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사적인 영역 ‘감정’을 해부하다
감정 통제되는 시스템 비판

감정 물리학
박윤우 지음/시와반시/156쪽/1만5천 원
시집은 인간의 가장 사적인 영역인 ‘감정’에 대한 해부의 기록이다. 시인은 인간의 감정이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관리되고 통제되고 결국은 자본화되는 과정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시집 제목인 ‘감정 물리학’은 감정이 인간 정신의 신비로운 영역이 아니라 해부와 분석이 가능한 물질의 대상으로 보고 있음을 표명한다. 인간의 본질을 형성하는 감정이 측정과 분석, 그리고 통제의 대상인 동시에 그 자체로 물질로서 관리의 대상이다.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해 감정이 궁극적으로 자본가의 자원으로 등록되고 마는 현실을 비판한다.

시집 제목이 암시하듯, 인간의 감정에 대한 분석과 통제, 그리고 관리는 가능한 것일까. 시집 제목 끝에 붙은 ‘E404’는 이에 대한 시인의 비판적 태도를 드러낸다. ‘감정’을 물리학적 체계로 규명하려는 시도가 결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제목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E404’는 “Not Found”(찾을 수 없음)를 의미하는 디지털의 통신 에러 코드다. 웹브라우저에서 존재하지 않는 웹페이지 주소(URL)로 접속을 시도할 때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오류 메시지다. 이 시집에서 ‘오류(glitch)’는 단순한 착오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 시집을 관통하는 미학의 핵심 원리로 보인다. ‘E404’의 시집 제목 배치가 말해주듯이 인간의 감정을 물리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가 바로 그의 시적 결과물이다. 즉 감정 규명의 실패를 통해서 이 실패를 양산하는 사회 시스템의 이면을 폭로하고자 하는 것이 이 시집의 미학적 전략이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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