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이런 말들이 내가 힘들 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말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짧은 말에 담긴 온기와 진심이 나를 얼마나 단단하고 따뜻하게 키워왔는지를.
나는 성격이 예민한 편이라, 작은 일에도 쉽게 신경을 쓰곤 한다. 학교에서 친구와 사소한 오해가 생기거나, 발표 시간에 실수를 하면 하루 종일 마음이 무겁다. 예전엔 그런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서 혼자 속으로 삼키는 일이 많았다.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조용히 참는 게 더 익숙했던 나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 가족은 그런 나의 마음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 가족은 매일 저녁 식사 시간에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오늘은 재미있었어”, “수업이 좀 어려웠어” 같은 짧은 이야기들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화의 깊이가 조금씩 달라졌다. 단순한 하루의 보고가 아니라, 진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되어갔다.
어느 날, 나는 학교에서 친구에게 무심코 상처를 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일이 하루 종일 마음에 걸려 말없이 밥만 먹고 있었다. 평소처럼 대화를 시작하던 중, 아빠가 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늘 무슨 일 있었니?” 처음에는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결국엔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그 자리에서 나는 내가 했던 말이 친구에게 상처가 되었을까 봐 걱정됐고, 후회된다는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때 엄마가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너는 참 용감한 아이야.” 그 말 한마디에, 얼어붙어 있던 내 마음이 눈처럼 녹았다. 실수한 나를 혼내는 대신 이해해주고 안아준 가족의 말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진심을 표현하는 용기’를 알려주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마음을 털어놓는 게 약한 게 아니라, 오히려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것을 배웠다.
가정은 마음이 처음 자라는 곳이라고들 한다. 나는 우리 가족과 함께하면서 그 말의 의미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예전의 나는 감정을 꺼내 놓는 걸 부끄럽게 여겼지만, 지금은 내 마음을 말로 표현할 줄 알게 되었고, 다른 사람의 감정도 헤아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우리 가족은 서로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존중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가르쳐 주었다.
또 하나, 우리 집에서는 학교 과제로 받은 ‘오늘 더 감사’ 노트를 가족과 함께 쓰고 있다. 그날 저녁에 나눈 대화를 정리하면서, 내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노트 안에는 내 느낌뿐만 아니라, 엄마와 아빠의 느낌을 적는 칸도 있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나는 엄마, 아빠가 나를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 늘 내 마음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이런 일상의 기록이 내게 큰 힘이 된다.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마음교육은 거창하지 않다. 때로는 따뜻한 말 한마디, 때로는 조용히 옆에 있어주는 마음, 때로는 메모 한 장이 내 마음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된다. 그렇게 나는 우리 가족 안에서 ‘마음을 말하는 용기’, ‘다른 사람의 감정을 듣는 귀’, ‘감사를 표현할 수 있는 따뜻한 말’을 배우며 자라왔다. 요즘 나는 가족에게 배운 이 마음 습관을 친구들과도 나누려 노력한다. 친구가 힘들어 보이면 먼저 다가가 “무슨 일 있어?”라고 물어보고, 누군가에게 고마운 일이 생기면 꼭 말로 표현하거나 메모를 써서 전한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친구들이 나의 따뜻한 말에 웃어줄 때마다 나는 알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 그런 순간들이 쌓일수록 내 주변도 조금씩 더 따뜻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