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겸 시인

슬픔이 더 이상 내 몫이 아니길
너무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며 살았다

불면이 더 이상 내 외로움의
증거가 아니길
배앓이하던 숱한 밤의 그림자가
나를 짖눌렀다

슬픔과 분노와 눈물의 강을 건너
길고 긴 불면의 시간을 넘어
이제 그만
너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좋을
고슬고슬 하이얀 밥 한 공기 앞에 두고
가혹하기만 했던 내 몸의
시간을 덥히고 싶다

생은 항시 내게 무례했으나
너 역시 나를 조련질 하려
밤잠마저 설친다는 걸
내 이제 알아버렸으니

◇김 겸= 2002년 ‘현대문학’ 평론 등단. 200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2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장편소설 ‘여행의 기술-Hommage to route7’, 평론집 ‘비평의 오쿨루스’, 시집 ‘하루 종일 슬픔이 차오르길 기다렸다’ 외 다수.

<해설> 이제, 그만! 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삶의 궤적들 “슬픔이 더 이상 내 몫이 아니길”, “불면이 더 이상 내 외로움의/ 증거가 아니길”을 두고 “너무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며 살았다”는 반성의 문구를 진술하고 있다. 또한 시인은 성장기에 자주 배가 아팠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듯도 한데, “슬픔과 분노와 눈물의 강을 건너/ 길고 긴 불면의 시간을 넘어” 이제, 그만! 자신을 향해 시인은 주문을 걸고 있다. “그만” 이후의 “나”는 너 때문에 가혹하리만치 혹사한 나, 즉 밥으로부터 멀어졌던 나, 그러니까 식욕으로 너를 잊겠다는 어떤 다짐을 고슬고슬 하이얀 밥 한 공기 앞에 두고 고민해 보겠다는 것인데, 해서 마지막 연은 이 시의 설득력을 얻는데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여진다. “생은 항시 내게 무례했으나/ 너 역시 나를 조련질 하려 /밤잠마저 설친다는 걸 /내 이제 알아버렸으니”.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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