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관 문경소방서장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11월. 1948년 불조심 주간으로 시작 1980년부터 한 달 전체로 확대되어 78번째 ‘불조심 강조의 달’을 맞이했다.

문경소방서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겨울철 화재 발생 건수는 연평균 약 44건, 전체 화재의 38%를 차지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난방기구 사용이 늘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작은 불씨도 순식간에 대형 참사로 번지곤 한다.

자연 재난과 달리 화재는 ‘인재(人災)’이다. 멀티탭에 꽂힌 채 방치된 전기장판, 장시간 작동하는 전기히터, 점검받지 못한 보일러, 이런 일상적 부주의가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간다.

최근에는 새로운 화재 위험이 등장했다. 전동킥보드, 전동휠, 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배터리 화재이다. 특히 공동주택 복도나 현관에서 무분별하게 충전되는 PM 배터리는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한번 발화하면 진압이 어렵고, 유독가스가 빠르게 확산되어 대피조차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복잡하지 않다.

먼저, 전기 안전이다.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을 피하고,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는 뽑아둔다. 오래된 전선은 과감히 교체하고, 전열기구는 3시간 이상 연속 사용하지 않는 습관이 필요하다.

둘째, 난방 시설 점검이다. 겨울이 오기 전 보일러와 연통을 점검하고, 주변에 인화물질이 없는지 확인한다.

셋째, 개인형 이동장치(PM) 배터리는 반드시 제조사가 권장하는 정품 충전기로, 지정된 장소에서만 충전해야 한다. 공동주택 복도나 계단은 피난통로이자 소방관 진입로이다. 개인 편의를 위해 이곳을 막아서는 안 된다.

넷째,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이다. 단독경보형 감지기 하나, 소화기 한 대가 소방차 한 대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11월, 불조심 강조의 달을 단순한 캠페인 기간이 아닌, 우리 모두의 안전 습관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여러분의 작은 관심이 모여 안전한 공동체를 만든다.

따뜻한 겨울은 뜨거운 불이 아닌,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화재 없는 안전한 겨울,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자.

민병관 문경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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