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희 대구가톨릭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

필자는 평범한 사립의과대학 교수이자 고등학생 자녀를 둔 대한민국의 엄마이다. 저명한 교육학자도 역사학자도 아닌 필자가 우리나라의 교육과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한탄해야 하는 현실이 참 답답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한다. 농사는 1년, 나무심기는 10년을 내다보고 준비하면 성공하지만, 사람을 키우는 교육은 100년을 내다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되어야 한다는 뜻이며, 그 나라의 교육을 보면 그 나라의 미래를 알 수 있다고들 한다.

적어도 교육에 대한 계획은 정권이나 보수, 진보 같은 이념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대한민국이 천년, 만년 지속될 수 있도록 정교하고 신중하게 세워져야 하며, 세워진 교육 계획은 흔들림없이 실천해 나가야 한다. 그럼, 우리나라의 교육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교육을 필자의 입장에서 들여다 보면,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의 교육 정책을 비난하기 바쁘며, 정책의 변화가 너무 많아 우리나라 교육 정책의 근본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아이들은 입시제도에 맞춰 따라가느라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 정작 학문에 매진해야 하는 대학에 들어가서는 번아웃되어 학문에 대한 성취도가 낮고, 취업준비를 위해 거쳐 가는 곳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21세기에 들어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등 첨단기술과 인간이 공존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 꽤 오래된 듯하다. 사실, 필자는 4차 혁명에 대해 그리 실감을 하지 못했는데, 최근 1년 사이에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한 AI 산업의 발전을 바라보며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시작에 서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미국의 빅테크들은 AI 전문가를 스카우트하는데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고, 중국에서는 AI 등을 전공하는 공학 관련 대학이 가장 인기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공부 좀 한다 하면 당연히 의과대학을 들어가야 하고, 고액의 연봉을 제시받는 1등 직업은 일타강사이며, 훌륭한 대학을 졸업해서 전공을 살려 연구하고 후배를 양성하는 이보다는 명석한 두뇌로 학원에서 유명강사가 된 이들에게 더 부러운 시선을 보낸다.

우리나라 의과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너무나도 뛰어나고 훌륭하지만, 의과대학 교육과정과 의사의 길이 적성에 맞지 않아 방황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 일방적인 의대정원 확대로 1년반이라는 긴 시간 의과대학에서 학생을 찾아볼 수 없는 유래없는 일도 겪었다.

지금은 밀린 교육을 한꺼번에 해결해 보려는 교육 일정속에서 사실 무리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제대로 교육이 될지 우려스럽다.

필자가 듣고 보고 겪은 이런 단편 단편만 봐도 우리나라 교육이 4차 혁명이라는 큰 물결속에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앞서가는 나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지 걱정과 의문을 들게 한다.

전쟁 후 모든 것이 파괴되고 가난했던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발전을 이룬 것은 어려운 시절, 꺼지지 않은 교육열로 부지런하고 뛰어난 인재를 길러 낸 덕분임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어떤 정부에서든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많은 인재들이 의대에만 목매지 않고, 각자의 적성과 관심에 맞는 대학에 들어가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의대정원정책, 공공의대정책 등 의과대학 교육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는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긴 안목으로 신중히 결정하여 학생들이 학교를 뛰쳐나가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

권현희 대구가톨릭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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