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사적인 영역 ‘감정’을 해부하다
감정 통제되는 시스템 비판
시집 제목이 암시하듯, 인간의 감정에 대한 분석과 통제, 그리고 관리는 가능한 것일까. 시집 제목 끝에 붙은 ‘E404’는 이에 대한 시인의 비판적 태도를 드러낸다. ‘감정’을 물리학적 체계로 규명하려는 시도가 결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제목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E404’는 “Not Found”(찾을 수 없음)를 의미하는 디지털의 통신 에러 코드다. 웹브라우저에서 존재하지 않는 웹페이지 주소(URL)로 접속을 시도할 때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오류 메시지다. 이 시집에서 ‘오류(glitch)’는 단순한 착오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 시집을 관통하는 미학의 핵심 원리로 보인다. ‘E404’의 시집 제목 배치가 말해주듯이 인간의 감정을 물리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가 바로 그의 시적 결과물이다. 즉 감정 규명의 실패를 통해서 이 실패를 양산하는 사회 시스템의 이면을 폭로하고자 하는 것이 이 시집의 미학적 전략이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