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집중 어려움·충동행동 문제
방치하면 성인 되어도 증상 지속
관계 갈등·심리 불안으로 바뀌어
종종 우울증으로 오진 되기도

최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ADHD 치료에 효과적으로 알려진 약물인 메틸페니데이트 성분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지난해 33만7천595명에 달한다. 2019년 처방 환자 수인 13만3천813명과 대비해 20만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통상 ADHD는 소아·청소년성 질환으로 알려졌으나, 근래에는 성인 ADHD환자 수가 급증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소아·청소년기에서 ADHD의 조기 발견을 통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성인기까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ADHD는 뇌의 발달 과정에서 전두엽 기능 저하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자가 치료로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정신질환이라는 선입견 탓에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실정이다.
ADHD를 단순 개인의 집중력 문제로 치부하거나, 과도하게 통제할 경우 자녀의 성장과정에서 정서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전문가의 진단과 조기 치료가 긍정적인 치료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대구지역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ADHD의 진단 및 치료법 등을 물어봤다.
-ADHD의 진단 범위와 기준에 대해 알려주세요.
△ADHD는 단순히 산만한 아이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주의집중의 어려움, 충동적인 행동, 과잉활동이 나이에 비해 두드러지고, 가정이나 학교 등 여러 환경에서 기능에 영향을 줄 때 진단됩니다. 환경이 달라져도 동일한 문제 증상을 보일 때 진단 확률이 높아집니다.
-부모, 보호자 등이 ADHD를 진단할 수 있는 자가 기준이 있나요.
△인터넷에서 ADHD 자가 진단 리스트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를 일부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우울증, 불안증 등 실제 ADHD가 아님에도 오인되는 경우가 있어 정확한 진단은 병원 내원 후 면담 및 행동 관찰, 부모 면담, 교사 보고, 종합심리검사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편이 좋습니다.
-실제 지역에서 ADHD 환자 증감 추이는 어떤 편인가요.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참고하면 ADHD 환자는 매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입니다. 최근 저출산 등 사회적요인으로 학생 수가 줄면서 문제행동에 대한 주변 판단이 민감해져 의심 증상 발현 시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찾는 속도가 빨라진 편입니다. 특히 과거에는 단순 ‘산만한 아이’로 치부됐던 친구들이 ADHD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아와 진단을 받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이에 단순 수치만을 가지고 과거 대비 발병률이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중론입니다.
-흔히 ADHD는 아동, 청소년 질환으로 알려져있는데, 성인의 발병도 높은 편인지요.
△ ADHD는 ‘성장하면 낫는’ 병이 아닙니다. 소아 ADHD의 절반 이상에서 성인기에도 증상이 이어집니다. 다만 성인에서는 과잉행동보다는 집중력 저하, 시긴관리의 어려움, 대인관계 갈등처럼 형태가 달라집니다. 이와 같은 문제로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끼신다면 내원해서 검사를 받아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ADHD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차이점이 있나요.
△ADHD와 자폐스펙트럼장애는 혼동되기 쉽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질환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ADHD는 집중력과 충동 조절의 문제이며, 자폐스펙트럼은 사회적 소통과 관심 영역의 제한이 핵심입니다. 두 질환이 공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정확한 평가가 중요합니다.
-성별과 연령에 따른 ADHD 증상 차이가 있나요.
△실제 소아 중에서 남아들은 산만하고 과잉행동, 충동형이 많은 편이며, 여자아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조용한 ADHD’가 많습니다. 성인이 되면 외적 과잉행동보다 내적인 초조감이나 불안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어 성인 ADHD는 우울증으로 오진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디지털 기기 과사용, 불안정 유발
일상 속 지속 가능 루틴 형성 도움
유전적 요인 70~80%로 큰 영향
약 장기 복용해야 습관 변화 가능
집중력 문제 치부 말고 내원 권장
-ADHD의 증상 악화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주변 환경에 따른 악화 가능성이 많습니다. ADHD의 핵심적인 병태 생리는 우리 몸의 컨트롤 타워인 전두엽 기능저하와 관련됩니다. 수면부족, 정서적 스트레스, 디지털 기기 과사용 등이 대표적인 악화요인입니다. 특히 쇼츠, SNS, 스마트폰 사용, 게임 등 즉각적 자극이 뇌의 집중 체계를 불안정하게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ADHD 발현 후 환자의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영향은 어느정도인가요.
△직접적인 정서적 영향은 없지만, ADHD 증상으로 인해 주변 지적을 반복적으로 받으면서 자라게 되면 자존감이 낮아지기 쉽습니다. 성장과정에서 격려와 지지를 받고 작은 성공의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ADHD를 완화할 수 있을 만한 방법이 있을까요.
△생활환경 조절이 우선시 됩니다.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일정표를 만들거나 알람을 설정하는 등의 방식입니다. 충분한 수면과 꾸준한 운동이 도움이됩니다. 또 ADHD를 ‘노력의 문제’가 아닌 ‘뇌의 구조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꾸준히 노력하면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증상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ADHD의 치료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약물 치료 등에서 부작용도 있나요.
△약물과 행동치료가 병행됩니다. 약물은 뇌의 실행기능을 안정시켜 집중력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식욕 저하나 불면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용량과 복용시간 조절로 대부분 해결됩니다. 꾸준한 추적관찰이 중요합니다. 약만 먹으면 집중력은 단기간에 좋아질 수 있지만 생활 습관의 변화까지 오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걸립니다. 안정화된 뇌 기능으로 생활을 하면서 규칙적이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몸에 익히는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일상 기능들도 회복이 됩니다
-가족력, 유전적 요인이 ADHD에 영향이 있나요.
△유전적 요인이 약 70~80%로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양육 태도, 스트레스 등의 환경적 요인도 증상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유전은 씨앗이고, 환경은 토양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ADHD 조기 진단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ADHD는 스스로의 의지에 맡기기보다 빠른 진단과 치료가 요구되는 질환입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꾸중과 훈육을 덜받게 되고 실패의 경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조기 진단은 단순히 성적을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서문제와 자존감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ADHD에 대한 사회적 낙인 및 오해에 대해 가지시는 생각을 들려주세요.
△과거 대비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면서 병원 문턱이 많이 낮아진 편입니다. 하지만 일부 선입견도 존재함에 따라 증상이 의심되면서도 치료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며, 이를 훈육이나 지적으로 교정하려는 시도로 정서적으로 위축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ADHD는 뇌 발달 과정에서 전두엽 기능이 덜 발달되서 생기는 구조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열린 마음으로 이성적인 판단이 이뤄져야 아이도 가족도 자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증상이 의심이 되시면 가정에서 해결하려고 하시기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상처를 최소화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구하는 편이 권장됩니다. 이아람기자 aram@idaegu.co.kr
도움말=정진영 두드림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대구시북구의사회 기획이사)
