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이지대(漸移地帶), 그 중요성에 대해
양 극단의 두 생태계 맞물린
완충지대이자 창조의 공간
서로 다른 종과 타협·경쟁·조화
멸종 방지하고 유전적 진화
무한한 발전과 변화 이뤄져

사진1
산림, 농지, 하천이 혼재한 점이지대는 생태적 종합지대로 생물 다양성이 극대화 되는 지점으로 물질순환이 활발하며 핵심 생태공간이다. 사진은 영천시 치산리 일원.

점이지대(transitional zone, eco zone)란 ‘추이대’ 혹은 ‘이행대’라고도 한다. 주로 생태학에서 다루는 용어이자 생물의 다양성을 논하는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다. 점이지대는 서로 다른 생태계와 생태계 사이의 중간지대로 생태계 경계부를 뜻하는 주연부(edge)와는 약간 다른 개념이다. 주연부는 어떤 생태계의 경계부 즉 가장자리로 생태계의 테두리 부분을 말한다. 생태계와 성질이 다른 생태계가 만나는 점이지대는 생태계의 내부라는 독립된 넓은 공간적 특징이 있는 반면, 주연부는 테두리라는 좁은 공간적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주연부의 확장된 개념이 점이지대라도 보면 되겠다. 그래서 둘 사이에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다.

우선 좁은 띠로 볼 수 있는 주연부에 대한 특징을 좀 더 살펴보기 위해 산림 생태계를 들여다 보자.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산림의 수종 분포가 대부분 침엽수인 소나무류와 활엽수인 참나무류로 이루어져 있는데, 참나무류가 많은 산림의 가장자리의 나무는 대체로 수관부의 넓이와 키도 크고 수광 상태도 양호해서 산림 생물의 종류가 산림 내부보다는 훨씬 다양한 것을 알 수 있다. 즉 단일 수종인 소나무림 내부보다는 다양한 먹이 자원과 다양한 유형의 은신처가 있어 야생 동물의 개체수도 풍부하여 이들에게 훌륭한 서식처가 되는 시작점이다. 이들 주연부는 길이가 길면 길수록 생태계도 건강하며 생물의 종 다양성도 증가한다.

산림이 훼손된 부분은 원상 복구(restoration)가 원칙이다. 원상 복구는 생물종의 다양성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산림과 연결된 주연부는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원래 산림식물 생태계의 위계인 초목과 관목 교목 순서로 배치하여 산림과 주연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공간적 범위가 주연부보다 넓은 점이지대에 존재하는 동·식물의 먹이 쟁탈전은 더욱 치열하다. 하지만 독립 생태계에 서식하는 생물은 안전한 서식처를 기반으로 먹이 활동이나 번식 활동은 좀 더 안전하다. 다만 서식처의 범위와 먹이의 양에 따른 종간 경쟁도 무시할 수는 없다.

소나무림을 근거지로 살아가는 조류나 동물들은 참나무류를 근거지로 살아가는 조류나 동물들과는 먹이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서로 평화를 유지할 수 있지만 양 극단의 생태계가 맞물리는 점이지대에서는 두 가지 생태계의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으므로 충돌과 대립의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이곳에서는 먹이 쟁탈전뿐만 아니라 갈등과 혼돈이 일상화되어 있다, 상시적 충돌과 혼란은 결국 종간 질서의 재편이 이루어지면서 서로 협력하기도 하고 유사종과의 교배로 새로운 종이 탄생되기도 한다. 이점이 바로 점이지대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자 중요성이다.

어찌보면 점이지대는 두 생태계의 완충지대이자 창조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종과의 극단적인 충돌로 인한 멸종을 방지하고 약간의 거리를 두어 적당한 타협과 경쟁, 조화를 이루며 상생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고 유전적 진화가 이루어지는 곳, 이것이 바로 자연 생태계에 점이지대가 꼭 필요한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점이지대는 과도기적 생태 공간이다. 무한한 발전과 변화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곳은 식물 모자이크 군집 생성과 생물간 상호 작용은 생물의 다양성과 종의 생존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필자는 자연 생태적 점이지대에 대한 다섯 가지 유형과 지리적, 문화적 점이지대와 국가간 점이지대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첫째, 농업생태계와 농업생태계 사이의 점이지대로 독일의 그뤼네스반트(Grunes Band)가 대표적이다. 그뤼네스반트는 동·서독이 통일되고 난 후 두 나라의 경계가 되던 곳이 자연 그대로 보존이 된 지역을 말한다. 엘베강과 하르츠 산맥, 독일가문비나무 군락이 있는 튀링겐 숲이 이곳 그뤼네스반트와 접해 있다. 그뤼네스반트의 녹색띠는 백 여 종류의 다양한 동물의 서식지와 28%의 자연보호구역, 동물의 서식지중 48%가 멸종 위기종이 사는 곳으로 역사적 상징성 뿐만 아니라 생태적으로 가장 중요한 점이지대로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

둘째, 농업과 산림의 점이지대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점이지대로 농경지에 사는 생물인 잡초와 곤충, 조류 등과 숲에 사는 야생 초본류나 나무, 포유류 등이 함께 출현하는 지대다. 이 중에서 일부 종은 양쪽 환경에 모두 적응하여 독자적인 군집을 형성한다. 두꺼비의 생태를 보면 성체의 경우 주로 산림 지대나 농지, 초원 등에서 생활하며 산란을 위해서는 연못이나 물이 있는 농지에 모여 집단 번식을 하는 경우다. 즉, 산림과 농지 그리고 연못 생태계에 모두 적응한 경우다. 농경지와 산림의 생태적 완충 역할과 서식지의 이동 통로, 특히 전통 농촌 마을의 논두렁, 밭두렁, 마을숲은 중요한 점이지대 역할을 한다. 이는 단순한 생태적 공간을 넘어 농경 문화를 형성해 왔으며, 생활 터전을 지탱하는 의미가 있었다.

셋째, 산림과 농지와 하천이 혼재한 점이지대다. 이곳은 점이지대 중에서 생물 다양성이 극대화 되는 지대로 생태적 종합 활동 무대가 되는 곳이다. 산림과 농지, 하천 세 개의 생태계는 각각의 서식처를 연결하고 동물들에게는 이동 통로인 코리더(corridor)가 되어 멸종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이곳 점이지대는 서로 다른 생태계의 교란 요인으로 인하여 불안정하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정은 새로운 종의 탄생을 촉진하고 그것이 종의 진화로 이어져 오히려 생태계 서비스는 더 강화되는 쪽으로 발전한다.

넷째, 산림과 도시와 공원이 어우러진 점이지대다. 이곳은 자연 생태계와 인공 생태계, 그리고 그 사이의 완충지대인 공원이 만나는 곳이다. 산림의 숲과 도시의 건축물, 그리고 공원 조경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복합 공간을 연출한다. 특히 공원은 산림 생물인 조류와 곤충 등과 도시 적응 동물인 비둘기, 고양이 등이 공원이라는 점이지대에서 서로 공존한다. 특히 일부 공원은 야생 동식물의 피난처가 되기도 한다. 세 생태계 모두는 서로 보완관계에 있으며 생태적 완충과 문화적 허브, 그리고 연결과 치유 공간으로서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다섯째, 육지와 강과 하중도의 점이지대다. 하중도에는 습지식물, 어류, 양서류, 수서곤충 등이 있고, 육지에는 초본류와 교·관목의 생물로 이루어지며, 하중도는 이들의 점이지대로 육상과 수생 생물이 공존하는 서식처가 되어 종 다양성이 매우 풍부하다. 다만 하중도는 강물의 흐름과 홍수의 빈도에 따라 지형이 쉽게 변해 불안정하고 임시적인 서식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또 다시 생태적 안정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공간이 된다. 이러한 점이지대의 다양한 양태로 인해 점이지대는 기회의 땅으로 된다. 또한 충돌과 갈등으로 파괴와 창조의 원천이 되는 땅이기도 하다.

DMZ, 인간 간섭 최소화 된 지역

충돌·갈등 교차하는 공간이자

평화·보존·협력 상징하는 공간

지구촌에 일상화 된 전쟁·파괴

해소해 줄 문화적 점이지대 필요


지구촌 곳곳이 전쟁과 기아로 충돌과 파괴가 일상화 되고 있다. 지난 세기, 지리적으로 동·서양의 문명을 고르게 받아들인 튀르키예는 이슬람 문명과 기독교 문명의 충돌과 융합으로 헬레니즘과 로마, 비잔틴, 오스만 제국이 자리잡으며 문명의 교차로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의 DMZ는 인위적 간섭이 최소화된 완충지대로 생태, 지리, 문화가 중첩된 다차원적 점이지대다. 이곳은 충돌과 갈등과 화해가 교차하는 상징적 공간이자 동시에 국제적으로는 평화와 보존과 협력을 상징하는 문화적 점이지대다.

점이지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인간 대 인간의 갈등과 사회적 갈등, 국가간의 갈등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점이지대는 그래서 더욱 필요하고 보존해야 한다.
 

 

임종택<생태환경작가·다숲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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