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정자문화생활관, ‘누정愛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젝트 시작
첫 초청 작가 ‘서양화가 김창한’
일정기간 봉화 머물며 작품 활동
정자·자연·마을 풍경 화폭에 담아
내년 5월 누정갤러리 전시 예정

전국에서 가장 많은 누정을 보유한 봉화군이 전통문화와 현대예술을 잇는 특별한 창작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은 ‘누정愛아티스트’라는 이름으로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전통 건축물인 정자를 모티브 삼아 지역 자연·문화유산과 현대 예술을 융합하는 창작 실험의 장이 될 전망이다.
누정(樓亭)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자연 속에서 사색과 풍류를 즐기던 건축물로,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당시 지성인의 미의식과 철학을 반영하는 공간이었다.
봉화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03개의 누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청량산 자락과 백천계곡, 띠띠미마을 등 수려한 자연 속에 청암정, 한수정, 몽화각 같은 고풍스러운 정자들이 남아 있다.
군은 이러한 풍부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봉화를 ‘예술과 철학이 만나는 누정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시킨다는 계획이다.
‘누정愛아티스트’는 예술가가 일정 기간 머물며 창작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은 이를 통해 예술가에게는 창작의 터전을, 지역에는 새로운 문화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첫 초청 작가는 야외작업과 풍경화로 잘 알려진 서양화가 김창한이다. 홍익대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1991년 이후 개인전 54회, 단체전 230여회를 개최한 중견 작가다. 특히 봉화 외가에서 유년기를 보낸 인연과 부친의 봉화 상운면 사과농장 경영으로 지역과 깊은 연을 맺고 있다.
김 작가는 오는 2025년 여름부터 2026년 봄까지 봉화에 네 차례 이상 머물며 주요 정자와 자연·마을 풍경을 소재로 대형 회화를 포함한 25점 내외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창작 활동은 봉화정자문화생활관 내 체류형 숙소인 ‘솔향촌’에서 진행된다. 소나무 숲 속에 위치한 이곳은 자연 속에서 휴식과 몰입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예술가 전용 공간이다.
완성된 작품들은 내년 5월 말부터 약 3주간 봉화정자문화생활관 내 ‘누정갤러리’에서 전시된다. 누정갤러리는 2023년 개관한 전시 공간으로 봉화 특유의 전통미와 현대적 전시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복합문화 플랫폼이다.
이번 레지던시는 단순한 창작에 머무르지 않는다. 김 작가는 오픈스튜디오, 드로잉 클래스, 작가와의 대화 등을 통해 지역 주민과 관람객과 교류할 예정이다. 또한 창작 과정은 SNS와 유튜브 채널 ‘야외화가 김창한’을 통해 실시간 공유돼 봉화의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는 홍보 콘텐츠로 활용된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정자라는 전통 공간에서 탄생한 작품은 봉화의 정체성과 아름다움을 새롭게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며 “향후 사진, 음악, 영상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해 봉화를 사랑하는 예술가들과 함께 문화·관광·예술이 어우러지는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김교윤기자 kky@idaeg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