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미래를 좌우할 TK신공항, 취수원 이전, 군부대 이전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인한 대구시장 공백으로 핵심 사업들의 동력이 떨어져 신공항은 특별법 통과에도 불구하고 군 공항 이전지, 교통망 확충, 배후도시 조성 등 세부 계획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취수원 이전도 대구·구미·경북의 갈등 속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고 군부대 이전 역시 국방부와의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구가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지역 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들 대형사업은 단순한 행정 과제가 아니라 정치적 협상, 재정 조달, 사회적 합의가 얽힌 범국가적 현안이다. 그런데 대구시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한 제도화·재정 확보 노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수정권 아래에서는 이해관계자 설득에 서툴렀고, 주민 신뢰를 얻는 데도 실패했다. 결국 탄핵과 조기대선으로 인해 정권이 교체되면서 지역 핵심 현안사업은 현 정부의 우선 순위에서 멀어지면서 사업은 지역 내 갈등만 키운 채 표류하고 있고,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 책임의 제도화가 절실하다. 최근 국회에서 ‘대구 도심전투비행단 이전 어떻게 풀어야 하나 : 기부대양여방식의 한계와 해결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공항 이전사업에서 ‘기부대양여’ 방식은 투자금 투입과 회수 시점이 장기간 소요돼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TK신공항도 가덕도신공항, 제주공항 등과 같이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제안된 ‘군 공항 이전 특별법’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 개정 개정안에는 사업 재원을 국비로 전액 부담하고, 사업 시행자를 ‘종전부지 지자체장’에서 국방부장관으로 명문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공항과 군부대 이전은 국가 기간시설 성격이 강하다. 특별법 제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 기회에 국비 지원 비율, 이전지 활용 방안 등 구체적 책임을 법과 제도로 명확히 해야 한다.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는 지역 상생 거버넌스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사업은 1991년 페놀 유출 사건 등 빈번한 수질오염 사고에 따라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구시가 안동댐 직하류에서 문산·매곡정수장까지 110㎞의 도수관을 놓아 하루 46만t의 물을 공급받는 ‘맑은 물 하이웨이’가 정부의 방안을 제안했고, 환경부는 지난 1월 올해 “안동댐을 활용해 대구·경북에 맑은 물을 공급하는 정부 대안을 확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며 낙동강 상류에 있는 구미시 해평취수장에서 하루 30만t씩 대구와 경북에 공급하는 안으로 바뀌어졌다. 벌써 진행되었어야 할 취수원이전 문제가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어지는 것은 결국 지역간 갈등 때문이다. 대구·구미·경북의 갈등 구조를 해소하지 못하면 계속 표류할 것이 분명하다. 환경단체와 전문가, 시민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통해 합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 물론 이 문제도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 만큼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TK신공항, 군부대, 취수원 이전은 지역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연계성이 높지만 모두 대구·경북의 균형발전과 도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TK신공항과 군부대 이전 문제를 하나로 묶어 항공·물류·첨단산업 벨트를 만들고, 취수원 이전 문제는 신공항 주변 환경 인프라와 맞물려 추진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장점들을 내세워 정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구의 미래는 하늘길과 물길 등 지역 핵심 현안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시장 공백 상황이라는 등을 핑계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대구시장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행정이 어떤 리더십과 전략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라는 점을 인식하고 대구시는 물론 지역 정치권과 지역민들이 지역 대형 프로젝트를 ‘내 일’로 생각하고 똘똘 뭉쳐야 한다.
이곤영 부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