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인구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일부 통계에서는 향후 수십 년 내에 인구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특히 지방의 경우 청년층 유출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 지역 경제와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지방 소멸이 현실화된다면 학교, 병원, 일자리뿐 아니라 지역 문화와 공동체까지 사라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출생 대응은 단순한 정책 목표가 아니라,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지키는 필수 과제가 된다.
경북도가 최근 정부 국정과제에 발맞춰 저출생 대응에 본격 나선 것은 의미가 있다. 지난달 도청에서 열린 ‘인구 분야 국정과제 대응 전략 세미나’에는 정부, 지자체, 연구기관, 대학 등 각계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세미나는 단순히 정책을 나열하는 자리에서 그치지 않고 민·관·학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역 현실을 국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한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회의와 계획 자체만으로는 변화를 만들 수 없다. 실질적 성과는 현장에서 정책이 어떻게 구현되고 도민이 체감하는지에서 나온다.
경북도가 추진 중인 ‘K-아동 프로젝트’는 아이가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 전반을 개선하려는 정책이다. 안전한 보육·교육 환경 구축, 돌봄 인력 확충, 공동체 회복을 통한 가족 친화적 사회 조성 등 목표는 포괄적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계획의 현장 적용 가능성과 실행력이다. 예산 확보, 인력 배치, 제도 운영 등 구체적 실행력이 부족하면 정책은 공허한 구호에 그치고, 도민 체감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저출생 문제는 단순히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부담이 아니라 행복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환경이 필요하다. 주거, 교육, 돌봄, 일자리, 공동체 참여 등 여러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출산과 양육은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로 자리 잡는다. 따라서 정책의 핵심은 실제 현장에서 부모와 아이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경북도의 정책 방향에서 주목할 점은 장기적·지속적 접근이다. 일회성 지원이나 단기 정책만으로는 근본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북은 현재 도민 참여형 지원체계 구축, 연구용역과 정책 검증, 중앙부처 협력 등을 통해 지속적·체계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실제 예산 집행, 인력 운영, 현장 점검과 성과 관리가 동반되어야 비로소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저출생 대응은 지역 맞춤형 전략이어야 한다. 수도권 중심의 일률적 정책만으로는 지방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역별 인구 구조, 경제 여건, 공동체 특성에 맞는 차등적 지원이 필요하다. 경북이 아동수당, 돌봄 서비스, 공동체 회복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며 국비 확보에 나서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이 도민 삶 속에서 실제 변화를 만들어낼 때, 비로소 전국적 모델이 될 수 있다.
저출생은 위기이자 동시에 사회 구조를 혁신할 기회이기도 하다. 아이가 태어나고 성장하는 환경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공동체 회복과 사회 안전망 확충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 경북도가 나아가야 할 길은 단순히 계획을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행 가능한 정책을 현장에서 입증하고 지속적으로 조정하며 도민이 체감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행복을 느끼고 공동체가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 그것이 저출생 대응의 진정한 목표다. 경북의 실천적 정책과 실행 의지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가 나아가야 할 길이 될 수 있다. 저출생 극복은 단순한 정책 목표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이며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적 과제다.
윤정 사회 2부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