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자_시인
이정자 시인

세렝게티 초원
포식자와 초식동물의 사투는
네가 죽어야만 내가 사는
생존 본능의 장

신이 거꾸로 던져 심은 나무라 했던가
바오밥나무를 배경으로 물드는
황혼빛보다
더 극치인 자연의 아름다움이
또 있을까마는

밀림을 어슬렁거리던
사자의 우두머리도
늙으면
사냥할 힘이 없어
썩은 사체를 물어뜯다 죽어가는
슬픈 풍경을 너는 아니?

사람의 일생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저기 한때
사자의 갈기를 휘날리던 한 사내가
지팡이를 짚고 절뚝이며 걸어가고 있는,

자연의 법칙이라기엔
너무도 슬픈 진실을 너는 아니?

◇이정자=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첫 시집 ‘능소화 감옥’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능소화 감옥’, ‘아름다운 것은 길을 낸다’, ‘그윽’, ‘호모 사피엔스의 고백’(시산맥사)이 있고, 산문집으로 ‘누군가의 햇살이자 꽃이자 바람이었던 그대에게’가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 고문으로 있으면서, 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해설> “너무도 슬픈 진실을 너는 아니?” 시인이 툭 던지는 이 말에 내가 움찔해지는 건 왜일까? “밀림을 어슬렁거리던/사자의 우두머리도/늙으면/사냥할 힘이 없어/썩은 사체를 물어뜯다 죽어가는”,“사자의 갈기를 휘날리던 한 사내가/지팡이를 짚고 절뚝이며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일생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꼭 진술해야 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신의 법칙이라는 걸 이미 시인은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자신에게 찾아온 늙음에 대한 감정을, 시를 통해 억눌러 다스리고 있다. 한때 충주라는 고장에서 나도 학창 시절을 보낸 적이 있다. 시인은 기억하는지 모르지만, 나름 난 시인을 알고 있다. 보내온 시를 읽다가 시인의 프로필사진을 유심히 다시 보게 된다. 많이 늙었나? 보니 아직은 예 모습 그대로인 해맑은 표정이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비슷한 연배인 나 또한 늙어감을 깨닫는 요즘 이빨이 빠지더라도 남은 이빨로 꼭꼭 씹어먹는 요즘, 시인이 나의 근황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아 마음 한쪽이 뜨끔해진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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