친다는 것의 본질로 답한다. 교사의 가르침은 학생의 배움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교사는 학습자의 필요에 대응하는 가르침을 연구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톰린슨은 개별화수업을 교사와 학생에 따른 개별화 요소를 구분한다. 교사 개별화 요소는 학습 내용, 학습 과정, 학습 결과물의 교육과정적 요소, 그 외에 학습환경을 들고 있다. 교육과정에서 학생이 꼭 성취해야 하는 성취기준은 변화하지 않더라도 그 내용과 과정, 결과물의 재구성을 할 수 있다는 거다. 학생 요소의 경우 사전 학습 정도, 흥미, 선호하는 학습 방법 등이 고려된다. 동물의 한살이를 이해하려고 할 때, 우리는 그림을 그릴 수도, 글로 쓸 수도, 몸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꼭 학습의 개별화가 성적만으로 나누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만 그러기 전에 교실은 개별화수업에 관한 문화를 가져야 한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존중한다는 것, 나의 학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학생은 저마다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열심히 공부하면 누구나 성장할 수 있다는 성장 마인드셋을 가져야 한다. 수업이란 학생 개개인이 성공적으로 배우는 데 필요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는 점도 동의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이해하고 나면 왜 이 친구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나는 다른 걸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없다. 선생님이 내가 오늘 이 수업을 가장 잘 배우는 방식으로 제시하신 거니까 말이다. 또한 자주 그룹을 재조직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유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성적에 따라 A, B, C반으로 분반하여 쭉 가르치는 것과 조금 다르다. 같은 수학에서도 도형 영역은 한 반 안에서 두 그룹으로, 연산 영역에서는 세 그룹으로 나누어질 수도 있다. 한 아이라도 영역에 따라 성취가 A일 수도, B일 수도 있으며 문제에 따라 같은 수학도 다른 그룹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 흥미에 따라 다르게 배울 날도 있을 거다. 좀 더 예민한 틀을 가지고 매 학습의 개별화에 즉각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거다.

사실 교실은 학습자로 구성된 ‘원팀’이 아니다. 교실은 전혀 다른 개별의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교사는 개별 학생의 학습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물론 교사에게는 맡겨진 반에 학생들도 너무 많고 일도 너무 많다. 당연하게도 적정 학급, 협력 교사 등 다양한 지원 체제가 고려되고 지원되어야 마땅하다. 다만 학생이 많고 일이 많은 가운데, 학생 하나하나를 파악하고 개개인이 저마다 의미 있게 배울 수 있는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더 중요해질 교사의 과업이자, 교사의 역량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

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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