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홍란 시인·문학박사


지금까지 내게 주어진
가장 큰 찬사는
누군가가 내 생각을 묻고
내 대답에
귀를 기울였을 때였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한국 사회에 긍정의 힘과 새로운 훈풍을 만들기 위해 ‘나 스스로 바람개비’가 되어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명 ‘다함께 돌봄’의 물결이다. ‘다 함께’ 라는 단어를 되짚어보면 ‘모두 같이’, ‘우리 모두 더불어’, ‘우리 같이 어깨 걸고’, ‘우리 서로 나누며’라는 의미가 전달된다. 혼자서 중얼거려본다. ‘다 함께’ 힘이 솟는다. 참 따뜻해진다. ‘누군가 내 곁에 있다는 것’, ‘누군가 내 말을 들어준다는 것’, ‘누군가 내 등을 밀어준다는 것’, ‘누군가 내 말에 응답해 준다는 것’, 누군가 내 손을 잡고 끌어준다는 것‘은 격려이고 응원이다.

‘다함께돌봄활동자’ 1인인 나는 오후 4시 ‘행복숲’으로 간다. 언어에 민감한 나에게 ‘행복’과 ‘숲’ 두 단어의 조합은, 생각만으로도 나의 들숨과 날숨을 깊고 편안하게 만든다. 그리고 발걸음을 빠르고 가볍게 이끌어준다.

어린시절 좋은 글을 읽고, 글쓰기를 배우는 것은 인간의 삶 전반에 창의력과 긍정의 사고방식을 선물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글쓰기는 단순한 문자 표현활동을 넘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훌륭한 방법이다. 이를 통해 어린이들은 자신감을 얻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생각을 구조적으로 정리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기술은 어린이들의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으로 작용할 것을 기대하면서 행복숲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내 수업의 문패를 ‘곽홍란의 생각하는 글쓰기 <나도 할 수 있어요>’로 정했다.

선생님을 중심으로 빙 둘러 앉은 아이들과의 첫 시작은 손뼉치며 노래부르기다.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해 주세요. 그럼 우린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짜증나고 힘든 일도 신나게 할 수 있는 꿈이 크고 마음이 자라는 따뜻한 말 ‘넌 할 수 있어’ 큰 꿈이 열리는 나무가 될래요 더 없이 소중한 꿈을 키울 거예요. ‘넌 할 수 있어’.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며 온몸으로 신명을 만들어낸다.

한번 더 노래하고 싶다는 아이들의 열정을 누그러뜨리며 두 손바닥으로 가만히 어깨를 감싸안게 한다. ‘내가 나를 위로하는 2인칭 화법으로 대화’를 한다. 손바닥으로 어깨를 토닥이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말을 건넨다. ‘오늘도 수고했어’, ‘오기 싫기도 했을 텐데 고마워’, ‘이번엔 좀 어려운 글쓰기 시간이야’, ‘잘 부탁해’, ‘생각나지 않으면 큰 소리로 통과!를 외쳐 봐’, ‘다른 친구들이랑 네 생각은 다를 수 있어’, ‘그건 참 중요한 거야’, ‘어? 이제 준비됐구나’, ‘이제, 시작해 볼까’, ‘그래 힘내!’, ‘나도 잘 도와줄게’ 아이들의 표정이 편안해지고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다.

오늘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꽃을 발견하고 이야기 나누며 글쓰기다. 어떤 대답을 할까? 누가 통과를 외칠까? 궁금해하면서 질문을 던진다. 스스럼없이 말할 줄 아는 우리 아이들은 해바라기, 툴립, 장미, 데이지, 할미꽃, 무궁화, 페퍼민트, 강아지풀, 개망초.., 좋아하는 꽃이름을 말한다. 그 이유도 제각각이다. 샛노란 색깔을 보면 힘이 나요, 그냥 좋아요, 샛빨간 색이 예뻐요. 우리 할머니처럼 좋아요. 우리나라 꽃이잖아요. 향기가 좋아서요. 우리집 강아지처럼 꼬리 흔드는게 좋아요. 삶은 매추리알 처럼 맛있을 것 같아서요. 고맙게도 한 가지 꽃으로 쏠리지 않으면서 모두 좋아하는 꽃을 찾아냈다.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여 주는 ‘2인칭 감각’의 마력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다양한 대상들과 수업을 하면서, 내가 하는 말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을까? 궁금할 때가 있었다. 가끔 몇 사람들에게 질문해 되짚어보면 동문서답을 많이 했다. 즉, ‘나’라는 존재를 잠시 잃어버리고 방황하다가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육체와 영혼이 일체유심조가 아닌 ‘나’와 ‘너’라는 존재 인식, ‘2인칭 감각’ 훈련이 필요하다.

‘2인칭 감각’은 상대의 존재를 인지하고, 그의 의도와 감정을 추적하며, 그의 시선 속에서 사고하는 능력이다. 이 감각의 일부인 ‘2인칭 화법’은 소외를 넘어 나의 집중력을 되찾게 해 주는 비결이다.

이해력은 먼저 언어애 대한 독해력이 큰 영향을 끼친다. 독해력을 높이려면 글쓴이를 2인칭으로 두고 대화하듯 읽는 습관을 들이면 향상시킬 수 있다. 다음으로 잘 들을 줄 아는 청해력이다. 청해력을 기르려면 나를 잊고 말을 하는 2인칭에게 몰입해야 한다. 이해력과 청해력이 낮을 경우 원활한 사회생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어려운 난제를 행복숲 아이들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신나게 함께 해준 행복숲 아이들에게 엄지척!을 선물하며 응원한다. ‘넌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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