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년차 생존율 64%
5년차 되면 31%로 급락
식품 신제품 1년에 1천개
10년차 생존율 10% 미만
불황기에는 제품이 잘 안 팔린다고 생각한다. 꼭 그럴까? 불황기에 판매가 늘어나는 제품도 꽤 있다.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가진 제품은 호황과 불황을 가리지 않는다. 브랜드파워는 왜 중요할까? 소비자들의 구매 습관을 살펴보면 호황기에는 객단가가 높아지고, 충동구매로 구매횟수도 증가한다. 이에 비해 불황기에는 소비자의 구매행동은 신중해진다. 평소에 잘 알든가 또는 구매경험으로 신뢰성 높은 브랜드를 선택한다. 즉 [매출=객수x객단가]로 브랜드파워를 높여 구매객수를 높이거나, 구매객단가를 높여야 매출 업(UP) 된다.
한편, 긴 세월 동안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는 많은 듯하지만 비율적으로는 미미하다.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창업기업의 1년 차 생존율은 63.7%, 5년 차 생존율은 31.2%로 떨어진다. 학현사(전성률 외)에 의하면, 국내 식품업계에선 한 해 1,000개 안팎의 신제품이 쏟아지지만 3년을 넘기는 제품은 20%, 10년까지 살아남는 제품은 10% 미만이다. 그 가운데 오랫동안 높은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파워브랜드로 초코파이, 서울우유, 연양갱, 미원 등이 있다.
먼저, 서울우유는 1937년 설립된 경성우유협동조합에서 시작되었다. 1945년 해방 후 서울우유협동조합, 서울우유로 재출시되었다. 해태제과 연양갱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과자제품 가운데 하나다. 1990년대까지는 중장년의 추억의 먹거리로 인식되었지만, 2000년대 이후 간식과 다이어트식으로 시장을 넓혀왔다. 미원은 1956년 대상의 국산 조미료 1호다. 건강식, 웰빙 등으로 소비자들의 시야에서 멀어진 듯하지만 발효조미료 시장, 가정의 부엌에선 독보적이다.
이외에도 CJ 다시다(1975년), 해태제과 크라운산도(1961년), 삼립 크림빵(1964년), 한국야쿠르트 야쿠르트(1971년), 농심 새우깡(1971년) 등은 눈에 띄는 장수브랜드다. 이외에도 안상규벌꿀, 샘표간장, 쿠쿠밭솥 등 브랜드파워는 대기업만의 전유물은 아니며 중소기업 브랜드, 제품 중에도 많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였던 1세대 IT기업은 왜 사라졌을까?
기업의 성공은 아이템의 품질, 기술 수준도 중요하지만 론칭시점, 진출시기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아이템(제품, 상품)을 결정함에 있어 트렌드가 현재 수준에서 얼마나 앞서가는가, 뒤처져 있는가를 잘 살펴야 한다. 일반적으로 뒤처져 있는 것보다 앞서가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 트렌드를 어느 정도 앞서가는 경우가 나을까? 현재 트렌드보다 ‘반 보’ 또는 ‘한 보’ 정도 빠른 것이 좋다. 창업자, 상품기획자, 기업의 욕심이 과한 나머지 ‘두 보’, ‘세 보’ 이상 빠른 아이템을 발굴할 경우 초기 시장 확보는 물론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아이템·기술만큼 진출시기 중요
트렌드 앞서면 시행착오 불가피
두·세번째 팔로워 성공 확률 커
IT업계 1세대 '야후' 역사 속으로
주변 사람들은 경쟁자가 적은 블루오션을 강조한다. 경쟁자가 따라올 수 없는 창조적, 독점적 아이템을 찾을 것을 당부한다. 하지만 경쟁자가 적은 영역이라고 해서, 먼저 치고 나간 기업이라 해서, 더 우수한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 해서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망설이는 무리 가운데 과감하게 바다에 뛰어드는 첫 번째 펭귄인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아니라 약삭빠르게 그 뒤를 쫓아간 두 번째, 세 번째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의 성공 확률이 높을 수 있다. 트렌드를 너무 앞서나가 실패한 기업, 브랜드는 누구일까?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에 걸쳐 야후, 트위터, 그루폰, 냅스터, 마이스페이스 등은 IT 업계 1세대로 각광받았다. 등장과 퇴장이 빠른 정보기술(IT) 산업에서 트렌드를 너무 앞서간 나머지, 초기에는 시장진입에 성공하였지만 현재는 그들의 존재를 찾기가 어렵다.
이처럼 퍼스트 무버는 불가피하게 시행착오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 특히 아이템 특성을 반영한 미래 환경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IT 산업의 아이템 론칭, 제품 개발에 있어 스마트폰의 등장은 쓰나미였다. 하지만 쓰나미를 태풍으로 인식하고 아이템을 개발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문제점을 맞이하게 된다. 즉, 아이템의 트렌드를 조금 앞서갈 경우에는 시장환경 변화에 적극적인 대처도 가능하고, 경쟁사의 시행착오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여유가 생긴다. 반대로 현재보다 지나치게 앞선 트렌드는 산업개척, 시장개척, 제품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비를 나 홀로 부담해야 한다. 무엇보다 후발기업의 안정적인 시장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로써 만족해야만 한다. 아이템 기획, 개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기업의 생존과 밀접함을 명심하자.
◇기업의 브랜드파워를 높이기 위한 광고의 핵심인 카피는?

국내 감기약의 대명사 ‘판피린’
카피·캐릭터로 최상위 자리매김
치약 ‘2080’ 색다른 숫자 마케팅
출시 2년 만에 두 자릿수 점유율
“감기 조심하세요~”
늘 TV CF에서 접한 익숙한 광고 카피다. 동아제약 ‘판피린’은 광고 카피 및 캐릭터 하나로 60년 이상 ‘감기약의 대명사’로 불려왔다. 일반의약품 중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인 감기약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의 꾸준함을 이어오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최고(最古) 브랜드가 시장 최상위권에 자리 잡은 것은 흔하지 않다. ‘마케팅의 힘=브랜드파워의 힘=광고 카피의 힘’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판피린은 1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마케팅과 함께 10~20년 단위로 제품 리뉴얼에도 집중하였다. 1977년에는 판피린 에스(S)를 내놨다. 1990년에는 ‘강하게’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포르테(Forte)’의 첫 글자를 딴 판피린 에프(F)로 바꾸기도 했다. 현재의 주력 제품인 판피린 큐(Q)는 2007년에 선보였으며, ‘빠르게 낫게 한다’는 뜻의 퀵(Quick)을 브랜드 컨셉으로 설정하였다. 2012년부터는 안전상비 의약품 제도 도입으로 판피린티정(3정)를 편의점 채널을 통해 판매 중이다.
판피린은 매출 400억 원이 넘는 빅(big) 브랜드지만 고민도 많아 보인다. 경쟁기업인 동화약품의 판콜과 대원제약의 콜대원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동아제약의 판피린이 시장점유률과 브랜드파워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전략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사례 2) 애경산업 2080치약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
1998년 출시한 ‘2080’은 생활뷰티기업 애경산업의 치약 브랜드다.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라는 광고 카피로 소비자들의 언어가 되었다. 28~32개의 치아 중 적어도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 보존하자는 국민 치아 건강 캠페인을 리드해오면서 우리나라 대표 치약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2080은 출시 이듬해인 1999년 시장점유율 약 6%, 2000년에는 약 11%를 기록하는 등 불과 2년 만에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 결과 레드오션 치약 시장에서 짧은 기간 안에 브랜드파워를 키울 수 있었다.
성숙기 시장인 치약제품에 있어 단기간에 브랜드파워를 형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브랜드명에 숫자를 전면으로 등장시킨 ‘숫자마케팅’의 힘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의 치아 유지 관리에 대한 희망을 브랜드명과 브랜드 슬로건에 숫자를 담는 시도를 하였다. 그 결과 부르기 쉽고, 발음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워 ‘2080=치약 이름’이라는 브랜드 연상 작용으로 만들었다. 나아가 소비자들이 치약을 구매 시 상기상표군, 고려상표군으로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2080이라는 숫자마케팅으로 트렌드를 선도해온 애경산업의 ‘2080치약’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브랜드파워 전략을 기대해 본다. 곽대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