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예지 정경부 기자

“유튜브를 많이 봐서 안다. 당 대표는 A가 돼야 한다.”

지난 8일 대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만난 한 80대 당원의 말이다. 피켓을 들고 서 있던 그는 정치 관련 유튜브 영상을 자주 본다며 그 영향으로 A후보를 지지하게 됐다고 했다. 그가 자주 시청한다던 유튜브는 극보수에 가까운 성향을 띤 채널이었다.

뉴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며 시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유튜브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특히 한국인의 절반 이상은 유튜브로 뉴스를 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 한국’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튜브를 통한 뉴스 이용 비율은 51%로 조사 대상 47개국 평균(31%)을 훌쩍 뛰어넘었다.

유튜브가 뉴스를 전달하는 주요 매체로 자리 잡으며 이제는 ‘언론’으로 소비되고 있다. 유튜브 언론 역시 정보를 전달한다는 의미만 놓고 보면 큰 의미에서 언론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들의 언론 참여 현상으로 본다면 기자들이 선택해 보도한 기사들만 볼 수 있었던 기존 언론의 한계를 극복한 면도 있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한다. 유튜브에 노출되는 영상들이 사용자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시청 시간, 구독 채널, 검색 기록 등 모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입맛’을 학습해 그에 맞는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한다. 즉 이전에 보고 들었던 정보들과 유사한 성격의 영상들만 계속해서 보여지는 구조다.

이런 작동 방식으로 인해 유튜브의 막대한 정보량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시선은 한쪽으로 편향될 수 있다. 치우친 정보를 반복적으로 접한 시청자는 무의식적으로 사고가 고착되고 특정 정치 사상이 강화될 수 있다. 자신의 성향과 이념에 맞는 정보는 맹신하고 반대쪽 정보는 ‘가짜 뉴스’로 취급하는 확증편향을 부추기기도 한다. 여기에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까지 더해지며 ‘뉴스 말고 유튜브’라는 부정적 인식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유튜브도 언론, 유튜버도 기자라고 할 수 있을까.

최근 대통령실이 친여권 성향의 유튜브 기반 언론 매체 3곳의 출입을 허용하며 파장이 일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정치 성향과 무관하며 취재 역량과 보도 실적 등 객관적 기준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안팎에선 ‘정치적 편중 우려를 낳을 수 있다’, ‘언론의 문턱을 낮췄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국민의힘 합동연설회 현장에서도 유튜브 언론의 단면이 나타났다. 기자 신분으로 장내에 들어온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는 특정 후보자들의 발언 도중 당원석으로 가 함께 ‘배신자’를 외쳐댔다. 기자로 참석한 전 씨가 현장에 개입한 것이다. 이후 국민의힘은 “전 씨는 출입기자로 등록되지 않은 사람이었다”며 전 씨에 대해 출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유튜브 기반의 언론은 1인 미디어 성격이 강하고 특정 성향이 비춰지기 쉬운 경향이 있다. 시청자를 기반으로 빠르고 자극적인 정보만을 쫓는 유사 언론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언론사로 등록되지 않은 유튜브는 중재도 쉽지 않다. ‘기록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기자(記者)보다 그 자체로 정치에 참여하는 형태도 쉽게 볼 수 있다.

변화하는 언론 환경에 발맞춰 새로운 환경에서의 ‘언론’의 기준을 재정립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권의 ‘언론개혁’에 앞서 유튜브로 뉴스를 소비하는 사용자들이 먼저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유튜브의 자극적 영상 하나를 사실로 받아들여선 안 되고 거짓 뉴스를 실제로 오인하지 않도록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또 유튜브 기반 매체들 또한 기자의 윤리강령처럼 사명감, 책임감, 공정성을 갖추고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에 따르면 기자는 자유로운 언론활동을 통해 민주화에 기여하고 국가발전을 위해 국민들을 올바르게 계도할 책임과 함께 평화통일·민족화합·민족의 동질성회복에 기여해야 할 시대적 소명을 안고 있다.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하고 개인의 명예를 해치는 사실무근한 정보를 보도하지 않으며 갈등과 차별을 조장하지 않아야 한다.

류예지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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