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은 ‘노인의 날’
아날로그적 창구 일부 운영
혐오와 차별적 시선 거두고
함께할 공동체로 인식해야

김후남
사회복지법인 상록수재단 대표이사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한 해 한 해 쌓여온 세월만큼 사회에 헌신해 온 어르신들을 기리고, 더불어 앞으로의 초고령사회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날이다. 한국 사회는 지금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숫자가 말해주듯 고령층은 이제 소수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주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인은 ‘돌봄이 필요한 대상’, ‘부담’으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노인의 날은 이런 고정관념을 되짚고, 세대를 아우르는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첫째로 주목해야 할 문제는 빈곤과 돌봄의 사각지대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다. 연금 제도와 사회 안전망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해 많은 어르신이 생계 유지를 위해 노년에도 노동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은 곧 고립과 건강 악화로 이어진다. 특히 1인 고령 가구의 증가는 고독사라는 사회적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족만의 책임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지역 사회와 국가가 돌봄의 주체로 나서 야 한다.

둘째로, 디지털 격차 문제가 빠르게 불거지고 있다. 은행 창구는 줄고 무인 기기는 늘었으며, 행정 서비스와 교통 이용마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뤄지는 시대다. 하지만 많은 어르신은 이러한 변화에 익숙하지 못하다.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사회에서 소외되는 경험’을 겪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사회에서의 포용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디지털 배움터를 확대하고, 모든 공공 서비스는 고령층이 접근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 창구를 일정 부분 유지해야 한다.

셋째로, 세대 간 갈등을 넘어 협력과 공존으로 나아가야 한다. 연금 개혁 논의만 해도 청년 세대와 고령 세대의 이해가 충돌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세대 간 불신이 커질수록 사회는 분열된다. 사실 어르신들은 손주를 돌보고, 자원봉사를 하며, 사회 경험을 후배세대에 전해주는 등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다. 노인을 사회적 비용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동반자로 인정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넷째로, 존중과 문화적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는 ‘효’를 전통적 가치로 내세우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노인 혐오나 차별적 시선이 존재한다. 고령 운전자 논란처럼 일부 현상은 필요 이상의 부정적 이미지로 확대되기도 한다. 노인을 존중하는 문화는 과거 세대에 대한 의무가 아니라, 곧 다가올 미래의 나 자신을 존중하는 길이다. 오늘의 청년이 내일의 노인이고, 노인을 대하는 태도는 결국 우리 사회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는가의 척도가 된다.

노인의 날을 맞아 우리는 다시 묻는다.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히 경로석을 비워 드리는 예절이나 하루의 기념식에 그치지 않는다. 안정된 노후를 보장하는 제도, 디지털 시대의 포용적 서비스, 세대 간 신뢰와 협력, 그리고 존엄을 존중하는 문화가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가 완성된다.

노인은 우리 곁에 있는 과거이자, 우리가 맞이하게 될 미래다. 노인을 존중하는 사회는 결국 나와 내 자녀가 살아갈 사회를 더 따뜻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길이다. 이번 노인의 날이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초고령사회로 향하는 대한민국이 어떤 가치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후남 사회복지법인 상록수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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