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의 역사와 뿌리 찾기
국제법적 지위·정통성 분석
건군 이념 뿌리 학문적 정립

국군의뿌리-한국광복군
조승옥 지음/ 세종마루/ 420쪽/ 2만3천원
책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1940년 충칭에서 창설한 국군의 역사를 집대성해 광복군의 조직과 활동, 인물과 정신을 온전히 되살려낸 전면적 역사서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철학자로서의 학문적 기반을 닦은 저자는 군사적 실무 경험과 철학적 탐구를 결합해 오랫동안 ‘상징’으로만 거론되던 광복군을 실질적이고 학문적인 차원에서 재구성했다.

책은 임시정부 군무부의 설치와 광복군 총사령부의 창설 과정으로부터 시작한다. 이어 지청천·이범석·김원봉 등 주요 지휘관의 군사 활동, 국내 진공작전을 위한 ‘독수리 작전’ 준비, 미군 OSS와의 합작 훈련, 그리고 여성 광복군의 참여까지 그간 단편적으로만 다뤄지던 주제들을 세밀히 추적한다. 아울러 해방 직후 국군 창설 과정에서 광복군 출신 인물들이 맡았던 역할, 6·25 전쟁에서의 기여까지 서술해, ‘광복군의 유산이 국군으로 어떻게 계승됐는가’라는 물음에 종합적 답변을 제시한다.

책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의 나열에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방대한 1차 사료와 국내외 연구 성과를 면밀히 대조해 광복군의 국제법적 지위와 정통성을 분석한다. 대한민국 국군의 기원을 논할 때 언제나 따라붙는 ‘상해 임시정부냐, 해방 후 미군정이냐’라는 논쟁에 대해 저자는 임시정부 군대였던 광복군이 정규군으로서의 법적·역사적 연속성을 확보했음을 입증한다. 따라서 “국군은 한국광복군의 전통을 계승한 민족의 군대”라는 건군 이념의 뿌리를 학문적으로 정립하는 데 기여한다.

책의 특징 중 하나는 광복군의 조직과 활동을 단선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당대의 국제정세와 연합군의 전략 속에 위치시키는 시각이다. OSS 합작 훈련이나 국내정진군 계획은 광복군이 국제전선 속에서 어떤 실질적 군사행동을 준비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저자는 이 자료들을 통해 광복군이 ‘상징적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음을 밝힌다. 또한 여성 광복군의 활동과 사회적 의미를 재조명함으로써 광복군이 단지 군사조직에 머물지 않고 ‘민족해방 운동의 총체적 표상’이었음을 드러낸다.

저자는 오랜 군 복무와 철학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광복군 정신’을 오늘날의 국군에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를 묻는다. 충성, 자주, 연합, 헌법정신-광복군이 남긴 이 네 가지 유산은 단순히 역사적 구호가 아니라, 오늘날 군이 지켜야 할 가치임을 강조한다. 이 점에서 책은 역사 연구서일 뿐 아니라 현대 군사철학의 문제의식과도 긴밀히 맞닿아 있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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