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행정망과 공공서비스가 일시 중단되며, 화재가 단순한 물리적 피해를 넘어 사회 전반의 기능마비를 초래할 수 있음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이 시기 소방공무원들은 누구보다 분주하다. 화재 예방 순찰, 안전점검, 취약시설 지도와 함께 연말연시를 대비한 특별경계근무까지 이어진다. 시민들이 연말의 설렘을 안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현장은 쉴 틈이 없다. 그러나 소방의 노력만으로는 완전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화재 예방의 시작과 끝은 결국 시민의 관심과 실천에서 비롯된다.
화재의 상당수는 사소한 부주의에서 시작된다. 잠깐의 편리함을 위해 멀티탭에 여러 전열기구를 동시에 연결하거나, 난로 근처에 빨래를 말리는 일이 반복된다. 순간의 부주의가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번진다. 매년 반복되는 사고이지만, 경각심은 바쁜 일상 속에 희미해진다. 그렇기에 ‘겨울철 소방안전대책’은 단순한 정책이자 캠페인이 아니라, 생활 속에 스며든 안전습관을 되살리는 사회적 약속이다.
화재 예방의 첫걸음은 ‘불이 나면 대피 먼저’라는 인식의 전환이다. 실제로 많은 피해가 비상구를 찾지 못하거나, 비상구가 막혀 있어 대피가 지연된 경우에서 비롯된다. 대형건물이나 복합시설을 이용할 때 비상구 위치를 확인하고, 불법 적치물을 발견하면 신고하는 시민의 행동 하나가 수십 명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또한 주택가에서는 오래된 콘센트나 손상된 플러그는 즉시 교체하고 문어발식 콘센트의 사용은 지양해야 하며, 전기장판은 장시간 켜두기보다 일정 간격으로 전원을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방차 길 터주기도 겨울철 안전문화의 핵심이다. 좁은 골목이나 아파트 단지 내 불법 주정차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지연되면 초기 대응 골든타임이 사라진다. 불과 몇 분의 차이가 인명 피해의 규모를 결정짓는다. 잠깐의 편의가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잦아지면서, 화재 양상 또한 대형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한 주거 화재를 넘어 산불, 산업시설 화재, 전력 인프라 사고 등 다양한 형태로 확대될 수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 안전 인프라 확충과 함께 각 가정과 직장의 자율안전관리 체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안전은 제도나 장비가 아닌 ‘문화’로 자리 잡을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화마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예방은 언제나 우리의 손 안에 있다. 올겨울만큼은 난방기구를 켤 때 전선과 플러그를 확인하고, 외출 전에는 전원을 차단하는 작은 습관을 들이자. 주변 비상구와 소화기 위치를 확인하는 일도 생활화하자. 그 사소한 행동들이 모여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