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삼 대구한의대학교 교수

젊은 시절 내가 닮고 싶은 멘토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한 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 멘토는 이순신 장군이었다. 장군의 모습을 재현해 그대로 사진을 찍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엉뚱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한 장의 사진이 나의 미래를 바꾸었고 지금의 나를 만드는 신의 한 수 같은 장면이었다.

지금 보면 당연히 오글거리지만 당시 31년 전에 찍은 필자의 이순신 덕후 사진으로 지금은 꽤나 유명한 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포스터로 찍어 전시회까지 했다. 강렬한 한 장의 포스트 사진은 엄청난 이슈들을 만들었다. 많은 작품들이 팔려나갔고 많은 분들의 격려를 받은 것도 그 즈음이다. 그 중 필자가 받았던 축전 중에 가장 소중한 축전이 고(故) 김대중 대통령께서 보내주신 축전이다. 당시의 신분은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였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축전은 필자의 지난시절 아름답고 소중했던 추억으로 각인되어 있다. 이순신처럼 준비하고, 이순신처럼 직면한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해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실제로 현실의 필자를 구했다. 전시가 성황리에 끝나 많은 작품이 팔려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축전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그 한 장의 사진이 내 안에 강력한 직면의 힘을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자신감 말이다. ‘꿈의 시각화’란 바로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영화 <터미네이트, 1984>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시골출신의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가난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린 시절 입버릇처럼 말했다는 3가지…. 영화배우가 되는 것, 케네디가와 결혼 하는 것, 주지사가 되는 것은 그의 강력한 ‘꿈의 시각화’가 만든 기적이다. 31년 전에 필자가 찍은 이 한 장의 사진은 이순신의 정신을 그토록 닮고 싶어 했던 필자의 작은 노력이며 꿈의 시각화다. 사진 뒤 배경을 장식하고 있는 태극기는 현재 필자의 교수연구실에서 27년 동안을 묵묵히 함께 하고 있다. 그 태극기는 필자에게 ‘직면의 힘’과 ‘과감한 실천력’의 상징적 의미로 남아있다.

그래서 필자에게 이순신 장군의 의미는 단순한 역사 속 인물, 그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31년 전부터 품어왔던 연정의 대상을 영화 ‘명량’을 통해 세상에 알리게 되었다는 느낌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53살이란 나이로 다시 들어가 보자. 우리가 알고 있는 53이란 나이를 지금의 물리적 나이로 계산하면 안 된다. 가끔 강의를 가면 “지금 53살을 428년을 거슬러 올라가 1597년대의 물리적 나이로 환산하면 몇 살로 볼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본다. 그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으면 70, 많으면 80까지 말씀하신다. 여러분에게 묻겠다. 만약 당신에게 70대 중반의 나이에 12척의 배를 주고 133척의 배를 상대하라고 하면 과연 누가 선뜻 나설 수 있겠는가? 최적의 컨디션이라고 하더라도 해도 이건 말이 안 된다. 비슷한 전력을 가진 상대와 일대일로 맞붙어도 어려운 게 실전에서의 싸움이 아니던가? 그런데 물리적 수치를 떠나서 두 배를 넘어 열배 가까운 적과 싸운다는 건 이건 정말로 영화 속에서나 나올 수 있는 상상의 이야기다. 몸의 컨디션은 또 어떤가? 임진란 초기 조총에 맞은 상처가 완쾌되지도 않았고 얼마 전에 맞은 장독이 빠지지도 않은 최악의 상태로 전쟁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긍정의 힘이 가져다 준 기적이었다. 그것 이외에 승리의 명량해전을 설명할 재주가 나에게는 없다.

승리의 시각화!, 승리하는 신념의 시각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시각화!, 걸림돌을 디딤돌로 바꾸는 시각화! 분노를 절제로 바꾸는 시각화! 실패를 도전을 바꾸는 시각화! 포기를 또 다시로 바꾸는 시각화! 불안을 직면으로 바꾸는 시각화! 내일을 지금으로 바꾸는 시각화! 과거를 미래로 바꾸는 시각화! 그 모든 시각화의 시작과 끝은 긍정혁명의 시작과 끝과 같을 것이다. 시각화는 단순한 긍정생각이 아니다. 긍정생각을 몸으로 실천하는 지독한 자기극복의 과정이 만든 긍정의 결과다.

김성삼 대구한의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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