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9일 북·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국제 및 지역문제와 관련한 깊이있는 의견교환이 있었으며 완전한 견해일치를 보았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전날 베이징 낚시터(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만났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통신은 양국 외교장관이 견해일치를 봤다고 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다음 달 말 개최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미중 정상회담 등이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대응 방안이 조율됐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대화 가능성도 의제로 올랐을 수 있다.

북한은 왕 주임이 “두 나라 최고 영도자 동지들의 공동인식을 근본지침으로 삼고 쌍방 사이의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며 호상래왕과 협조를 추동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선희 외무상은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 4일 회담을 언급하면서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조중(북·중) 사이의 친선 감정은 변할 수 없으며 전통적인 조중 친선 협조 관계를 시대적 요구에 맞게 강화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조선 노동당과 공화국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왕 주임은 최선희의 방중이 양국 정상회담 이후 첫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중국 방문이라고 언급하면서 6년 만에 이뤄진 양국 정상회담으로 “두 나라 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방향과 설계도를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한동안 소원했던 관계 회복을 넘어 향후 협력 분야를 더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최선희 외무상도 “(북·중)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맞게 친선 협조 관계의 심화 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해나갈 입장”이라고 화답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북한의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에 참석할 중국 측 고위급 인사 초청 문제와 함께 경제 문제를 포함한 양국 간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이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회담 결과를 전하면서 “중국은 북한과 국제 및 지역 문제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모든 형태의 패권주의에 반대하며 양 측의 공동 이익과 국제 공정 정의를 수호할 용의가 있다”는 왕 주임의 발언을 소개했다. 또 최선희 외무상이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인류 운명 공동체 이념과 글로벌 이니셔티브는 중국이 다극 세계 구축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으며 북한은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 측 보도에선 이런 내용이 모두 빠져 북·미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수위 조절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해 “좋은 추억”이라며 대화 여지를 남겼다.


이기동기자 leekd@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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