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올해도 안됐네…” 대학을 졸업한 뒤 3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지인의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경기 불황과 고용시장 위축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들의 취업 고민은 해가 갈수록 더 깊어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청년층 취업자는 368만2천명으로 지난해보다 15만명 줄었다. 경제활동참가율도 49.5%로 전년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최종학교 졸업자 중 1년 이상 미취업 상태에 있는 청년은 56만5천명으로 비중이 46.6%에 달했고 이 가운데 3년 이상 미취업자는 23만명으로 전체의 18.9%에 차지했다. 미취업 이유로 ‘그냥 시간을 보낸다’는 응답도 25.1%로 증가했다.
현장에서 만나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통계보다 더욱 무겁다. 얼마 전 대구 지역 한 대학교 졸업반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한 학생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수십번 고쳐가며 취업 준비에 매달리지만 막상 기업들은 우리에게 너무 냉담하다”며 “스펙을 쌓을 기회조차 부족한데도 기업은 ‘경력형 신입’, ‘창의적인 인재’ 등 우리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우리도 무한히 버틸 수 있는 오뚜기는 아니다”며 “반복되는 실패는 청년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결국 무기력한 채로 또 다시 취업 준비로 돌아가는 악순환에 빠지게 만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실패 경험을 반복한 청년들이 점점 삶의 방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 중 상당수는 거듭된 취업 실패로 인해 진로뿐만 아니라 인생 자체에 대한 확신을 잃었다고 말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하루하루가 막연할 뿐이에요”라는 말은 이들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다른 문제는 첫 일자리에서 근무하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첫 직장에서 일한 기간은 평균 1년 6.4개월로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퇴사 사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보수나 노동시간 등 근로여건에 대한 불만(46.4%)이었다. 이는 단순히 임금만으로는 청년들이 직장에 오래 머물 수 없음을 보여준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고 배우며 성장한 이 시대 청년들에게 직장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닌 자아 실현의 장이자 합리적인 보상과 미래 안정성, 일과 삶의 균형까지 충족되기를 기대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는 여전히 크고 결국 청년들은 불만족스러운 근로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퇴사를 선택하고 다시 취업 시장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취업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로 청년들의 높은 눈높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현장에서 꾸준히 나온다. 일부 청년들은 “그래도 대학을 나왔는데 이런 일은 좀…”, “첫 직장인데 월 300만원 이상은 받아야 하지 않나요”라며 스스로 선택지를 좁히기도 한다. 평균 학력이 높아진 만큼 청년들의 기대 수준이 높은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일부는 그 기대가 오히려 본인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때로는 눈높이를 조금 낮추고 다양한 기회를 열어두는 유연한 태도도 필요하다.
취업난은 청년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다. 취업 기회의 감소와 근로 여건의 악화는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양질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층과 산업계 간의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 청년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단기적이고 불안정한 일자리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일하며 미래를 설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이다. 청년들이 ‘취업 미로’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지 않도록 사회 전체의 꾸준한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김유빈 사회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