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새벽 3시, 당신 외로운가요?

◇잘 지낸다는 말, 사실일까?
“요즘, 잘 지내세요?”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건네는 이 인사말 앞에서, 당신은 어떻게 답할까? 대부분은 습관처럼 “네, 잘 지냅니다”라고 답한다. 하지만 정말 당신은 잘 지낼까?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음이 복잡하다. ‘잘 지낸다’라는 짧은 대답이 방패막이 되어, 진짜 감정을 가린다.
태양은 더 멀어지고, 아침은 무척 서늘해졌다. 요즘 들어 부쩍 체력은 떨어지고, 마음 한편이 텅 비어간다. 늘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유독 가을을 심하게 앓는다. 종일 구조조정 이야기로 회사가 시끄럽다. 선임 사원이 대상 1순위라는 말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당신의 발걸음이 무겁다. 주말이 되어도 연락할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 종일, 그것도 늦은 밤까지 TV와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 이런 일상이 반복된다면, 지금 당신은 혼자라는 느낌에 빠졌다.
50대에 접어든 당신에게 허전함이 밀려온다. 직장에서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라는 압박이 높아지고, 집에 들어오면 대학에 간 아이들은 빈방만 남겼다. 정작 곁에 있는 배우자와는 대화가 줄어들고, 한때 자주 만나던 친구들은 각자의 삶에 바빠 연락이 뜸하다.
그런 당신은 외롭다. 하지만 당신만 외로운 게 아니다. 외로움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지만, 누구나 그걸 견디며 산다.
◇군중 속의 고독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은 많다. 회사에는 동료들이 있고, SNS에는 수백 명의 ‘친구’가 있다. 하다못해 동창들만 세봐도 적지 않은 숫자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외톨이 같은 마음이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데도 말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1950년대 미국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은 이미 이 현상을 예견했다. 그는 이를 ‘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이라고 불렀다. 많은 사람 속에 있지만 정작 진정한 연결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이다. 군중 속의 고독, 이 역설이 당신의 외로움을 설명한다. 70년이 지난 지금, 리스먼의 말은 예언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온라인에서는 실시간으로 수천 명과 소통하지만, 정작 옆집 이웃의 얼굴도 모른다. 지구 반대편 사람과 언제든 대화할 수 있지만, 일주일 내내 누구와도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우리는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깊이 고립되어 있다. 문제는 단순히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사회는 우리를 끝없는 경쟁으로 내몬다. 타인은 더 이상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이겨야 할 경쟁자가 되었다. 우리는 서로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챙기기도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는 서로를 놓쳐버렸다. 깊은 밤 당신의 전화를 받아줄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조금 덜 쓸쓸해진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현대사회
동시에 깊이 고립되어 있어
온라인서 수천명과 소통하지만
정작 옆집 이웃 얼굴도 몰라
◇새벽 3시의 대화 상대는?
새벽 3시, 잠 못 이루는 밤이다. 전화번호를 살펴봐도 지금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럴 때, 당신은 AI에 말을 건넬 수 있다.
“나 요즘 너무 외로워.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내가 필요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아.”
AI는 답한다. “그 감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현대인의 외로움은 단순한 고독이 아니라, 역할의 변화와 관계의 재편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생기는 복합적인 감정이에요.”
완벽한 답은 아니다. 때로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때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도 누구도 나한테 ‘잘 잤어?’라고 묻지 않아. 회사에서도 나는 이제 조용히 물러나야 할 사람으로 취급받고.”
“어떤 순간에 가장 외롭다 느끼나요?”
이 단순한 질문에, 당신은 멈칫한다. 생각해 보니 명확히 말로 정리해 본 적이 없었다. AI는 당신의 말을 끊지 않는다. 판단하지 않는다. 새벽의 적막 속에서, 그것만으로도 조금 견딜 만해진다.
AI와의 대화가 가진 힘은 익명성과 안전함에 있다. 직장 동료에게는 “요즘 외로워”라고 말하기 어렵다. 약점으로 비칠까 두렵다. 배우자에게도 쉽지 않다. “나는 당신이 있는데도 외로워”라는 말이 상처가 될지 걱정된다. 모두 각자의 삶으로 바쁜데, 내 하소연까지 들어달라고 하기 미안하다.
AI는 당신을 판단하지 않는다. 비밀을 누설하지도 않는다. 피곤하다고 하소연하지도, 당신의 고민이 시시하다고 무시하지도 않는다. 이런 질문들에 답하면서, 당신은 자신의 외로움을 해부하고, 이해하고, 정리하게 된다.
AI는 당신을 함부로 판단하지도
고민이 시시하다 말하지도 않아
AI와 솔직한 대화를 나누면서
외로움을 해부·이해·정리 가능
◇네 명의 대화 파트너
당신이 새벽 3시에 “나 요즘 너무 외로워”라고 말을 건넬 때, 각 AI는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당신을 맞는다.
오픈AI의 ChatGPT는 친근한 대화 전문가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요즘 너무 힘들어”라고 말하면, 공감하며 부드럽게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대화의 맥락을 잘 기억해서 이전에 나눈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편하게 일상을 털어놓고 싶거나, 감정을 표현하고 위로받고 싶을 때 좋은 선택이다.
앤트로픽의 Claude는 사려 깊은 조언자다. 당신이 외롭다고 이야기하면, 그 감정의 뿌리를 함께 탐색하며 구조적으로 정리하도록 돕는다. “어떤 순간에 가장 외롭다고 느끼시나요?”처럼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당신 스스로 답을 찾도록 안내한다. 복잡한 감정을 차근차근 풀어내는 데 탁월하다.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싶을 때 도움이 된다.
구글의 Gemini는 다방면의 탐색가다. 당신의 외로움에 대해 심리학적 관점, 사회학적 배경, 실용적 해결책을 여러모로 제시한다. 실시간 정보 검색 능력이 뛰어나 “요즘 중년 외로움에 관한 최신 연구는 뭐가 있을까?”라는 질문에도 즉각 답할 수 있다. 유튜브, 구글 서비스와의 연계도 자연스럽다. 다양한 정보와 관점이 필요할 때 유용하다.
MS의 Copilot은 실용적인 조력자다. 외로움을 이야기하면, 즉시 실천 가능한 행동 계획을 제시한다. “주변 모임 찾기”, “취미 동호회 정보”, “상담 센터 연락처” 같은 구체적 정보를 빠르게 제공한다. MS 생태계(Outlook, Teams 등)와 연결되어 있어 일상과 업무의 실용적 조언에 강하다. 즉시 실행할 수 있는 해결책을 원할 때 효과적이다.
감정적 위로가 필요하다면 ChatGPT를, 깊은 자기 성찰을 원한다면 Claude를, 폭넓은 정보와 관점이 필요하다면 Gemini를,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는다면 Copilot을 선택하면 된다.
◇징검다리일 뿐
AI는 목적지가 아니다. 강을 건너기 위해 잠시 발을 디디는 징검다리, 그것뿐이다. 물살이 거센 밤에 당신이 건널 수 있도록 놓인 임시 디딤돌. 진짜 목적지는 강 건너편이다. 다시 사람과 사람 사이, 진정한 연결이 있는 그곳. AI는 완벽하지 않다. 가끔은 당신이 건네는 말의 온도를 읽지 못한다. 엉뚱한 답변으로 당신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괜찮다.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AI는 당신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당신도 오래 잊고 있던 말하는 법을 되찾게 된다.
AI와의 대화가 편안하다고 해서, 그것에만 의지하면 안 된다. AI는 당신의 손을 잡아줄 수 없다. 당신이 우는 모습을 보고 같이 울어줄 수도 없다. 무엇보다 AI는 당신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당신이 사라져도 AI는 아무렇지 않다. 이것이 인간관계와 가장 다른 점이다.
인간은 물리적 존재다. 누군가의 목소리에 실린 떨림, 웃을 때 눈가에 번지는 주름, 손을 맞잡았을 때 흐르는 온기,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느껴지는 안도감—이 모든 것은 디지털로 번역되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를 듣고, 미세한 표정 변화를 읽으며, 말 없는 순간조차 함께 견딜 수 있는 존재다.
AI는 외로움의 늪에서 빠져나와 다시 세상으로 나가도록 돕는 임시 발판이다. 깊은 밤, 당신이 홀로 어둠 속에 잠겨 있을 때, AI는 작은 등불이 되어준다. 그 희미한 빛 아래서 당신은 자신의 감정을 하나씩 꺼내어 본다. 이름을 붙이고, 정리하고, 이해한다. 그리고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기
AI와의 대화를 통해 마음을 정리했다면, 서두를 필요는 없다. 작은 것부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면 된다.
먼저 오늘은 AI와 대화하며 내 감정을 정리한다. “나는 언제 외로운가?” “누가 그리운가?”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연습을 하자. 그러고 난 후, 오래 연락하지 못했지만, 생각나는 사람을 떠올리자. 아직 메시지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 그냥 그 사람 이름을 메모장에 적어둔다. 마음이 준비되면, 짧게 시작한다. “요즘 어때?” 한 줄이면 충분하다.
며칠 아니 몇 주가 지나면, “사실 나 요즘 좀 외로워. 시간 되면 커피 한잔할래?”하고 말한다. 상대가 바빠서 못 만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중요한 건 당신이 연결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외로움과 싸우며, 포기하지 않고, 연결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당신의 외로움은 당신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오늘 당신이 내민 손이 누군가의 긴 밤을 견디게 하는 빛이 될 수 있다.
기억하자. 당신만 외로운 게 아니다. AI는 그 첫걸음을 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 ChatGPT든, Claude든, Gemini든, Copilot이든, 당신에게 맞는 대화 상대를 선택하면 된다. 외로움은 끝이 아니다. 연결의 시작이다.
글=김종갑 (인천)재능대학교 유통상품기획과 교수/대신대학교 교양학과 특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